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이 목적이 돼버린 진보정당
    통합진보당, 해방적 민족주의 긍정성도 못 살려
        2012년 05월 11일 04: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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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긴 하나 

    요즘 통합진보당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행태가 “진보계”의 경계선을 넘어 거의 “일반”의 관심을 끄는 주요 뉴스에 올랐습니다. 물론 극우주의자들에게는 이 상황은 거의 하늘의 선물입니다.

    부패 지수로 봐서는 통합진보당은 “차떼기당”에 비하면 “꼬마”에 불과할 터인데, 내로라하는 양반들이 힘께 쓰는 단체를 만들어 돈 봉투들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일본이나 남한에서는 거의 “일상”에 속합니다.

    “차떼기당”에 투표하는 사람들도, 그쪽 선량후보생들이 깨끗해서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역 발전”, 즉 남한 정계의 특이한 방언(?)에서 표준어로 옮긴다면 예산 따먹기와 (대다수는 백해무익인) 개발 프로젝트, 그리고 부동산 가격 상승 전망을 봐서 투표하는 것이지 선량이 좋아 보여서 투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역 “실세”와 중앙 “실세”들이 그렇게 살아도 그들에게 종속돼 있는 데에 익숙해진 그들의 백성은 ‘아이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질”과 “참신함”으로 승부하려는 “진보”는 “구악”과 비슷한 면을 노출시키면 그만큼 경악과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차떼기당” 편의 언론들이 그 심리를 알아차려 “통합진보당 때리기” 나섰는데, 통합진보당은 기성 정당보다 “더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 기성 정당들과 비슷해지려는 경향, 그리고 비슷해지고 있는 속도는 너무나 우려스럽다는 것입니다.

    당권파가 진짜 주사파라면 유시민이 함께 할까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정체성”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 “주사파”, “종북분자”들이 이렇게도 비민주적이라고 질타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형 좌파민족주의자들은 “민주”와 “인권”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투철하지 못합니다.

    또, 구분되어지지도 않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비현실적 판타지들을 품는다고 해서 그 인식이 개선되어지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정반대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 번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차떼기당”은 반북적이고, 국제자본의 논리에 완전히 포섭돼 “민족”을 폐기 처분하려는 뉴라이트의 영향도 상당히 받는다고 해서 과연 권위주의/부패 청산에 좋은 성적을 얻나요?

    그리고 “당권파”는 정말 “주사파”, 즉 북조선의 주체사상을 그대로 신봉하는 열성적 분자이었다면 행사마다 애국가를 제창하자는 충량한 시민 유시민씨나, 변절자 소리를 들어 절반 이상의 지지자들을 잃어도 꼭 금배지를 따겠다는 우파사민주의 정객들은 그들과 과연 합류했었겠어요?

    남한 정치계급 틈새를 노리다 

    애국가 제창 실력이 좋으신 만큼 애국적 국민 유시민씨는 정치적 후각도 뛰어나십니다.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는 주변적 섹트와는 절대 손을 잡을 사람은 아닙니다. 그가 “당권파”와 손잡았다면 후자를 더 이상 “과격 운동 분자”로 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은 바로 문제의 핵심입니다. “당권파”는 좌파민족주의부터 출발했지만 지금 그 경력(?)을 이용해서 보수화돼가는 남한 사회의 정치계급 사이에서 그 나름의 틈새(?)를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틈새 확보” 과정에서는 북조선과 미제의 관계도, 단순한 민주주의 규칙들도 더 이상 중요하게 작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권력 획득(정확하게 나누어먹기)은 수단에서 목적이 된 셈입니다.

    민족주의 그 자체는 계급적 시각이 결여된 만큼 해방 운동의 (동력이자) 심각한 한계일 수밖에 없지만, 한반도의 상황에서 적어도 한 동안 각종의 민족주의적 소아병들은 불가피했습니다. 남한이 “미제 準식민지”로 여실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만 해도 북조선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철저하고 매우 부당한 타자화, 봉쇄, 공격 위협 등은 일각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건드리기에 족합니다. 물론 민족주의 아닌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운동가들과 손잡아서 국제주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지만, 한반도의 탈식민지적 상황 등이 작용돼서 민족주의로 후퇴하기가 너무나 쉽습니다.

    사회주의자가 없는 진보정당 

    그런데 그 (해방적) 만족주의의 긍정성을 살리자면 지금 과연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정신없이 강정마을을 지켜서 북조선/중국에 대한 미제 공격 기지의 건설을 막아야 하고, 미제와 한국군의 각종 공동 훈련을 반대해야 하고, 북조선이 우주탐구를 목적으로 로켓 발사하는 것이 국제법상 합법적이라고 선전선동하면서 돌아다녀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 과연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위와 같은 일을 제대로 하나요? 아니면 전시에 어차피 미국의 도구가 될 한국 군대의 비자주적인 본색에 대해 일반의 경각심을 일으켜 “군대에 가서 미제 총알받이 되지 말자, 동족들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말자”는 이야기라도 대중적으로 하나요?

    민족주의의 긍정성이라면 반제 의식 같은 것이지만, 통합진보당 인사들에게 적극적인 반제 행동은 전혀 관찰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역학관계로 말미암아 문제가 생겨도 미국의 속국 남한의 애국자인 유시민씨가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르크스의 명언대로 “부르주아 의회라는 마구간”도 적극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연단으로라도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용함 하면 되는 것이지, 그 더러운 마구간이 우리 집이나 우리 성전이라고 생각해버리면, 바로 그 마구간에서 자리 하나 얻으려고 죽고 살기로 싸움 벌이는 “꾼”들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요?

    사회주의자가 있어야 할 곳은 공장, 노동조합, 거리와 광장, (좋은 의미에서의) 계몽을 퍼뜨릴 수 있는 매체와 인터넷 공간 등이지 그가 의회로 간다면 의회를 결국 전복시켜서 내파시키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통합진보당 주도층에 사회주의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주의자”로 정의하시는 분들이여, 이 점을 염두에 두시고 앞으로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보다 더 많이 쓰고 싶지만, 지금 신체 상황이 다소 좋지 않아 다음 기회에 넘기겠습니다.

    필자소개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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