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받을 바엔 차라리 휴학할래”
        2010년 02월 08일 09: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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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최근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가 시행되었지만, 대학생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6%에 가까운 높은 이자율과 복리 문제, 그리고 ‘B학점 이상(직전 학기 기준, 신입생은 수능 혹은 내신 6등급 이상)’만 신청 가능한 까다로운 자격기준 때문이다.

    또 이 제도와 함께 도입된 ‘등록금 상한제’ 역시 제 구실을 할지 의문이다. 이 제도는 등록금 인상률이 최근 3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칫 물가상승률 이상의 등록금 인상을 용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디앙>은 새 학기를 앞두고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야기꾼으로 참여한 ‘짱돌’은 경기대 국제학부 권태호 씨(25), 서울여대 사학과 신성희 씨(21),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채준기 씨(24), 이화여대 통계학과 최니라 씨(25)다.

    취업후 상환제 시행…등록금 문제 해결되나

    권태호 씨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신성희 씨는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반면 채준기 씨와 최니라 씨는 부모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부모로부터 신세지는 것에 대한 미안함, ‘급전’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알바를 한 경험이 있었다.

       
      ▲ 새 학기를 앞두고 <레디앙>은 지난 2일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고민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해봤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번 ‘짱돌토크’에 참석한 학생들은 “대출을 받을 바에는, 차라리 휴학을 해서 돈을 벌겠다”면서,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복지장학금’ 및 대학 근로장학생을 위한 학내 일자리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다. ‘B학점 이상’ 자격기준과 관련해 “취업 가능성만 염두한 것”,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대학의 현실을 모르는 결정”이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학생의 성실도나 ‘신용’을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이라며 학점 제한을 옹호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또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높은 이자율 문제에 대해서는 “이자 부담 때문에 기존의 학자금 대출제도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짱돌토크’는 지난 2일 저녁 강남역 부근 커피숍에서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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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금 문제 해결, 어떻게 하고 있나?

    권태호 =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아왔다. (웃음) 대출을 받기도, 부모님한테 신세를 지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요즘 학교 강의들이 대부분 상대평가여서, 장학금을 받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서 고민이다.”

    채준기 = “등록금은 부모님이 내주신다. 그동안 등록금 문제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오니까, 부모님한테 계속 손을 벌리는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학교 정보관리실(컴퓨터실)에서 일을 했고, ‘강좌 장학금(특정 강의에서 우수한 성적이 나오면 받음)’을 받기도 했다.”

       
      ▲ 권태호 씨 (사진=손기영 기자)

    최니라 = “아버지 회사에서 학자금 지원이 나온다. 그런데 우선 등록금을 낸 다음에, 그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해야 지원금이 나온다. 등록금을 한번 내려면, 제 동생을 포함해 1,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당장 큰돈을 학교에 내야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지원금이 나올 때까지 부모님이 부담을 많이 느끼신다.

    그래서 우선 등록금으로 낼 돈을 제가 조금이라도 마련하고자, 방학에 알바와 과외 4개를 하기도 했다. 당시 제 생활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개인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사무소에서 알바를 했는데,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아서 사무소에 학생을 불러 과외를 하기도 했다. 사장님이나 학생에게 너무 미안했다.”
    신성희 = “부모님이 조금은 보태주시지만, 대부분은 제가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다. 집안 형편상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선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낸 뒤 (부모가 보태준 금액을 포함해) 제가 갚아 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과외를 많이 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교복 판매점에서 일하기도 했다.”

    권태호 = “아버지가 공무원이신데 ‘신용’이 좋다보니 친척들 보증을 많이 섰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사업에 실패한 친척들이 어느 날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제가 학자금 대출을 받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더 이상 집안에 폐를 끼치기 힘들었다. 그 때부터 장학금을 받기 위해, 잠 잘 시간도 아껴가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아버지 보증 문제 때문에, 대출 어려워

    – 학자금 대출제도 이용하고 싶나?

    채준기 =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미래의 족쇄’를 차는 것이다. 지금 당장 등록금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부채가 없는 사람들과 생활자체가 차이가 날 것 같다. 학자금 대출로 진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절약해야 할 것 같다.

