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은 조지고 삼성은 못조지나”
        2010년 02월 18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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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17일자 지면에 실릴 예정이던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칼럼 <삼성을 생각한가>가 지면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내부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2년 넘게 중단된 삼성 광고가 조만간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경향의 ‘몸사리기’를 기자들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경향신문 막내 기수인 47기는 17일 ‘이명박은 조질 수 있고 삼성은 조질 수 없습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경향신문도 결국 이명박 정부는 비판할 수 있어도 삼성은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 아닌가”라고 물으며 “삼성에 대한 편집 방침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경향, 삼성 비판한 김상봉 교수 칼럼 거절

    지난해 말부터 3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기명 칼럼을 써 온 김 교수는 “경향은 (자신의 칼럼이) 삼성 및 이건희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신문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된다면서 양해를 구했다”며 “저는 거절했지만, 칼럼 지면은 다른 분의 글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 김상봉 교수는 자신의 실리지 못한 칼럼을 레디앙, 민중의소리, 프레시안에 보냈다.

    김 교수는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일간지에 광고할 수 있는 지면을 얻지 못하고, 외부 칼럼으로 기고한 저의 원고가 신문사 자체 검열에서 끝내 게재를 거부당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권력이 되었다는 것을 웅변해준다”며 “진정한 독립 언론의 길을 걷도록 더 열심히 돕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신간 제목과 같은 김 교수의 칼럼 ‘삼성을 생각한다’는 김 변호사 책에 실린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지금은 삼성이 우리의 입과 귀를 막는 그런 권력이 됐다”며 “자본에 매수되지 않는 진보정당을 키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을 해체하고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한국식 자본주의를 타파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경향 막내기수 “삼성에 대한 편집 방침 밝혀라”

    경향 47기는 김 교수 칼럼 삭제 건은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대체 삼성과 관련된 기사 혹은 칼럼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은 비판하면서 우리 내부의 검열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냐”며 “기준과 중심이 없는 편집 방침은 지면 후퇴로 이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과의 불화는 한국사회에서 언론이 존재해야 할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며 “막내 기수가 납득할 수 있게 삼성에 대한 편집 방침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향은 김 변호사의 신간 ‘삼성을 생각한다’를 온라인에서 삭제한 바 있다. 경향은 이에 대해 경향닷컴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겨레에서는 김 변호사의 신간 광고를 거부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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