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향길에 생각하는 부모님 소득 보장
        2010년 02월 11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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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례행사를 하듯이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명절을 맞아 성묘도 하고, 조상에게 차례도 지내야 하지만, 우리가 고향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이 거기에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면 도로 정체로 밀리는 길을 보는 것 보다 더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자신의 젊음을 모두 바쳐 우리를 키우셨던 부모님, 이제는 편안하게 쉬도록 모시고 싶지만, 매일 매일을 살아가기에 바쁜 상황에서 한번 씩 찾아가 뵙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박봉에 주택 할부금이나 집세도 내어야 하고,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 지출도 빠듯한데, 부모님들에게 많지 않은 용돈이나마 매달 드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노인 빈곤률 OECD 평균 3.4배

    이미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중의 10.3%로 증가하였다. 동시에,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1%로 경제개발협력기구 3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OECD 평균의 3.4배나 된다. 이것은 노인 인구 100명 중 45명이 중위 소득의 절반이 안 되는 수입으로 사는 빈곤층이라는 것이다.

    또한, 연금과 퇴직금을 포함하여 노인들이 손에 쥐는 소득은 일 할 때의 42.1%(OECD 평균은 59.0%)에 불과하여, 매우 낮은 실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고령화종합보고서(2008)에 의하면, 만 60세 이상 노인 가구 중 25% 가량이 ‘절대빈곤’ 상태로, 이들 가구의 평균소득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36만 원에 불과하였다.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은 퇴직 후 국민연금 지급이 개시되는 10여 년 간 퇴직금을 잠식하거나 자영업을 하면서, 자력으로 살아야만 한다. 그나마도,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경우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 1,834만 명 중 납부 예외자와 지역 미납자가 각각 503만 명, 248만 명이고, 국민연금 및 특수연금 미가입자도 1,166만 명이나 돼 우리나라 생산가능연령(20~64세) 인구 3,145만 명 중 각종 연금에서 사각지대에 방치된 인구수가 1,917만 명이나 되는 등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박은수 의원, 2009)

    생산인구 급감, 부양인구 급증

    지난 참여정부에서 통과된 법에 따라 생활이 어려운 노인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법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수준이 전체 60% 이하인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소득의 5%인 매달 8~9만원씩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순차적으로 지급대상을 확대하여 내년 1월부터 연금수령 대상이 되는 70세 이상자는 190만 명, 내년 7월부터 적용되는 65~70세 노인은 110만 명으로 모두 300만 명 등 전체 노인의 70%에게 대해 지급하게 된다.(2010년 보건복지가족부 업무 보고) 그러나 매달 최대 8~9만원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올해부터 9년 동안 신규로 712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를 시작한다. 그 동안 자식들 교육비 대느라 은퇴자금 마련은 꿈도 못 꾸어 보았다는 이들은, 퇴직하면 퇴직금과 국민연금뿐이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인구도 정규직들에 불과하지만, 받아도 대학원생과 대학생인 두 자녀의 학비를 대느라 진 빚과 주택을 구입하면서 은행에서 대출한 돈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에서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이들이 은퇴하면서 한국은 생산인구가 급감하고 부양인구는 급증하는 비상사태를 맞게 된다. 이제 노인 빈곤 문제는 우리 부모님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40대와 50대, 그리고 우리들의 문제가 된 것이다.

    ‘기초보장 연금제도’ 도입 제안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보아도 노인의 빈곤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첫째, 노인들의 빈곤은 노인 학대와 노인자살 등의 중요한 원인으로 이미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 1월, 충청북도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노인 학대 사례 피해자 102명 중 75명(73.5%)은 저소득이거나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빈곤세대에 속했다. 즉, 충북도 내에서 일어나는 노인 학대의 73.5%는 빈곤가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파른 고령화 추세 속에 1995년 48만 가구였던 독거노인 가구는 2000년 70만 가구, 2005년에는 97만 가구를 넘어섰다. 해마다 구정이나 추석 명절에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비관하여 노인들의 자살이 급증한다. 자식들의 왕래 없이 혼자 살던 80대 노인이 외로움에 못 이겨 목을 매 숨진 사건이 올해에도 또 생길 것이다.

    둘째, 노인의 빈곤 문제는 자녀들의 노인 부양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노인의 빈곤은 노인 질환으로 연결되어 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별도의 근로소득이 없는 대다수의 노인들은 자녀들에게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들의 78.6%가 사적 이전 소득을 수입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복지국가혁명, 2007)

    즉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녀가 주는 생활비와 용돈,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기초노령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부양 부담을 대부분 개인과 가정이 책임져야 하는 사회복지제도의 부실로 인해,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노인 부양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998년엔 ‘부양책임이 노인 스스로에게 있다’는 응답이 8%였지만 2006년엔 무려 46.3%가 그렇다고 답하는 등 늙은 부모를 떠맡으려 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통계청, 부모의 부양책임에 대한 태도, 2008)

    이러한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대응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기존의 용돈 수준의 ‘기초노령연금’과 구분하여, “기초보장 연금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6월 선거 제대로 찍자

    65세 이상이 되는 전 국민들에게 국민 평균 소득의 35% 수준의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고, 이에 미달할 경우 부족한 액수 만큼을 채워주는 등 아무런 준비가 없는 분들에게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조세로 충당한다고 하여도 2030년에 GDP 대비 1.0∼1.8%, 2050년에는 GDP 대비 1.7∼2.7%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더하여, 소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공적 연금에서 소득비례 연금제도를 강화하여 실질적인 노후 소득이 보장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신 국민들은 지금도 매달 20∼30만원씩 지출하고 있는 노후 대비 민간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 국민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연금을 받게 되면서 노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구매력이 커져, 내수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나와 나의 자녀들이 더 이상 부모의 생활비를 가계비에서 덜어내어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 우리네 가정의 가처분 소득은 늘어나게 된다.

    국가의 역할은 국방과 외교, 치안만이 아니다. 국가는 국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국민의 노후 보장을 전적으로 자신과 자녀들에게 맡기는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명절 때 마다 부모를 찾아 가는 것은 우리세대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자녀를 효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노인들에게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기초노령연금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만이 해답이 될 것이다. 이번 구정 때 가족들이 모이면, 어느 정당과 정치세력이 말로만 하는 기초연금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초연금을 시행하여 나의 주머니에서 지출을 줄여 줄 수 있는지를 논의해 보도록 하자.

    그리고 어느 후보가 노후 소득을 더 잘 보장할 수 있을지, 6월 지방선거에서 찍을 사람을 제대로 골라보도록 하자.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www.welfaresta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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