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소득세는 공산주의로의 행진"
    2010년 02월 09일 01: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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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좌파정당의 성장은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선거권의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노동자에게 선거권은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는데 당시 노동당이나 좌파정당은 보통선거권의 쟁취를 매개로 당세를 확장해 나갔다. 가진 자들만이 투표권을 가지는 선거제도 하에서 일반 노동자에게까지 확대된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많은 노동자들을 단결시켰던 것이다.

   

 

이에 반해서 지배계급들은 초기에는 보통선거권에 대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19세기 영국 차티스트 운동에 대해서 당시 지배층들은 보통선거권이 실시될 경우 이는 “야만족에 의한 로마의 파괴”에 버금가는 문명의 파괴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의 문명은 사적 소유권이다.

"보통선거권은 야만족에 의한 로마의 파괴"

그러나, 지배계급들도 그 현실을 깨닫고 점차 타협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선거권을 확대해주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존하려고 했다. 특히 경제정책에서의 좌파정당과의 타협점은 누진적 소득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좌파정당 입장에서도 재정정책에 기반한 케인즈주의가 확립된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생산수단의 국공유화말고는 특별한 정책이 없었다.

시드니 웹이 기초하고 토니 블레어가 없앤, 영국노동당 당원증에 기재되어 있던 저 유명한 당헌 제4조 – “육체 또는 정신 노동자를 위해 생산, 분배와 교환수단의 공공소유제의 기초 위에서 가능한 한 노동의 전 과실과 가장 공정한 분배를 담보한다” – 는 현실에서 실현되기는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혁명적 방법에 의하지 아니할 경우 개인에게 맡겨져 있던 생산수단을 국공유화할 경우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이는 천문학적 액수일 뿐만 아니라 선거에 의하여 집권한 세력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사실 내전을 각오해야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의 좌파정당들은 당장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누진 소득세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창했고, 우익정당들도 실제로 전비 및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확보의 필요성도 있었기 때문에 좌파정당과 이 정도에서 타협을 하게 된다.

즉 19세기~20세기 초반의 좌파정당들은 한 손에는 보통선거권 확대와 다른 손에는 누진 소득세 도입 내지 강화를 들고 전쟁과 혁명의 세기에 성장의 전기를 마련하였고, 2차대전 후에는 집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미국 민주당과 대통령, 그리고 연방대법원

그런데, 이미 백인 성인남자 보통선거권이 20세기 초반에 확립되어 있던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득세가 도입되었다. 미국에서도 사회당 등 좌파정당의 흐름이 일부 있었고 1887년 사회주의 노동당이 누진 소득세를 강령으로 채택했으며, 1892년 인민당 또한 누진적 소득세를 강령으로 채택하였으나 이들의 당세는 양대정당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인민당은 1892년 하원선거에서 150만 표(12.7%)를 얻었으나 소선거구제의 결과 332석 중에 9석 받에 얻지 못했고 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민주당이었다. 71%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1894년 매년 4000달러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 2%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에도 불구하고 통과시킨다. 그러나, 제대로 시행도 되기 전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법안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소득세법안을 위헌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의회에 제출된 법안 중에 가장 공산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이며”, “세율을 올리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있을 것이고 이는 공산주의로의 행진이 될 것이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미국연방헌법에 “직접세는 주별로 인구수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조항에 이 소득세가 위반된다고 보았다. 소득세는 4,000달러를 초과하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것으로 이는 경제력에 좌우되는 것이지 주의 인구수와는 무관했다.

즉, 소득세를 연방헌법 상의 직접세로 보는 한 위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헌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소득세 자체가 없었고, 미국헌법에서 이야기하는 직접세는 인두세와 재산세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소송을 제기했던 사람은 부동산에서 임대수입을 올리는 사람이었고, 미국연방대법원은 이 사람이 올리는 임대소득을 일종의 재산세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런데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임금소득은 직접세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판결에 의하면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가능하고,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과세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의회는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를 방치할 수 없어 소득세 관련 법률을 아예 없애 버렸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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