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싸움에 싸늘한 설 민심
        2010년 02월 16일 09: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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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세종시에, 4대강에 하루도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

    특히 세종시 문제는 이미 한나라당 당론으로 결정된 사안이다. 그런데 이것을 대통령이 다시 뒤집고 나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지만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데 불도저식으로만 밀어붙이려 하니 불꽃이 튀길 수밖에 없다.

    싸움을 지켜보는 언론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민들은 지쳐있는데 대통령이 설 연휴 특별연설로 다시 세종시 싸움을 붙였다(경향신문)는 반응부터 세계정세는 급변하는데 세종시에만 갇혀 있다는 비판(세계일보)까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마저도 싸움을 중단하고 민생을 챙기라고 충고하고 나섰다.

    다음은 16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무상급식 ‘지방선거 핵’ 부상>
    국민일보 <여 주류 "의원총회 열자" / 세종시 당론변경 본격화>
    동아일보 <"피로 쓴 민주, 그 소중한 역사">
    서울신문 <종이사전의 눈물>
    세계일보 <오늘 김수환 추기경 선종 1년 / "당신이 남긴 두 눈은 우리들 마음의 눈">
    조선일보 <여 ‘세종시 당론 변경’ 착수>
    중앙일보 <북, 주중 대사에 국장급 내정 / 차관급 임명 ’60년 관행’ 깼다>
    한겨레 <"한은 후임총재, 독립성 확보 가장 중요">
    한국일보 <세종시 3각 갈등 본격화>

    ‘의총’ 카드 던진 한나라당 친이계-‘생쇼’라고 받아친 친박계

    여론과는 달리 설 연휴 이후 세종시 정국은 전면전 상황으로 내닫을 판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친이계 일각에서 이르면 16일 세종시 당론변경을 논의할 의원총회 개최를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당론을 수정해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안 원내대표도 수용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친박계는 폭발직전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당론(세종시 원안) 폐지를 의한 의총은 무의미하다"며 "의총을 하면 국민들이 ‘생쇼’로 볼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은 16일 세종시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낼 방침이다. 야당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의 입안과 발표, 홍보과정에서 나타난 정치공작과 여론조작, 기업특혜 정경유착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4면 <"이제 그만 싸우고 경제를 살려라"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빨리 결정을"> 기사에서 소속 정파에 따라 설 민심 해석은 제각각이었지만 세종시를 놓고 그만 싸우고 경제를 살리라는 주문이 많았다는 전언은 비슷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2월16일자 4면  
     

    한나라당 주류(친이계)가 세종시 당론을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는 ‘113’이다(조선일보 4면 <113명>). 조선일보는 "친이계, 친박계 머릿수만 세면 어렵지 않을 듯도 싶은데 박 전 대표와 맞서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에 넣으면 만만치 않은 목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리면 정치를 못한다는 말이 있는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수정안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친이계 안에서는 ‘이명박-박근혜’ 회동이 방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향신문은 4면 <친이 "의총 열자" 당론 대충돌 초읽기"> 기사에서 "만남의 성사자체가 불투명한데다 설사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 비효율’을, 박근혜 전 대표는 ‘균형발전’을 내세우는 등 ‘가치’가 충돌하고 있어 타협이 이뤄질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결국 ‘세종시 정국’은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파국이라는 해답이 미리 마련돼 있다는 전망이다.

    동아일보가 전한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동아일보는 3면 <친이 "지체할 것 없다" 당론채택 속도전> 기사에서 "당내 논의 자체를 거부했던 친박계의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의총이 출구전략의 하나라면 찬성한다"는 유기준 의원 등의 발언을 보도했다.

    박근혜 전 대표, 미니홈피에 세종시 정면돌파 메시지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는 1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세종시 정면돌파를 암시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더욱 모두가 슬기롭게 대처하여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글을 남겼다.

       
      ▲ 국민일보 2월16일자 3면  
     

    국민일보는 3면 기사 <‘전의’>에서 글의 형식은 자신의 지지자에게 전한 덕담이었지만 세종시를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세종시 싸움을 앞두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은 것으로 보인다’는 친박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국일보도 3면 <일단 숨고르는 박> 기사에서 "박 전 대표가 발언 강도 등에서 다소 유연함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면서도 "다만 친이계 의원들이 거세게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려 할 경우 박 전 대표가 다시 강경노선을 주도하며 수정안 저지를 위해 쐐기를 박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종시 싸움, 이명박 정부 3년차 첫 설의 민심은 사납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내분이 본격화되면서 언론들도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싸움을 말리는 속내야 언론마다 다르겠지만 세종시 문제에 휩쓸려 다른 민생현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세종시 갈등의 책임자로 이 대통령을 지목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정치를 위한 세종시? 다시 싸움 거는 대통령>에서 "세종시 수정 강행을 위해 당, 정, 권력기관에 다시 총동원령을 내릴 것 같은 기세"라며 "강도 우화 싸움을 종결지은 지 하루만에 세종시 2차전을 알리는 선전포고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시민들이 지쳐 있을 때 한 번 더 밀어붙이면 제풀에 나가 떨어져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이 대통령만 고립되고 아집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으로 자기 위치를 설정하고는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국가 대 정치, 애국 대 매국, 나라 잘되기 대 나만 잘되기의 대립구도를 조성한다면 민주주의적 지도자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 <여당 당론도 ‘강행처리’ 할 건가>에서 "당론결정 움직임이 당의 주도가 아니라 철저히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게다가 그 내용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진정한 의미의 당론 수렴이라기보다는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이를 관철하려는 절차에 불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 3년차 첫 설의 민심은 사납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세종시에 갇힌 눈, 급박한 세계정세 제대로 볼까>에서 "세상은 숨가쁘게 돌아가는데도 정치권은 세종시 문제로 정쟁이 그칠 줄 모른다"며 "전형적인 우물안 개구리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2월16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세종시 논란 빨리 끝내라는 설 민심>에서 "충돌이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별다른 사전 조정 노력 없이 의총을 열어 논의를 강행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어느 한 정파의 몰락은 그 정파의 사정이지만 국정 운영에 재앙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 가운데 유일하게 세종시 사설을 실은 중앙일보는 <"그만 싸우고 민생 챙겨라">에서 "마지막 남은 기대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직접 만나 푸는 것"이라며 "그래도 안 풀리면 어쩔 수 없다. 어떤 결론이 나건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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