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수사배후에 청와대 있을 것"
        2010년 02월 13일 10:1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2008년 분당이라는 ‘내우’에 휩싸였던 민주노동당이 창당 10주년을 맞는 2010년, 경찰과 전면전을 시작하며 ‘외환’에 휩싸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시국선언으로 시작된 경찰의 수사 칼 끝이 민주노동당을 향하면서 경찰과 민주노동당의 전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초부터 ‘정조준’한 것은 아니지만

    경찰과 검찰 그리고 권력의 민주노동당 정조준의 배경은 무엇일까. 아직까지는 경찰의 ‘애초부터의 본의’가 민주노동당을 조준사격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게 당 안팎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전교조, 전공노를 잡으려는 것이었는데, 시국선언으로 옭아매는 것이 실패하자, 민주노동당 가입으로 엮으로 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 역시 “처음부터 민주노동당을 겨냥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경찰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공식 수사보다 언론에 흘리는 방식을 취하는 것도 이번 수사에 민주노동당을 협조케 하기 위한 ‘위협’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겨레>에 보도 따르면 경찰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불법 행위를 수사중인데, 이를 민노당을 겨냥한 수사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권에 저항하는 공직자들을 향한 수사가 ‘야당 탄압’으로 비화되며 정치쟁점화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원내 야4당 연대를 통해 서버수사 문제에 대응하고자 했던 것은 경찰의 이 같은 약한 고리를 노리고, 확산된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은 “불법계좌, 돈 세탁 운운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이것이 보수언론을 통해 가공되면 민주노동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11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민노당이 누구보다 깨끗한 정당이라고 외쳐왔던 만큼 도덕성 증명을 위해서라도 의혹 여부는 가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동아일보>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사설을 통해 “민노당은 또 어느 당보다 도덕성을 강조해왔다”며 “그런 당이 정당가입이 금지돼 있는 교사와 공무원들로부터 당비를 받은 것도 모자라 불법계좌를 만들어 100억 원 이상을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연대 약화 노린 기획수사

    때문에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이 문제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약화시키기 위한 정권의 의도적인 민주노동당 탄압”으로 보고있다. 즉 경찰의 수사가 ‘순수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10일, <BBS>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라서 예상도 못했다”며 “이는 단순한 경찰의 판단에 따른 일상적인 수사라고 보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공방에 대해서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검찰 수뇌부가 청와대까지도 다 협의하에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야권연대에 민주노동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정치적 표적으로 타격을 입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도 1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이 사안은 청와대 또는 그 이상의 기관들이 개입한 의도되고 계획된 민주노동당 죽이기”라며 “전교조의 시국선언으로부터 출발했으나 근본적인 목적지는 민주노동당이고, 지방선거에서 반한나라당 야권공조를 파괴하고 민주노동당에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은혜 수석 부대변인 역시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선거연대를 방해하고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피해보려는 정권의 야당탄압에 더 확고한 연대로 맞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

    현재로서는 민주노동당이 분명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온 당력이 경찰과의 대응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연일 경찰에서 정신없이 쏟아내고 있지만,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당에 여력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법적 타격을 입히기에 허술한 면이 많은 만큼 민주노동당의 입지를 더 굳게 만들어 놀 수 있다는 희망섞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불법자금 관련해 경찰이 밝히는 내용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세상에 불법계좌를 자기 이름으로 갖고 있는 경우도 있는가”라며 “버젓이 민주노동당 명의로 돼 있는 계좌와 그 자금을 불법계좌, 불법자금이라고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당비, 기관지구독료 등을 한 개의 통장으로 모두 거두어, 당비는 당비 통장으로, 기관지 구독료는 기관지 등으로 나눠주는 것이 합리적인데,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알아보지도 않고 여론부터 몰고보자는 경찰과 검찰이 한심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유은혜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역시 “불법정치자금이라면 어떻게 오랜 기간 공개되었던 계좌를 이용할 수 있겠나”며 “오랜 기간 공개된 계좌로 불법정치자금을 입금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것을 어떻게 불법정치자금으로 단언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들이 격려 전화를 해 준다. ‘민주노동당이 55억 세탁, 100억 조성 믿지 않는다. 흔들리지 말고 6월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맛 보여줘라’는 격려 전화도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