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우 시대 공안정국 다시 돌아와"
        2010년 02월 17일 07: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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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의 시국선언으로 시작된 검찰과 경찰의 수사 칼날이 민주노동당으로 향하면서 민주노동당은 물론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사건의 본질이 “이명박 정부의 정당정치 훼손”으로 규정하고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언론 의도적, 악의적 보도

    특히 이번 수사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행태”와 보수언론의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보도행태”가 드러나면서 민주노동당 탄압에 대한 비판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당사자인 민주노동당의 맞대응 또한 빨라지고 있다.

    17일 오후 3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주최 ‘민주노동당 서버 침탈과 한국 민주주의와 정당정치’토론회는 경찰의 이번 수사에 대한 법적 정치적 성격을 규정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모두 이번 수사가 “법적,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서버 침탈과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오동석 아주대 교수는 “‘민노당 사건’은 ‘MB법치’가 불법의 또 다른 이름임을 확연히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야당 탄압을 넘어 헌법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특히 이번 수사가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경찰은 민노당에 대해 헌법규범적 의미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적법절차도 준수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서버업체 압수수색 당시 관계업체에게 영장을 제시해야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제시받은 바 없다고 한다”며 “이는 영장고지의 본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며, 구체적 소명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당사자인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고지를 해야 하는 것이 헌법적 명령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은 엄격심사 기준을 적용하여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데 수사 계기 자체도 헌법상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역하는 법률이고, 이러한 수사를 위해 정당의 모든 활동내역을 조사하겠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조합원 개인에 대한 수사가 아닌 민노당에 대한 포괄적 수사방식도 피해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나는 과잉수사”라고 말했다.

    법적, 정치적 문제 투성이

    이번 사건의 담당변호를 맡고 있는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변호사)는 “압수수색에 앞서 벌어진 온라인 수색은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야기하는 것이므로 매우 중대한 법익에 관하여 구체적인 위협이 존재할 때만이 판사의 허가에 의해 집행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당 후원금 1만원이 중대한 법익의 침해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서버 압수수색의 경우 범죄 유무관 기록 전체에 대한 포괄적 압수수색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문제된다”며 “필요하다면 출력물 혹은 파일복사의 방법으로 압수가 가능하겠지만, 이에 대해서도 영장주의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미 압수된 증거에 대해서도 “별건수사를 위한 수단으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로, 이는 위법한 절차에 기해 수집한 증거”라며 “영장이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으나 내용적으로 위법함으로 이러한 영장 집행에 대해 협조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말했다.

    미신고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시도 역시 “상당성과 필요성의 부족을 이유로 기각되었음에도 다른 이유를 보완하여 재신청하려 하고 있다”며 “범죄행위에 대한 소명없이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거나 단서를 찾기 위한 탐색적(투망적) 압수수색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형익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번 민주노동당 수사가 “1989년 공안정국에 비견될 만하며, ‘신공안정국’의 도래 징후로 규정할 만한 사건”이라며 “민주주의 진전에 중대한 도전이자 이명박 정부의 경찰행적국가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1989년 공안정국 유사

    최 교수는 “검경이 전교조와 전공노의 불법적 정치활동을 빙자해 자행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서버침탈은 한국 헌법의 핵심원리인 민주공화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파괴행위”라며 “더구나 이번 수사가 헌법에 보장된 평등과 정치활동의 자유라는 국민적 기본권을 교사와 공무원에게 허용할 수 없다는 검찰과 경찰의 법 해석이 헌법의 취지를 위반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서버침탈이 정당하다면 검경은 할리우드 흥행영화 <아바타>를 집에서 봤다는 정운찬 총리의 10일자 대국회질의에서의 발언도 수사하고 증거인멸을 이유로 정 총리의 하드디스크를 즉각 압수수색해야 한다”며 “이 정도로 검경의 민노당 서버수색은 한 편의 코미디”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정치세력은 이번 사태를 다른 정당이나 정파의 힘을 빌리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의제와 사회경제 개혁, 진보정책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이 검경의 근본적 개혁을 본격적 정치의제로 올렸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자적 정치역량이 부족할 경우 언제든 공안탄압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인하대학교 교수 역시 “이번 수사는 (경찰의)과잉충성일 수도, 자의적 법해석일 수도 있고, 실적주의일 수도 있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참여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며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차제에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사진=정상근 기자)

    정 교수는 이어 “이번 사태는 민주노동당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노동자는 물론 야당정치인과 일반시민의 대정부 비판 저항활동 전반에 대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불법적 법치주의’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자 본질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적 법치주의"

    이어 “중장기적으로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민주주의의 발전동력이 됨과 동시에 민주주의의와 경제(민생)의 연관성을 설득해 나가 국민들로 하여금 개인의 자유와 권리수호의 확장에 나서게 하는 방안(전략과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누가 정당원인가를 강제로 밝히는 것으로 당원과 정당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사”라며 “정당의 당적을 전부 보겠다는 경찰의 수사는 사상경찰, 공안경찰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국민들이 기본권감수성, 헌법감수성을 갖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천 의원은 “이번 사건은 민주노동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법치주주의 문제”라며 “경찰과 검찰이 정당의 서버와 계좌를 통째로 압수수색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기 한 마리를 잡겠다고 집 전체를 불도저로 부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너무나 불균형하고 무절제한 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인사말에 나선 이정희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와 경찰은 민주노동당이 실험하고 있는 정당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있다”며 “사건과 무관한 전체 당원명부를 보고 비밀투표를 침해하면서 투표의 흔적까지 보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를 처벌하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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