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향식 공천제도 개혁", 대안은 제각각
        2010년 02월 17일 0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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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1) 지난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를 설치해 각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계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실세로 평가받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전횡을 부리고 있다"며 대거 탈당했고, 그 결과 ‘친박연대’라는 이름을 가진 당이 탄생했다.

    (장면2) 민주당은 지난 9~10일에 거쳐 전직 고위공직자들과 고위경찰직공무원들의 입당식을 가졌다. 이들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각각 “민주당의 기초단체장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망가들을 영입해 정치인을 만드는 ‘엘리트 정치’와 ‘하향식 공천’이 맞물린 전형이다.

    한국 정치개혁의 시급한 과제들은 수두룩하지만 특히 ‘공천제도’는 한국정치의 대표적인 폐해를 만들어왔다. 권위주의 정권 시대는 물론 ‘3김 시대’로 불리던 90년대도 제왕적 총재에 의한 하향식 공천으로 정치인들은 ‘줄서기’와 ‘줄대기’에 급급해 정작 국민들은 외면해왔다.

       
      ▲공천제도 개혁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공천 ⇒ 계파’ 공식

    최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종시 문제는 ‘계파갈등’이 핵심이며, 여기에는 잘못된 공천제도가 기인해 있다. 민의를 대변하고 반영하는데 소홀한 정치인들이 여전히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을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계파갈등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17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천제도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각 정당의 ‘개혁파’로 불리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과 김부겸 민주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들 세 정치인은 현 ‘하향식 공천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으나 해법은 제각각으로 제시했다.

    특히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민공천배심원제’란 이름으로 ‘깨끗한 공천’을 약속하고 있지만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분명 4~5년 뒤에는 국민공천배심원제도 사라지고 또 다른 이름의 제도를 이야기할 것”이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앞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의 갈등도 권력을 쥔 당권파가 밀실에서 당원들과 국민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라며 ‘하향식 공천제도’를 비판했다. 남 의원이 제시한 대안은 공개예비선거, 즉 ‘오픈 프라이머리’였다.

    남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을 통한 공천제도 개선방안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되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되었다”며 “우리 현실에서는 자칫 예비선거가 지방의 돈 많은 토호세력들의 당원동원 경선으로 전락하기 쉽고, 유권자들이 예비선거를 통해 상대당 후보 중 가장 약한 사람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역선택’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 문제는 정당후보를 뽑는 예비선거를 국가가 주최하는 방식으로 같은 날 한꺼번에 치른다면 충분히 극복가능하며, 역선택도 1인1표를 행사하도록 함으로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당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중앙당이 공천예비심사를 통해 2~3배수의 예비후보를 제시토록 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김부겸 "국가 주관 예비선거"

    김부겸 민주당 의원 역시 “하향식 공천은 정당과 당 지도부에 대한 충성, 지연·혈연·학연 등의 개인적 연고관계, 공천헌금이 기준으로 작용해왔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보다 당 지도부 혹은 계파 수장의 의중을 대변하는 폐해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역시 그 해법으로 ‘오픈 프라이머리’와 현재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주장했다. 다만 김 의원은 지난 2004년 치러진 경선 방식의 상향식 공천은 “선거인당 구성이 불균형하고 낮은 투표율로 대표성 문제가 불거졌으며 동원선거와 선거인단이 무작위로 설정되고 역선택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남 의원과 같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경선 업무를 대행하고 경선의 참여와 투표 절차를 간소화 해야 하며 각 정당들의 경선일자를 같은날 치르도록 해 역선택을 막아야 한다”며 “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를 경우에도 기술적 문제와 결과의 반영 수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공천배심원제’에 대해서는 “공천의 공정성, 개방성을 확보하고 시민사회와 연계하며 정치신인의 성장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면서도 “선거연합과 어떻게 연계할지 고민해야 하며, 기득권적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한 확대적용해야 한다”며 제도시행의 과제를 제시했다.

    조승수 "흥행식 경선이 문제"

    반면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중요한 것은 공천제도보다 한국 정당정치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각 정당들의 공천제도 개혁이 정당체제 개혁이 아닌 ‘흥행’을 위해 도입되어 왔다는 점이 15대 부터 반 수 이상 의원들이 바뀌어 왔어도 한국정치는 변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앞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노동당 식의 진성당원제도는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진성당원제의 제대로 된 정착이 되지 않으면 사회적 현실을 은폐하는 결과를 만든다”며 “경상도-전라도 농민의 이해관계가 같은 것처럼, 이해관계를 통한 정치의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방형 경선제는 이를 은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공천제도 개혁은 정당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데서 출발해야 하며 정당운영의 민주성과 정당구성원의 참여도, 정당의 대중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는 차원의 공천제도 마련이 절실하다”며 “진성당원에 의해 운영되는 정당모델 확산이 필요하며,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해 국고보조금 배분 기준에 진성당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손혁재 "진성당원제가 정답"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현우 서강대 교수와 손혁재 한국NGO학회장도 진성당원에 근거한 상향식 공천을 가장 우수한 공천모델로 꼽았다. 이현우 교수는 “모든 정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했지만, 이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선거인단의 참여는 당원의지를 크게 떨어뜨리고 바람직한 진성당원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당원이 아닌 국민에게 공천을 맡긴다는 것은 수권정당을 노리는 각 정당들이 자신들은 후보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고백하는 꼴”이라며 “여론조사 방식은, 당원이 아닌 우연히 선출된 소극적 시민들에게 당의 공천을 넘기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당이 추진하는 ‘배심원제’ 도입도 “기술이 중요한게 아니라 문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혁재 한국NGO학회장은 “공직후보를 선정하는 주체가 국민에게 개방적이 되면 장기적으로 핵심당원의 참여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참여의 양이 많아진다고 질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며 “후보선정방식을 다양화 하고 후보자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내영 고려대 교수의 사회로, 이현우 서강대 교수와 손혁재 한국NGO학회장이 주제발표에 나섰으며, 지정토론자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김부겸 민주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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