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동아의 'MBC 사태' 침묵
        2010년 02월 10일 09: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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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앞 등불, MBC의 위태로운 지금 상황이 딱 그 형국이다. 엄기영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의 일방적인 친여인사 선임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하면서 MBC가 격량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MBC 노동조합은 총파업 투표를 앞두고 있다.

    MBC의 영향력, 엄기영 사장의 인지도, 사태의 중요성. 이 중 어떤 것을 고려하더라도 현 MBC 사태는 큰 기사거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신문은 엄 사장이 사퇴한 어제 관련 스트레이트 기사만을 보도했을 뿐, 이날 아침신문에는 MBC 사태에 관한 기사를 싣지 않았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그렇다.

    MBC 사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신문,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신문, 침묵하는 신문으로 나뉘는 신문의 현재를 보면서 언론계가 우려하는 방송의 미래가 어쩌면 일부 신문의 현재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다음은 10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세종시 수정’ 홍보물 주택가에 무차별 살포 여론몰이 도 넘었다>
    국민일보 <북 6자복귀 급물살 탄다>
    동아일보 <북 올 식량 넉달치 부족 계속되는 ‘고난의 행군’>
    서울신문 <‘세종시’가 ‘민생’을 삼켰다>
    세계일보 <주택임대소득 과제 불합리>
    조선일보 <이 대통령 지도자론 언급 박근혜 전 대표 겨냥했나>
    중앙일보 <민노당 불법자금 55억 돈세탁 혐의>
    한겨레 <‘입막힌’ 방송…독재시대로 후퇴 우려>
    한국일보 <북 ‘6자 복귀’ 조율 속도내나>

    MBC 사태 그리고 중앙·동아의 침묵의 카르텔

    한겨레는 엄기영 MBC 사장의 사퇴를 정권의 MBC 장악으로 규정하고 ‘한국 언론 기능의 심각한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방송 장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한국 언론 및 민주주의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1면 <‘입막힌’ 방송…독재시대로 후퇴 우려>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 득세한 ‘정부 홍보 방송’으로의 자기 변신 △비판 목소리가 거세된 ‘침묵의 카르텔’ △ ‘보도의 보수화’보다 ‘공영방송 제도 자체의 붕괴’를 그 사례로 꼽았다.

       
      ▲ 2월10일자 한겨레 1면.  
     

    주목할 점은 한겨레가 지적한 ‘침묵의 카르텔’을 이날 신문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MBC 사장이 외압에 못 이겨 결국 사퇴했음에도 어떤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문제제기하는 반면, 어떤 신문 어제(9일) 엄 사장 사퇴 기사를 스트레이트로 전했을 뿐, 별도 해설기사를 싣지 않았다. 오늘 신문은 더욱 극명하다. 경향과 한겨레는 관련 기사와 해설기사 시론 사설 등을 통해 방문진의 현 행태를 비판한 반면, 중앙과 동아에는 관련 기사가 아예 없다. 동아와 중앙이 MBC 관련 기사를 싣지 않은 이유는 현재의 MBC 사태가 정말 기사가치가 없어서 일까.

    조선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은 MBC 상황을 간략히 스트레이트 기사로 전했다. 조선은 6면 <MBC 노조, 방문진이 선임한 이사 2명 출근 저지…1명은 통과>에서 8일 오전 MBC 이사들의 출근 상황을 보도했다. 국민은 2면 <출근길 막힌 MBC 신임 이사> 사진만 실었다. 서울신문과 한국일보는 MBC 신임 사장 일정 관련 기사와 사설을 실었다.

    “정관·관행 무시한 방문진의 MBC 이사 선임”

    MBC 이사 선임권은 방송문화진흥회가 갖고 있습니다. 다만 사장이 추천하는 사람을 고려할 수 있다, 그 정도입니다.” MBC 사태에 대한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주장이다.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은 이날 35면 시론 <방문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방문진법 정관을 근거로 김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관 어디에도 방문진이 MBC 이사진을 선임할 근거가 되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으며,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사진 구성 때문에 관행적으로 사장이 추천하는 이사진을 이사회가 추인하는 관행이 굳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 2월10일자 한겨레 35면.  
     

    "방문진의 업무를 규정한 법 5조2항은 방문진이 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리 및 감독의 범위는 방문진 이사회의 기능을 규정한 10조에서 MBC의 공적 책임, 기본운영계획, 결산 승인, 경영평가 및 공표, 정관 변경 승인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하도록 구체화했는데, 법과 정관 어디에도 MBC의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는 것이다. 해석은 방문진 이사회 몫이지만 방문진법과 정관의 정신은 방문진에 대주주의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방송사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임 물론이다. 이 정신에 따라 사장만을 방문진이 선임하고 본부장 이하 임직원의 인사권은 선출된 사장에게 사실상 일임하는 관행이 확립된 것이다."

