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웃는 것으로 보이세요?"
By 나난
    2010년 02월 14일 12: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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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근무할 때는 진심을 담아 웃어야 합니다. 미소는 여러분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나가서 그 자산을 활용하세요. 웃으세요. 진심을 담아서 웃는 겁니다. 진심으로 활짝 웃으세요.”(『감정노동』중 18p)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스튜어디스부터 대형 마트의 판매직 사원까지, 친절과 미소라는 가면의 뒤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 웃다가 병든 사람들에 관한 웃음과 망각의 보고서가 나왔다. 『감정노동』(알리 럭셀 혹실드, 이매진, 17000원)은 감정의 상품화와 감정 관리가 노동의 일부분이 된 감정노동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책 표지.

『감정노동』은 배우가 연기를 하듯 원래 감정을 숨긴 채 직업상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식당, 백화점, 마트, 서점, 주차장, 114, 홈쇼핑, 비행기에서 아름다운 미소와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감정노동』은 이들 감정노동자들에 대해 “낯선 이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웃어야 사는 사람들, 웃으며 죽어가는 사람들”이라 표현한다.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늘 긴장하며 자기감정을 관리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하지만 ‘진상’에게도 웃음으로 대해야 한다.

1983년 초판이 나온 뒤 지금까지 감정노동과 관련된 논의를 이끌어온 『감정노동』은  감정이 지니는 심리적 측면과 그런 감정이 시장에 상품으로 등장하게 된 사회적 흐름을 살펴본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감정노동자’, ‘감정 관리’, ‘감정 체계’, ‘감정 프롤레타리아트’ 등 여러 신조어가 탄생했으며, 미국사회학회에서는 감정사회학 분과를 만들기도 했다.

『감정노동』은 개인적 행위와 사회적인 감정 법칙, 사적 생활과 공적 생활에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교환 행위로 구성된 감정노동 체계를 통해 감정노동사회를 파악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한다. 또한 감정노동이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많이 부과된다는 사실도 분석한다.

『감정노동』은 그 동안 사적 차원에서는 개인의 자질 또는 인간적인 특성으로만 여겨지던 ‘감정’이 어떻게 시장 속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바뀌었는지, 시장에서 사람들이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리고 감정을 상품으로 판다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또 『감정노동』에서 감정노동의 양극단에 서 있는 승무원과 추심원의 노동을 묘사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 관리가 노동의 일부가 된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고 있는 저자는, 감정의 관리와 감정의 상업화라는 감정노동의 원리가 전혀 다른 직업의 전혀 다른 감정들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프로이트의 신호 기능을 감정에 관한 논의로 확대해, 사적 차원의 감정 관리가 사회적으로 조직되고 임금을 얻기 위한 감정노동으로 변형될 때 이 신호 기능이 손상되면서 인간성의 쇠진이 일어난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쇠진, 스트레스, 신체적 쇠약은 감정노동사회에서 살아가는 감정노동자의 특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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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알리 러셀 혹실드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의 사회학과 교수다. 여성 노동과 사회 문제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과 책을 썼다. 《감정노동The Managed Heart』(1983),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The Second Shift』(1989), 『시간의 구속The Time Bind』(1997)는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옮긴이 – 이가람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좋은 책을 한 장 한 장 번역하는 사이에 언어의 차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틈을 잇는 데서 번역의 매력을 느낀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랐네』(함께 옮김), 『위대한 유산』, 《보틀마니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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