    제 친구는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휴학하면서 돈을 벌었다. 그런데 등록금을 마련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서,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 마련했다. 휴학은 그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 신성희 씨 (사진=손기영 기자)

    최니라 = “차라리 휴학을 해서 돈을 버는 길을 택하지,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싶지는 않다.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생각보다 높다. 그런 부담을 갖고 사회에 진출하고 싶지 않다. 요즘 같이 취업하기 어려울 때, 대학생들은 자기개발에 힘써야 한다.
    대출을 받으면 자기개발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 할 것 같다. 학자금 대출을 받을 바에는 방학 동안에 돈을 벌거나 그것도 안 되면 휴학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신성희 = “당연히 학자금 대출이 좋아서, 신청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빚을 지지 않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는가. ‘마지막 방법’으로 대출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도 당장 돈을 마련할 수가 없기에, 대출을 하고 있다. 아직 20대 초반인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럽다.

    장학금 도전, 휴학해서 알바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출을 받지 않기 위해, 장학금을 받거나 방학 혹은 휴학 때 알바를 하려고 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나중에 유럽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빚을 지는 것보다, 지금은 고생하더라도 스스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문제는 없나?

    채준기 =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자격기준이 ‘C학점 이상’이었는데, 정부에서 예산이 많이 드니까 ‘B학점 이상’으로 바꾼 것 같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하는 본질을 봐야 한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는 단순히 사채업자가 대출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이다.

    모든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아야할 제도에 학점 제한을 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자격기준을 바꾸면서 15만 명 정도가 대상에서 제외된다니 납득할 수 없다. 보통 돈 많은 집안의 학생들은 자기개발을 할 여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치로 정작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 할 것 같다.”

    권태호 =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모든 학생들에게 다 줄 수 없지 않는가. 학점 제한을 두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의 이자는 높은 것 같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고 해도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봐도,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

       
      ▲ 채준기 씨 (사진=손기영 기자)

    채준기 =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고 본다. 당장 코앞에 일만 생각하면 좋은 제도일 수 있지만, 사회에 진출한 이후, 장기적으로 본다면 부담을 덜어주지 못할 것 같다.

    "코앞에 일만 생각하면, 좋은 제도지만…"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에서 학점 제한도 문제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부분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면서 돈을 벌려면 아무래도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최니라 =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의 성실도나 ‘신용’을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이 학점인 것 같다. 정부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줬으면 다시 받아야 되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B학점 이상’으로 자격기준을 강화한 것 같다.”

    채준기 = “정부에서 자격기준을 ‘B학점 이상’으로 바꾼 건 학생들의 ‘취업가능성’을 염두 해 둔 것 같다. 한마디로 ‘취업 잘 될 학생에게만 돈을 빌려주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어려운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야지, 나중에 돈을 돌려받을 생각부터 하면 안 된다. 자격기준을 학점보다는 소득계층(수준)으로 나누는 게 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 같다.”

    신성희 =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는 취업하기 전까지는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나중에 복리로 계산되고 이자도 꽤 높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덜한 기존의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겠다는 학생들도 많을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

    권태호 = “학점 제한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돈을 빌려 주는 사람은 받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정부에서 ‘소득수준’을 자격기준으로 두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소득계층(수준) 기준으로 빌려주면, 돈을 받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학생들의 ‘신용’을 학점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학점은 대학생들의 신용?

    최니라 = “학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제도를 이용할 것이다. 최소한의 ‘노력’을 보이라는 의미인 것 같다. 자신이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가 필요하고, 이를 갚을 수 있다는 의지가 있다는 모습을 보이도록 ‘B학점 이상’이라는 상한선을 정한 것 같다.”

       
      ▲ 최니라 씨 (사진=손기영 기자)

    신성희 = “여대는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강한 편이어서,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 남녀공학의 경우 출석만 잘해도 학점이 잘나오지만, 여대는 지각을 몇 번만 해도 A학점이 나오기 힘들다. 또 최근 대부분의 대학에서 상대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높은 학점을 받기 어렵다. ‘B학점 이상’ 자격기준은 요즘 대학의 현실을 잘 모르고 내린 결정이다.”

    –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문제, 어떻게 보완?

    권태호 =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예산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 외국에는 기업들의 기부로 장학금 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맥도날드, 인텔 등의 회사들은 장학기금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에 좀 인색한 편인 것 같다.”

    채준기 =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단기적인 문제만 해결하는 제도다. 또 (물가상승률과 연계한) 등록금 상한제 역시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보다는, 이를 올릴 수 있는 구실만 제공해줄 것 같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 뿐만 이니라, 정부에서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해야 한다.”

    최니라 = “대학에서 장학금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성적 장학금뿐만 아니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복지장학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 학교 건물을 새로 짓는 그런 비용을 이쪽으로 조금이라도 돌리면 좋겠다. 대학에서 장학금 제도가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

    신성희 =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막상 학교에서 일을 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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