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이 내린 선물
        2010년 02월 16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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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릿고개 길고 긴 날
    하염없이 괴롭기만 해…
    아이들은 배고파 울고, 먹일 양식은 없고
    그렇다고 구걸은 못하겠고…

    이른 봄, 산과 들에 파릇파릇 나물이 돋기 시작하면 동네 아낙들은 아침 일찍 산에 올라 산나물을 뜯어다가 잘 고르고 다듬어 커다란 광주리에 이고는 마을의 부잣집으로 간다. 그댁 마당에 나물광주리를 살며시 내려놓고는 안주인을 찾는다. 밝은 얼굴 부잣집 마나님이 큰바가지에 알곡식을 가득 담아와서 내려 놓고는 "어머! 벌써 봄나물이 한창이네!" 반색을 하며 나물 광주리를 들고 들어간다.

    서로서로 안부와 덕담은 덤이었을터.
    덕분에 보릿고개 가난한 서민들은 자존심 상하지 않고 양식을 얻을 수 있었고, 부잣집에서는 이웃을 도와주고 값을 치룬 맛있는 산나물을 제때 먹을수 있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나물서리’라 부르는데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아름다운 우리 풍속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리적 특성에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후가 온난한 편이라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산자락의 주름을 다 펴서 펼치면 중국땅의 1/6정도로 넓어질 정도로 산이 많다. 도라지타령, 고사리타령, 미나리요, 나물노래 등 사연도 많고 구구절절 이야기 보따리도 많다.

    ‘나물서리’는 해마다 요맘때 봄기운이 땅밑을 맴돌 무렵이면 생각나는 지혜와 인정이 담긴 삶의 메뉴얼중의 하나다.

    지리산 뱀사골

    산에는 독점독식(獨占獨食)이 없다. 욕심이 있기는 하되 그저 제 유전자를 잘 갈무리해서 다음대로 넘기려는 본질에 근접한 욕심이 다다. 더도 필요 없고 덜도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나머지는 다 내놓는다.

    2004년, 경북 상주 화북에서 ‘미생물발효퇴비’를 만들 때 일이다. 우드칩 등 퇴비의 재료가 쌓여있고 대기가 위 아래로 잘 순환되도록 설계된 퇴비장에서의 이야기다.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미생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해야 발효(發效)가 잘된다 하기에 누군가 물었다. “그럼 인위적으로 산소를 저 퇴비안으로 더 많이 주입해주면 안되나? 그러면 더 빨리 효과적으로 퇴비가 되지 않나? 언제 5~6개월을 기다리나?”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인간이 할 일은 그저 공기의 길만 열어주면 되는 일이었다. 작은 미생물들은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산소를 당겨쓰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은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히려 욕심을 내어 산소를 강제 투입하면 문제가 발생하여 부패가 일어났다.

    뱀사골 계곡을 들여다 봐도
    뱀사골 사람들을 만나봐도
    우거진 나무 숲에도
    바위돌 크고 작은것들도 다 마음을 비운듯 보인다.
    나무들은 종류와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오롯이 제 모습을 지킨다.
    그러면서도 다른이들을 침해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곁을 내어준다.
    숲에서는 ‘서로다름’이 제 대접을 받는다.

    그러고 보면 세상사 사람만큼 제 욕심 한정없이 채우려는 악다구니는 없는듯하다.

    산사람

       
      

    2010년 2월 초, 지리산 뱀사골 덕동마을에서 산사람 정영환을 만났다. 입춘한파가 몰아치던 시점이라 나나 그니나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겨울 뱀사골과 고로쇠나무를 보여 달라는 필자의 요청에 주섬주섬 옷과 장비(?)를 챙기더니 앞을 나선다. 저만치 앞서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비주얼이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1950년 전후 지리산 산사람(빨치산)의 모습도 아마 저랬으리라. 큼지막한 망태기 자루, 배낭을 매고 벙거지를 뒤집어 쓴 어느 정도 빛바랜 두툼한 신발…

    무엇보다 느린듯하면서도 날래기 그지없는 발걸음(산에 올라가면 더 빠르다)을 보면 영락없다.

