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스마트폰 속으로 가라"
    By 나난
        2010년 02월 11일 04: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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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7일 오후 이화여대 환경미화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공공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에 가입하는 분회 창립 출범식이 트위터로 생중계됐다. 사진과 함께 생중계된 출범식은 1~2시간 동안 약 100여명이 이대 환경미화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리트윗(RT.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자신의 팔로워에게 전달하는 것)가 이어졌다.

    이대 환경미화원노조 설립 수만 명이 함께 해

       
      ▲ 이화여대 환경미화원노조 설립을 축하하는 트윗터들.

    한 사람이 적게는 수십 명에서부터 많게는 만 명이 넘게 팔로워(트윗한 글을 읽는 사람)들을 가지고 있으니 이대 환경미화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소식을 수만 명이 함께 했다는 얘기다. 트위터라는 새로운 웹 시스템과 스마트폰의 결합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손에 스마트폰을 두고 인터넷을 하거나 트윗을 하는 경우를 보는 경우도 이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스마트폰 전용 프로그램, 앱)의 미국 계정에는 백악관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이 ‘앱’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과 브리핑, 회의록 등을 볼 수 있다. 아이폰이 있다면 백악관의 정책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를 비롯해 일부 공공기관에서 ‘앱’을 만들었거나 계획 중에 있다. 목적은 하나다.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셈이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어떨까? 2010년 사업계획에 여전히 모바일 웹(스마트폰에 맞게 설정된 웹페이지. 인터넷 홈페이지보다 간략하게 만들어져 로딩 속도를 줄이고 간편히 화면을 볼 수 있게 만들게 된다)이나 민주노총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계획은 없다. 다만 일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진행되는 얘기뿐이다.

    여전히 수백 만 원의 돈을 들여서 유인물은 수십 만장을 찍고 조합원 수백 명을 동원해서 전철역이나 중심가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선전전’이나 일간지에 수백만 원짜리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 이른바 ‘대국민 선전’의 모든 것이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라

    모바일 웹이나 ‘앱’의 필요성을 느낀다 하더라도 민주노총의 사업 집행 결정 과정상 실무진의 아이디어, 실무진의 안건 마련, 상집회의, 중집회의 등을 거쳐 실제로 올해 안에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해야 한다. 아무리 늦었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얼마 전 한 지인은 술자리에서 "민주노총. 이름이라도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한나라당을 봐라, 민자당에서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모든 걸 버렸다. 그렇게 해서 정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민주노총 간부들은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솔직히 일반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름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정신으로 사업을 해야 그나마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고 했다. 그렇다. 민주노총이 좀 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지 않는 한 민주노총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 모바일용 다음 페이지, 일반적인 컴퓨터 화면 구성보다 단순하다.

    그렇다면 민주노총 모바일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에는 무엇이 담겨져야 할까? 첫째, 서비스가 우선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사람에 대한 보답이 이어져야 한다. 단순히 민주노총에 대한 호기심에 다운받아도 콘텐츠가 충분하다면 계속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노동관계법에 대한 설명은 물론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노동에 대한 법률적 지식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노동에 대한 모든 궁금한 점을 민주노총에 가면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되게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해결하지 못하면 하다못해 노동자 편에 설 수 있는 변호사나 공인노무사를 소개라도 해줘야 한다.

    둘째. 민주노총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 민주노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언론에서 얘기하는 ‘민노총’이 아니라 왜 ‘민주노총’으로 불러야 하는지 쉽게 알려줘야 한다.

    셋째. 노동의 역사가 담겨져야 한다. 메이데이의 유래는 무엇인지, 전태일 열사는 누구인지, 민주노총은 왜 11월에 전국노동자대회를 여는지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

    넷째. 민주노총의 입장과 소식이 전달되어야 한다. 보수 언론에 의해 왜곡된 노동 관련 소식에 민주노총의 정확한 입장과 해설, 논평이 실려야 한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사노맹’은 당시 첨단을 달리던 전자수첩을 이용해 활동을 했다고 한다. 안기부가 전자수첩의 암호를 푸느라 고생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후에도 이른바 운동권들은 ‘피시통신’을 활발히 활용하는 등 새로운 매체에 빠르게 적응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운동권’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진화하는 소통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이제 아마도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은 무선 통신에서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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