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마누라들 단체로 잡는 날
    2010년 02월 13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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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민족 명절이 닥쳤다. 기혼 여성들을 ‘잡는 날’이다. 명절 제사 차림이라는 게 근본적으로 웃긴 것이, 조상숭배 의식이라는 데 있다. 조상숭배 준비를 왜 여성이 해야 하는데?

한국은 종법질서 가부장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문화권이다. 이것은 적장자가 가문을 계승하는 체제를 말한다. 즉, 아버지에서 아들로 가문의 법통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족보다.

마누라들 단체로 잡는 날

족보는 단 한 쌍의 조상에서 수많은 후손들이 갈라져 나오는 모델이다. 물론 한 쌍의 조상에서 중요한 건 남자다. 오직 부계만 의미 있을 뿐 모계는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에게도 부모님이 계시겠지만, 우리집 족보에 어머니의 부모님 따위는 적혀있지 않다. 어머니는 중요하지 않은, ‘여자’이니까.

명절에 치르는 조상숭배 의식은 철저히 남성들의 계보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준비도 남자가 해야지, 왜 여자들이 죽어나야 되는데? 자기들 위주의 숭배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그 준비는 여성들에게 다 떠넘긴 이 땅의 남성들은 정말 찌질하다.

여성들은 그저 노동력만 제공할 뿐이다. 노예인가? 여성들이 명절에 감당하는 육체적, 정서적 노동은 상상초월이다. 육체적 노동이라 함은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방을 치우는 노동을 말한다. 정서적 노동이라 함은 시댁 식구들에게 고분고분 상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남는 것은 스트레스와 우울증뿐이다.

 

   
  ▲12일 서울역 앞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며 ‘평등명절’ 피켓을 들고 있는 진보신당 당원들.(사진=진보신당 홈페이지) 

한 마디로 이 땅에서 명절이란 가부장제 시스템이 마누라들을 단체로 잡는 날인 것이다. 영남의 한 전통 가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집 대청마루 위엔 밥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상들이 제사 때와 명절 때 일제히 아래로 내려와 마누라들의 어깨에 얹힐 것이다. 난 그 상들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아줌마닷컴’이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더 있다 가라”였다. 더 있다 가라는 덕담이 지긋지긋한 해코지를 들린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민족의 명절이고 뭐고, 그 화사하고 정겨운 이미지가 모두 ‘구라’였던 셈이다. 그 바닥엔 며느리들의 피눈물이 깔려 있었다. 며느리들은 다만 초인적인 감정노동으로 웃음을 가장해왔을 뿐이다. 대신 속으로 화병을 끌어안으며.

 

아줌마 82%, 명절증후군

응답자의 82%가 명절증후군을 겪어봤고,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는 “준비하느라 수고했다”, 2위는 “어서 친정 가라”였다. 친정에 가면 이번엔 백년 손님인 사위를 맞은 친정 엄마의 ‘개고생’이 기다린다. 이래저래 마누라들만 죽어난다.

물론 여성들의 중노동은 명절만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부인의 가사 노동 시간은 3시간 28분인데 남편은 32분이다. 6.5배 차이다. 수입 노동시간까지 합쳐 총 노동시간을 계산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1시간 36분을 더 일한다.

노동유연화 등으로 노동조건이 악화될 때 여성에게 가장 먼저 피해가 돌아가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즉,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여성을 잡는 것이다. 이런 데도 남성인권을 지키겠다는 ‘남보원’이라는 단어를 듣고 화를 내는 남성이 없다. 한국 남성의 찌질함이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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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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