    필자는 등산복차림으로 단단히 무장을 했지만 산을 따라 오르는데 바위들을 하나둘 골라가며 밟는다. 그니는 턱턱턱 평지 걷듯 한다. 산사람과 바깥사람, 산타기 고수와 하수의 내공차이를 확연히 알겠다.

    60년전 산사람은 엄중한 생사의 문제였고 고난의 의미이고 역사적인 존재였다. 2010년 내 앞의 저니는 친근하기 그지없는 ‘지리산지킴이’고 ‘이웃집 아저씨’이다.

    뱀사골엔 정씨가 집성촌을 이룬다. 200여년전에 정씨 일가가 이곳에 터를 잡았고 정영환씨의 고조할아버지가 이곳에 자리를 잡아 5대째 가업을 이어왔다. 곧 아들들이 이어 6대를 내려갈 태세다.

    “뱀사골 생활이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았어요? 혹 밖으로 빠져 나가고픈 유혹을 받은 적은 없는지?”
    "아유! 없어요.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요!“
    “아버지는 어떠셨어요?”
    “아버지는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냈을 아버지를 회상하는 듯했다. 그 시절 지리산골짜기에서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전후좌우 가릴 것 없이 고단 했을 터…

    “매년 요맘때 겨울산이 기지개를 켜면 고로쇠물 따면 되고, 봄가지에 물 오르면 산나물 캐면 되고, 한여름 민박시즌에는 손님들 모시고 지리산 것들로 음식 만들어 내면 되고, 여름 늦더위 물러갈 즈음에는 머루 다래 따면되고 가을 깊어 가면 송이버섯 따고 눈 내리기 전까지는 약초 캐면 되구요.”

    말 그대로 ‘생각대로’ 하면 된다. 아니 ‘산이 부르는 대로 살면 되는 삶’이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하하! 뭐 꿈이랄게 있어요. 자식둘(아들) 다 장가보내고 대전에 있는 수양딸(여고생) 공부 잘하게 뒷바라지 부지런히 해주어 걔네들이 제 역할 다하면서 살게끔 해주는게 꿈이라면 꿈이죠.”

    이 모습이 지리산 산중 생활을 하는, 공기와 물이 맑고, 토질이 좋고, 일교차가 큰 해발 600~ 1,700m 고지대인 지리산 뱀사골사람들의 일상이다. 이곳은 봄철 고로쇠나무 군락지로 고로쇠약수의 원산지로 손꼽는다.

       
      ▲ 뱀사골 덕동 환영가든(민박, 산채정식, 산나물, 고로쇠수액) 정영환, 주경례부부(뱀사골아줌마). 정영환씨 키가 워낙 커서 뱀사골아줌마가 겨우 어깨에 닿는다.

    나무(Tree)

    영혼이 깃든 존재라는 느낌이 들어 나무는 하나같이 신령스럽다. 생물학적으로 수백수천년을 사는 존재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속에서 정서적으로 유무형의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길을 지나다가도 ‘오래된 나무의 존재감’은 아주 빠른 감응으로 다가온다. 일상의 다른 사물들과는 달리 금새 내 마음속으로 달려들어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충북 보은 미로면 송현리 450년된 느티나무, 옥천 산계뜰 고목, 섬진강가에 보이던 오래된 나무들,울진 왕피리의 적송들…

    최근에 나무의 실재감(實在感)이 두드러지는 영화 2편을 보았다.

       
      ▲ 내가 좋아하는 영화중에 휴잭맨이 주연한 ‘천년을 흐르는 사랑’이 있다.

    3가지 시공간으로 이어지는 서사인데 이곳의 한 장면이다.
    검으로 찔린 나무의 구멍에서 생명의 수액(하얀색)이 나온다. 이 수액을 칼로 베인 상처에 바르니
    바로 아무는 기적이 일어난다. 나무와 사람이 감응하는 장면이라 인상이 깊었다.

