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합격, 과연 지역에 득일까?
        2010년 02월 09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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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부 들어 교육은 이야기꺼리입니다. 거의 매주 한 두 가지 이슈가 나옵니다. 오늘도 교원성과급을 학교단위로 주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학업성취도 평가 향상도 등이 기준이라는데, 일제고사 성적이 오른 학교에 돈을 주겠다는 겁니다.

    지난 주는 뭐니뭐니해도 서울대 합격생입니다. <동아일보>가 2010학년도 합격자 현황을 학교별로 단독 보도하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서울대 합격 20명 이상 학교들은 한 학교만 빼고 모두 특목고”라며 특목고 강세가 우선 이야기됩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의 서울대 합격생은 몇 명”, “서울대 많이 보낸 학교는 어디 어디”, “첫 서울대 합격생 배출한 우리 지역 모 학교 쾌거”, “인구 대비로 따지면 우리 지역 많이 합격” 등이 뒤를 잇습니다.

    이 신호들이 모이는 곳은 하나입니다. ‘서울대 많이 가자’입니다. 이를 위해 학교, 교사, 학생은 매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교육청이나 지자체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멀지 않아 일제고사 성적이 발표되면 압력은 보다 심해집니다.

    그런데 지역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우리 현실에서 서울대는 학생과 학부모의 꿈입니다. 하지만 지역 입장에서도 그럴까요.

    지방 특목고생 중 지역에 남는 학생은 100명 중 14명 정도

    우리 교육의 성공 코스는 ‘영어→특목고→일류대’입니다. 여기에 승차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면서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키고 특목고의 눈을 두드립니다. 그래서 특목고나 자사고를 아예 우리 동네에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난무합니다.

    그런데 조금 재밌습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07~2009년 3년 동안 특목고(외고, 과학고, 국제고)와 자사고에 입학한 학생 중 해당 시도 학생은 73.5%입니다. 10명 중 7명이 그 지역 아이입니다. 물론 중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일 겁니다.

    학교를 마치고 진학할 때에는 달라집니다. 3년 동안 21,461명이 진학하였는데, 이 중 자기 지역의 대학으로 간 학생은 2,921명으로 13.6%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진학생의 58.8%는 서울로 갔습니다. 곧, 지방 특목고와 자사고에 해당 시도 학생들이 많이 들어가지만, 학교 마치면 웬만하면 그 지역을 떠납니다. 절반 이상은 서울로 갑니다.

    떠난 학생의 비율이 가장 많은 지역은 광주입니다. 3년 동안 209명 중 209명이 모두 광주를 벗어났습니다. 아무도 광주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은 강원도입니다. 577명 중 575명이 떠나고 2명이 강원도 내 대학으로 진학합니다. ‘잔류율’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나, 0.3%입니다. 그리고 152명 중 4명이 남은 충남(2.6%), 771명 중 25명이 남은 인천(3.2%), 545명 중 27명이 남은 울산(5.0%)이 뒤를 잇습니다.

       
      

    남는 학생은 해마다 줄어듭니다. 2007년에는 6493명 중 1112명(17.1%)이 자기 시도 대학으로 진학하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는 7152명 중 915명(12.8%), 2009년에는 7816명 중 894명(11.4%)으로 감소합니다. 지금은 10명 중 1명 조금 넘는 학생이 남습니다.

    지역의 장래를 걱정한다면 특목고와 자사고를 다르게 봐야

    올해는 지방선거의 해입니다. 시도교육감과 교육의원도 함께 뽑습니다. 보수세력은 언제나 그랬듯 특목고와 자사고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과 지역의 입장이 동일할까요. 학생과 학부모 개개인 입장에서는 서울대 가기 위한 통로로 특목고와 자사고를 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입장에서는 특목고와 자사고는 블랙홀입니다. 우수한 학생을 끌어다가 서울로 보내는 통로입니다. 두뇌유출의 장입니다. 만약 시청이나 도청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재정을 지원한다면, 지역에 남지 않는 학생들에게 돈을 쓴 겁니다.

    물론 서울로 공부하러 간 학생이 대학을 마친 후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돌아올지는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웬만하면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특목고와 자사고는 2개의 눈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개인과 지역의 눈으로 말입니다. 만약 지역의 장래를 걱정한다면, 타지로 학생을 보내는 학교에 대해서 다르게 봐야 합니다. 학교 정문에 ‘서울대 몇 명 입학’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으면, “그 아이들이 돌아오나”라고 의문을 던질 필요도 있습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등이 지역 발전을 위해 특목고와 자사고를 세우겠다고 하면, ‘그게 지역 발전인가’라고 갸우뚱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서울대가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과 지방대가 균형있게 발전하면 다른 그림도 가능합니다. 자기 동네에도 일자리가 충분하고 집 근처 대학이 좋으면 지금과 다른 일들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지방대 교수님들이 서울대 교수님들보다 결코 실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출중한 분들이 상당합니다.

    앞으로 세종시 논란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역발전’은 화두가 됩니다. 균형발전에 대한 열망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에 있어서 균형 발전은 무엇일까요. 특목고와 자사고를 거쳐 서울대 가기 경쟁이 균형 발전일까요. 미리미리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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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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