    성 전 논설주간은 “우리 사회가 방문진의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되었다”며 “이사회의 구성을 정당들이 나눠 차지하는, 법 정신에 위배되는 ‘관행’은 깨고, 방송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가 지켜왔던 권한행사 자제의 ‘관행’은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 “보수 국가 개조의 아젠다”

    경향은 엄기영 MBC 사장의 사퇴는 사실상 정권의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 속에 이뤄진 밀어내기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행보가 미디어법 강행·KBS·YTN에 대한 낙하산 투입에 이어 MBC 엄기영 사장 퇴진으로 극점에 이르렀다고 봤으며 이는 언론장악을 통한 ‘여론통제’, 그로인한 정권 안정 기반을 마련, 나아가 보수화 사회의 틀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은 3면 <국정 일방홍보·보수 재집권 ‘눈엣가시’ 빼기>에서 “정부의 미디어 장악 로드맵은 경영진 물갈이와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양축으로 사실상 완성단계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잇단 국정난맥으로 취약한 현 정권으로선 ‘언론장악-재집권 토대 마련’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의도가 궁극적 배경으로 결국 ‘정권 기반 강화-언론지형 변화-대기업 이해’의 3박자가 맞물린 보수 국가 개조의 아젠다인 셈”이라고 말했다.

       
      ▲ 2월10일자 경향 3면.  
     

    ‘유착 의혹’ 김재철 청주MBC 사장, 새 사장에 거론

    MBC가 KBS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향은 3면 <친정부로 급선회 ‘KBS 전철’ 밟나>에서 ‘MB 특보’ 출신의 김인규 KBS 사장 임명으로 “‘특보 출신은 공영방송 사장이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이 깨진 이상 정치권 전력 인사들을 MBC 사장으로 밀어붙이는 데 대한 부담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며 “유착 의혹으로 노조에서 ‘부적격자’로 분류했던 김재철 청주MBC 사장의 이름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매거진2580>, <뉴스후> 등 비판적인 프로그램이 고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겨레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존재의 이유를 물었다. 한겨레는 5면 <방문진, 언론 지키랬더니 정권 손발 노릇>에서 “방문진은 군사정권의 그늘 아래 있던 MBC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1988월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 언론계가 제안하고 여당이 받아들이면서 설립됐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런 방문진의 기본정신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새 방문진이 소유와 경영분리, 경영과 편성 불리라는 언론의 기본 원칙까지 뭉갰다는 지적이다. 방문진이 MBC 본부장을 직접 선임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한겨레는 사설 <이런 방문진은 유지할 이유 없다>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킬 책임이 있는 이사들이 독립성을 부정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해임 사유가 된다. 나아가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방문진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방문진법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정부 쪽 이사들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신문에서는 언론의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이 대통령의 충북 방문 기사다. 세종시 특혜로 인한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고자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처음 충청지역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날 이 대통령의 충북 방문 기사도 신문사에 따라 다른 형태로 보도됐다.

    국민 서울, 충북 간 이 대통령 발언 ‘그대로’

    첫 번째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실어준 유형이다. 국민일보 5면 <MB "세종시 최고 수혜지역은 충북">, 서울 2면 <“충북이 세종시 최대 수혜지역”> 등이 그 예다. 서울은 기사에서 “세종시가 들어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형성되면 충북이 가장 큰 수혜 지역이 될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준비가 돼 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지원하고자 한다”면서 “충북의 정보기술(IT)·바이오·태양전지 등의 발전 목표가 녹색성장과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청주공항 지원 방안에 대한 발언도 이어갔다. 충북이 세종시 수정안의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주장만 담겼을 뿐 정말 어떤 근거나 검증, 비판적인 시각도 찾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역언론사 사장단 오찬간담회도 가졌다.

       
      ▲ 2월10일자 서울 2면.  
     

    경향 "선물보따리로 선심성 공약 남발"

    두 번째는 경향 유형이다. 경향은 4면 <이 대통령, 박근혜 겨냥 ‘강도론’>에서 “계기는 충북도 업무보고였지만, 이 대통령은 사실상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며 “세종시 특혜에 따른 충북 지역의 ‘역차별’ 논란을 달래고, 세종시 수정에 부정적인 충북 민심을 바꾸기 위해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각종 공약도 제시했다”고 말했다. 충북의 숙원사업이던 오창과 오산에 대한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청주공항 활성화를 ‘선물보따리’로 규정하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 2월10일자 경향 4면.  
     

    조선·한겨레 "’강도발언’ 박근혜 전 대표 겨냥"

    다음은 조선일보과 한겨레의 보도유형이다. 조선은 1면 머리기사 <이 대통령 지도자론 언급 박근혜 전대표 겨냥했나>에서 “모든 것을 그냥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인 계산을 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이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차기 지도자로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은 5면 <MB, 박에 기대→아쉬움→실망으로>를 싣기도 했다.

       
      ▲ 2월10일자 조선 1면.  
     

    한겨레는 10면 <충청 간 이 대통령 “강도들면 집안싸움 멈춰야”>에서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야당은 물론, 여당의 박근혜 전 대표 쪽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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