• "삼성과 불화는 언론의 존재 이유"
        2010년 02월 18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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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경향신문 편집국 ‘막내 기수’인 47기 기자들 이름으로 발표된 김상보 교수 칼럼 게재 거부에 대한 발표문이다.

    17일 <프레시안>, <레디앙> 등 일부 인터넷 언론에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칼럼이 게재됐다. 원래 17일자 경향신문 34면에 실려야 할 칼럼이다. 김 교수는 편집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자신의 칼럼이 경향신문에 게재되는 것이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47기는 어려운 회사 사정 때문에 경향신문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전해들어왔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기사가 온라인에서 내려갔을 때도 실무적인 실수라는 말을 받아들였다.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김상봉 교수의 칼럼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기사가 아니라 칼럼이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김상봉 교수의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일부 인터넷 언론에 보낸 글에서 “저는 물론 거절했으나, 신문사는 끝내 저의 칼럼 지면을 다른 분의 글로 채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 도대체 삼성과 관련된 기사 혹은 칼럼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은 비판하면서 우리 내부의 검열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나.

    기준과 중심이 없는 편집 방침은 지면 후퇴로 이어질 뿐이다.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로 지면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비경제적인 이유로 선배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말만 무성할 뿐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감히 말씀 드리겠다. 김상봉 교수의 말처럼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모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경향신문도 결국 이명박 정부는 비판할 수 있어도 삼성은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 아닌가.

    그만큼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견제되지 않는 황제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삼성과의 불화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존재해야 할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에 대한 편집 방침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 막내 기수가 납득할 수 있게 말이다. 또 내일 기자총회가 물타기로 흐르지 않길 바란다.

    막내 기수가 박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면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막내 기수에게 경향신문이라는 제호가 부끄럽지 않도록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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