       
      ▲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에이와 나무 ‘대지의 여신’이다. ‘나비족과 에이와 나무와의 교감’이 인상 깊었다. ‘I see you’ ‘당신을 봅니다’ ‘당신의 껍데기가 아니라 당신의 본질을 봅니다’

    뱀사골 고로쇠 나무 (painted maple)

    나무의 생체속에 들어있는 물인 수액(樹液)은 그 생명체에 가장 이로운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사탕단풍나무(메이플 트리)의 수액을 받아 천천히 졸여서 ‘단풍 꿀’을 만든다. 흔히 ‘메이플시럽’이라고 하는 꿀은 갈색의 시럽으로 맛과 향기가 좋아서 여러 가지 음식에 넣어서 먹는다.

    우리나라에는 수액을 받아서 마실 수 있는 나무가 많은 편이다. 박달나무, 층층나무, 헛깨나무, 노각나무, 으름덩굴, 자작나무, 단풍나무, 서나무, 피나무, 참나무, 대나무 등에서 맛 좋고 영양이 풍부한 수액을 얻을 수 있다. 그중에서 고로쇠수액은 맛이나 나오는 양으로 보나 으뜸으로 대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고로쇠나무는 키가 20m이상까지 자란다. 이른 봄에 나무줄기에 상처를 내면 상처틈을 타고 약수(藥水) 또는 ‘풍당’이라는 수액이 흘러나오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체질개선에 쓰거나 각종 성인병환자들에게 마시게 한다. 또 뼈를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골리수(骨利水)’라고 부른다. 거의 색깔이 없으며 약간의 단맛(2%)이 도는 수액이라 거부감이 없다.

    통일신라시대 유명한 승려 도선국사(827~898)가 백운산에서 오랫동안 좌선을 하다가 도(道)를 깨우쳐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놀란 도선국사가 다급한 마음에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나려는데 가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부러진 가지에서 물방울(수액)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목이 마르던 도선이 그물을 받아 목을 축였더니 관절이 부드러워지면서 무릎을 펴게 되었다. 도선은 떠오르는게 있어 이를 ‘골리수(骨利水)’라 불렀다. ‘뼈에 이로운 물’이란 뜻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골리수가 고로쇠로 변해 정착되었다는 설도 있다.

    나무지름이 30cm이상 된 나무에서 수액을 얻기가 좋고 상처가 난 부위는 여름이 되면 저절로 아문다. 고로쇠 수액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으며 많이 마실수록 맛이 당기는 것이 특징이다.

    고로쇠수액에는 칼슘, 칼륨, 망간, 마그네슘이 풍부하며 이외에도 철, 황산, 염소, 당분과 10여종의 미네랄이 함유되어있다. 보통 식수와 비교했을 때 칼슘이 40배,마그네슘이 30배정도 많이 들어있다.

       
      ▲ 고로쇠나무 꽃과 잎 [출 처 : 위키미디어]

       
      ▲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뱀사골 고로쇠 나무를 가까이서 들여다 보았다. 범접하기 어려운 느낌이 아니고 친근하고 격조있는 질감이다.

       
      ▲ 수령이 30년~50년은 넘어 보이는 고로쇠나무를 위로 쳐다 보았다. 겨울과 봄에는 고로쇠 생명수를 나누어 주고 한여름에는 짙푸른 나뭇잎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목재는 가구, 악기, 조그만 장식품 등의 재료로 쓰인다. 사람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고로쇠의 자애로움에 경의를 표했다.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다

       
      ▲ 예전(20여년전)에는 나무에 도끼나 톱으로 상처를 크게 내야 했으나 지금은 지름 6mm정도의 드릴로 구멍을 1~3cm정도 뚫고(천공법) 상수도용으로 쓰이는 가는 관을 삽입하여 채취한다. 이 상처는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아문다.

    산나물 파티

       
      ▲ 맑음이네 식구들하고 환영가든에서 산채나물 밥을 먹었다. 9가지 나물무침이 입맛을 돌게한다.

