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통합노조 추진, 형식 아닌 내용 우선
        2010년 02월 09일 0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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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일 레디앙에는 ‘공공현장’이라는 필명으로 ‘통합산별노조 건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는 제목의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새해백두 노조법 개악 등 엄혹한 정세에서 공공운수통합노조 건설, 특히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맺고 있다.

    ‘2월에 개최되는 연맹과 산업노조 정기 대의원대회는 그런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또 다시 통합산별노조 건설이 좌절된다면 현실적으로 더 이상의 통합산별노조 건설논의는 전개되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공공운수부문에서 산별운동은 엄청난 후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쉽지 않은 2010년의 당면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적어도 연맹 산하조직에서 활동하는 조합간부와 활동가들은 역사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대의원대회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정세인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타개 방향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지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식적 통합으로 문제해결이 가능한가?

    글은 ‘전공노와 전교조에 대한 상식(?)을 넘는 탄압’을 제기하면서 정작 ‘시급한 통합’이 불러올 탄압에 대해서는 적시하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연맹의 최대조직인 운수노조는 이미 화물연대를 포괄하고 있다는 이유로 설립취소 압박을 받고 있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더라도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통합공공운수노조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질리 만무하다. 공기업이 대부분인 연맹 산하사업장에서 이런 ‘법외노조’상태를 감내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조합원들은 물론 ‘조합간부와 활동가’들조차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통합이 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통합만능론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보아야 한다.

    글은 또 ‘통합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이러저러한 비판과 문제제기가 있다. 적지 않은 부분에서 타당한 비판과 지적’이라고 하면서도 통합을 시급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은 ‘수구적인 태도’라고 못 박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잘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일이지 변화된 조건과 상황은 무시하고 ‘반산별적’이며 ‘최하수의 방안’으로 매도하고 시작한다면 어떠한 논의도 진척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 태도가 수 년 동안 논의를 공전시킨 핵심이 아닌지 되새겨볼 일이다.

    상정될 안은 ‘통합노조’가 아닌 ‘준비위’

    <공공현장>의 글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2월 9일 상정될 안은 ‘통합노조’안이 아니라 ‘(가칭)공공운수노조건설준비위원회’안이다. <공공현장>의 희망과 주장과는 달리 공공운수연맹 내의 조합간부와 활동가들은 당장 통합노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도부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즉시통합’이 아닌 ‘일정기간 존속되는 준비위’안을 제출한 것이다.

    연맹은 이미 1월에 중앙위원회를 통해 이런 안을 확정했음에도 2월 1일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통합’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온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2월 9일에 제출될 안은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한 안과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 ‘다름’의 핵심은 ‘준비위’ 전환 역시 규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2/3 의결이 요구되는 규약개정을 그나마 ‘쉽게’ 하기위해 일반방침인 ‘준비위안’과 ‘규약개정안’을 별도의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다.

    일단 복잡하다. 따라서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이 난해한 의사안건은 사실 ‘연맹의 기능을 통합노조 건설준비위로 전환하기 위한 규약개정안’으로 해야 마땅한 것을 별도의 안건으로 처리하자고 하니 복잡해 진 것이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순차적으로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

    집행부의 의도는 예컨대 어떻게든 준비위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방침’으로 준비위 전환 건을 처리하고 그에 따른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처리한 후 마지막으로 특별결의인 규약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것인데, 이런 기묘한 절차는 편법이며 사실상 협박에 가깝다. 규약개정을 해주지 않으면 앞서 결의한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가니 2/3 이상 찬성해 주시라는 것이다.

    준비위 일반방침은 임원-사무처-중앙위원-대의원의 기능과 역할의 변경을 수반하는 바 그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위 또는 중앙집행위원회로 위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규약상 의결 및 집행구조의 중요한 변경을 하위 의결기구로 넘기는 것도 문제이다. 더 나아가 설사 연맹에서 이러한 준비위안이 통과된다 한들 곧 이어질 운수노조와 공공노조 역시 규약개정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또 어찌할 것인가?

    공동사업 공동투쟁으로 상황을 돌파해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15만 공공운수연맹 산하조직 전체를 위험하게 만드는 건준위 안을 반대하는 것이다. 형식-절차-내용상의 하자가 분명한 건준위가 아니라 연맹을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그 투쟁본부가 공동의 사업과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단결의 기운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형식적 통합을 추진하여 정권과 자본에 빌미를 주고 산하조직을 불안하게 하는 조직전환을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용적 단결과 연대의 기운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규약개정까지 해가면서 문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 아니라 철도를 비롯한 공기업 탄압, 운수노조 설립취소 대응 등 연맹 내에서 분출하는 투쟁의지를 하나로 모아내고 공동의 사업과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준비위라는 애매한 체계가 아니라 오히려 투쟁본부가 감당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고 내용도 풍부해 질 것이다.

    오랫동안 지연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지도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면 제대로 된 산별노조 건설과 공공운수노동자의 단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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