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다시 찾는 '똘레랑스'
        2010년 02월 13일 11: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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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레랑스가 다시 소개된다. 지난 1995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되며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택시운전을 하던 홍세화 <한겨레>기획위원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 소개한 똘레랑스. 그것이 2010년, 다시 한 번 홍세화 기획위원에 의해 다시 소개된다.

       
      ▲책 표지 

    이번에는 그의 번역을 통해서다. 새 책 『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필리프 사시에, 홍세화 역, 이상북스, 15,000원)은 프랑스의 학자 필리프 사시에가 쓴 글을 그가 다시 번역한 책이다.

    그런데 왜 홍 기획위원은 다시 ‘똘레랑스’를 얘기하는가? ‘참다, 견디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tolerare’에서 온 똘레랑스라는 말의 정의는 16세기 초에 처음 등장한 이후 5세기 동안 논의되고, 끊임없이 확대되었다.

    ‘다시 똘레랑스’인 이유는 이제 단순히 ‘경제적인 인간’이라는 의미 외에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욱 절실한 가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입장과 생각을 ‘용인’하지 않고는 서로 다른 개성과 조건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똘레랑스가 없는 사회는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적대감과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들에 의한 압제가 공익과 진리를 지체 없이 이기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의 모든 부분이 경제적 가치에 압도되는 현실에서 ‘똘레랑스’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에 결핍되어 있고, 우리가 반드시 획득해야 할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하는 ‘똘레랑스’가 과연 무엇인지, 지난 5세기에 걸친 서양의 역사를 통해 되짚어보고 있다. 사회적 가치로서의 ‘똘레랑스’를 역사·철학적 근원부터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필리프 사시에는 “참된 똘레랑스는 나의 자유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남의 자유를 인정하는 하나의 윤리이며, 각 개인이 보다 우월한 원칙을 위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반하여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진정한 덕목”이라고 이야기한다.

    역자는 똘레랑스를 “‘차이’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나아가 ‘화이부동’에 가깝다. 즉, ‘다른 것을 그대로 놔둔 채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의미”라고 재정의한다.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의 생각을 억압하고 압제하는 행동(앵똘레랑스)에 단호한 반대를 요구한다.

    특히 이 책 앞부분에 실린 편집인과 홍세화 기획위원의 인터뷰는 보너스다. <성찰하는 개인에서 행동하는 시민으로>가 그 대답이 될 것이다. 이 글에는 ‘한국 사회와 똘레랑스’ ‘똘레랑스와 교육’ ‘똘레랑스의 미래’ 등에 대한 진지한 혹은 새로운 담론과 생각이 담겨 있다.

    또한, 홍세화 선생의 새로운 이론인 ‘자연과의 똘레랑스’라는 개념도 소개된다. “인간은 지배와 착취를 당할 때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주로 굴종합니다. 자연은 인간의 파괴, 착취 앞에서 굴종하지 않고 그냥 죽지요. 즉, 스스로 파괴됩니다. 이 차이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결국 인간의 탐욕에 기반한 지배와 착취는 인간의 반란에 의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자연의 비자발적 반란에 의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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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필리프 사시에(Phillippe Sassier)

    파리 10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파리 2대학에서 <종교개혁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프랑스 정치사상사에서 빈곤의 문제>로 정치학 국가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를레앙 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주로 현대사회 문제와 정치사상사를 강의했다. 《빈곤의 개념에서 소외의 개념으로》《위그 카페 사망 장소 연구》 등 수십 편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역자 – 홍세화

    1947년 서울 출생.
    1972년 ‘민주수호선언문’ 사건으로 대학에서 제적.
    1977년 대학 졸업.
    1977-79년 ‘민주투위’ ‘남민전’ 조직에 가담.
    1979년 3월 무역회사 해외지사 근무차 유럽으로 감.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빠리에 정착.
    1982년 이후 관광 안내, 택시운전 등 여러 직업에 종사하며 망명 생활.
    1995년 자전적 고백서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발간.
    1997년 《르 몽드》에 실린 기사묶음인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번역.
    1999년 문화비평 에세이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발간.
    2000년 《왜 똘레랑스인가》 번역.
    2002년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발간.
    2003년 《빨간 신호등》 발간.
    2009년 《생각의 좌표》 발간.
    현재 한겨레신문사 기획위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편집인.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마포 민중의집 공동대표.
    월간 《작은책》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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