    산나물은 산에 자생으로 나서 자라는 풀이어서 약초나 다름없다. 야생동물들이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특정한 풀을 뜯어 먹거나 잎사귀에 몸을 문지르는 등 자가처방으로 건강을 회복하거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일찌감치 산나물의 효능을 알아차린 우리 조상들은 산나물을 생으로 쌈을 싸먹고 갖은 양념으로 무치거나, 데치고 말려서 묵나물(진채)로도 먹었다. 아흔 아홉가지 나물 노래를 부를 줄 알면 삼년 가뭄도 이겨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산나물은 귀한 구황식이었다.

       
      ▲ 비비추(생나물)

       
      ▲ 비비추(마른나물)

    지리산 산나물은 5월초부터 6월말이 제철이다.

    정영환씨는 이 기간 동안 지리산 날다람쥐로 온 산을 타고 넘어 다니며 산나물을 뜯는다. 보통 올라가는데 2~3시간 걸리는 높은 지대에 서식하는 친구들이라 처남하고 2인1조가 된다. 보통 혼자는 안다닌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사람당 30~40kg정도의 생나물을 뜯어와 한 번 삶아서 자연햇볕으로 하루이틀 말린다. 이 과정을 거치면 무게는 1/10로 준다. 생나물 10kg을 말리면 마른나물 1kg이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산나물은 잘 말리고 갈무리되어 1년내내 밥상의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대보름의 진채식으로 대접받는다.

    필자의 매제(妹弟)는 독일인이다. 랄프(계명대학 교수)에게 “한국에 들어와 살 때 무엇이 제일 인상 깊으냐?”고 물은 적이 있다. 단번에 한국과 유럽의차이는 ‘어디 가나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자연환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산이 많다는 이야기는 많은 먹을거리들을 품어준다는 의미도 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은 대략 4,200여종이고 이 가운데 식용식물이 2,500여종 약용이 1,200여종이다. 여기서 산나물로 분류할 수 있는게 300여종이고 실제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것은 120여종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야채도 처음에는 산에서 자라던 식물이었다.

       
      ▲ 산꽃나물무침(고추나무순),조선간장과 들기름의 물리지 않는 고소함이 속을 편하게 만든다

    정월 대보름

    농가월령가 정월령에는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를 부러하랴. 묵은 산나물삶아내니 고기맛에 비길소냐”는 소리가 있다. 우리조상들은 묵은 산나물의 맛은 맛난 고기와도 안바꾼다고 헤아린 것이다.

    우리네 살면서 제일 좋은 상태중의 하나를 일컬을 때 “아! 속편하다”라고 한다.
    일이 잘 풀리거나 청량감으로 가득한 숲을 들어가거나 갈증이 날 때 시원한 생수 한잔 마시면 느껴지는 경지 “속 시원해”다.

    온몸의 오장육부가 제대로 맞아 들어가고 거리낌 없는 잔잔한 흥분의 상태를 일컫는다고 보면 되는데 그야말로 내 몸을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는 경지 바로 그 지점이 되겠다. 현대인들의 삶은 기름진 음식들로 가득하다.

    물론 조상들의 지혜로움으로 부족한 기름기와 단백질로 몸을 보하는 의미가 있겠으나 어쨌든 며칠 과식하고 나고 그 후로도 한동안 남은 음식대하다 보면 속이 영 거북한게 아니다. 굶자니 그렇고 안 굶자니 느글거리는 기운이고…

    그때 그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는 방편이 있으니 바로 대보름 오곡밥과 온갖 나물과 부럼들이다. 취나물, 고사리, 무나물, 도라지, 시금치등의 나물에다 호박오가리가 품격을 더하니 좋고 그들과 어울리는 들깨며, 들기름 같은 천연향신료들이 내뿜는 은근한 맛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이들에게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기특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으니 우리들의 내장은 제대로 기름청소를 하는 셈이 된다. 오곡밥의 의미도 나무랄데 없고 이웃간에 나누어 먹으며 ‘더위’를 파는 ‘삶의 공유’또한 어릴적이지만 즐거운 행보중의 하나로 보였다.

    그 상대방이 누구이던지 정말 잘되기를 빌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여 대보름은 정말로 몸과 마음이 더 이상 편할 수 없는 최적의 시공간이었다.

    설도 좋고 추석도 좋고 단오도 좋고 처한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마음 가고 정이 가겠지만 난 절묘한 시점과 먹을거리로 봐서 정월 대보름을 곁에 둔다. 한겨울 동장군의 맹렬함을 입춘과 우수로 내치고는 만물의 근본인 땅의 기운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에 맞이하는 대보름은 우선 볼거리가 많다.

    “어디어디 떴나 쟁반같이 둥근달” 저녁 밤하늘을 환상으로 맞이하던 달도 일품이고 동네어귀 들판 개울가에서 콧구멍이 새까매지도록 ‘개불이 깡통’을 돌려대던 아이들의 왁자지껄과 불꽃이 자작거리는 꽤 여러개의 불깡통이 그려내는 아이들의 꿈만큼 컸던 환한 아우성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거기다가 마지막에 각자의 소원을 담아 돌리던 불깡통을 보름달을 향해 하늘높이 던지면 그로 인해 나타나는 불꽃놀이는 지금의 폭죽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실 전날 아침부터 대못 구해야지요, 적당한 깡통도 구해야하고 철사도 튼튼한 걸로 구해야하지요. 하여튼 당시는 그런 것들이 그리 흔하지 않았던터라 아버지한테도 삼촌한테도 이런저런 명령(?)을 하기도 했고 준비가 되면 내내 친구들과 구멍 뚫고 난리가 난다. 어떤 해에는 엄동설한이 너무나 깊었지만 손등이 갈라지도록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시금치 나물과 뽀빠이

       
      ▲ 뽀빠이와 올리브

    나물이야기를 구상하다보니 시금치 먹는 뽀빠이 생각이 났다.

    나는 유년시절 무협지와 만화를 거의 광적으로 좋아했다. 어떤날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몰입되기도 했다. 요즘아이들 게임에 빠지듯말이다.

    “뽀빠이~ 살려줘요!” 악당 부르터스에게 괴롭힘을 당할때마다 여자친구 올리브가 다급하게 소리치면 나타나서 얕잡아 보는 악당앞에서 ‘시금치통조림’을 한통 입에 털어 넣는다. 팔뚝이 엄청나게 커지고 힘은 슈퍼맨이 되면서 부루터스를 물리치는 캐릭터였다.

    시금치가 등장하는 이 뽀빠이 만화는 미국 어린이들에게 시금치를 많이 먹게 하기 위해 만든 홍보 영화라는데 여하튼 재미있는 것은 뽀빠이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식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나도 파란색 시금치나물을 먹고 조무래기 알통을 불뚝거리며 뽀빠이 처럼 힘이 세지기를 기대했다.
    "나는 힘이 세지. 시금치만 먹으면 마지막까지 힘이 샘솟지. 나는 뽀빠이, 나는 뱃사람"이라는 만화 주제가가 아직도 아스라한 추억저편에서 생생하게 서성거린다.

    내가 능력만 되면 ‘우리나물 뽀빠이, 산나물 뽀빠이’를 만들고픈 욕망이 있다.

    우리가 그 절기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은

    내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잡고 입맛을 돌게 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조금은 번거롭지만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자라게 하고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젊은 엄마들은 나물요리를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조금만 신경쓰면 풍부한 이야기가 산나물의 다채로운 맛과 멋을 도와서 밥상의 격을 몇단계 업그레이드 해줄텐데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산나물은 보관도 용이하고 종류도 다양하고 맛과 향기가 개체별로 다양하여 나무랄데가 없다. 1년내내 손님상에 내놓으면 내놓을때마다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잘 활용하면
    멋쟁이 엄마가 되고
    세련된 요리사가 되고
    센스있는 이웃이 되고
    식구들의 건강지킴이가 되고
    아이들의 미래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고사리 하나에, 비비추 하나로 밥상위에 올려진 산나물무침의 향기가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우리들의 입가를 빙그레하게 만든다.

    끝으로 오랜동안 인연을 맺어온 뱀사골아줌마를 추천하고 이야기 구성 자료를 기꺼이 제공해준 함양 창원마을에서 산촌유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햇살이모(김일복님)에게 감사인사 드린다.

    Tip. 나물의 종류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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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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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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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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