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의 신이 관용의 신으로 변하기까지"
        2010년 02월 06일 1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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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종교는 과학을 용서할 수 없고, 과학은 종교를 인정할 수 없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종교와 과학,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문명 대 문명, 종교 대 종교의 갈등을 끝낼 수 있을까? 로버트 라이트는 ‘신’을 탐구해가며 모두가 공존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종교와 과학

    그의 최근작『신의 진화』(로버트 라이크, 동녘사이언스, 25,000원)는 역사학, 인류학, 철학, 고고학, 진화생물학이라는 프리즘을 꺼내 들고 고대 바빌론 시대부터 9.11 이후까지 ‘신’의 기원과 발달과정을 추적하며 갈등의 해법을 찾아 나간다.

    그리고 저자는 종교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가지면서도 희망과 낙관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그는 과학과 종교의 충돌이 사라지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부각시켰다. 아울러 이 책은 우리가 인식하는 신의 진화와 종교의 성숙을 통해 현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앞서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감정과 도덕관의 변화를 살핀 『도덕적 동물』로 단숨에 진화심리학을 대표하는 과학저술가로 부상한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기본적으로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무신론’이라는 극단적 주장보다 낙관적인 관점에서 종교의 미래를 논한다.

    이 책의 핵심은 제목에서 처럼 ‘인간이 진화’만큼 ‘신도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은 하나님이나 알라, 예수 같은 특정한 신 자체를 지칭하는 개념은 아닌, 인간 혹은 신자들이 인식하는 ‘신’으로, 신 혹은 종교가 수렵채집사회, 족장사회의 원시종교에서 고대국가의 다신신앙을 거쳐 어떻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일신신앙으로 진화되어 왔는지를 면밀히 추적한다.

    저자는 그 결과 "종교는 기본적으로 선도, 악도 아닌 자연선택에 의해서 진화해 왔으며, 사람들이 신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에 따라 발전해 왔다"고 말한다. 그는 "다신신앙에서의 신은 복수와 응징, 무섭고 편협한 모습을 보였으나 일신신앙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추적한 결과, 신은 점차 사랑, 관용, 이해의 신으로 성숙해 왔다"는 점을 발견한다.

    "종교는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돼왔다"

    "종교전쟁, 성전, 종교박해 등으로 그러한 흐름이 중단되고 또, 역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종교는 점점 더 많은 집단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관용의 대상에 포함시켜 왔고, 그 대상의 범위를 오늘날까지 확대시켜 오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종교와 과학, 종교와 종교의 공존을 낙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교가 편협함과 전쟁을 조장해 오기는 했지만 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종교가 이렇게 포용력을 넓힌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도덕적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말한다. ‘도덕적 상상력’이란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의미하는데, 저자는 "인간이 점차 타인의 이익이나 행동이 자신의 이익이나 행복과 정비례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타인과 타인의 종교에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문화의 충돌, 종교 간 대립, 민족 간 대립을 목격하고 있으며, 때문에 이 책은 우리가 인식하는 신의 진화와 종교의 성숙을 통해 현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도덕적 방향성, 인간이 인식하는 신의 일관성 있는 진화 자체가 신의 존재에 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종교가 일관된 도덕적 방향성을 지닌 채 발전해 왔다는 것이 어떤 보이지 않는 힘, 초월적 존재 또는 도덕적 진리 또는 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무엇가가 존재한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과학과 종교의 통합 또는 공존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이 책은 열렬한 종교 신자나 극단적 무신론자나 과학 맹신주의에 빠진 과학자들에겐 환영받지 못할 수 있지만, 이 세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범한 사람들(신자든 신자가 아니든)에게 넓은 안목으로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

    저자 – 로버트 라이트 Robert Wright

    1957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했고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New Republic》의 객원 편집자이면서 《타임Time》, 《슬레이트Slate》, 《애틀랜틱먼슬리Atlantic Monthly》, 《뉴요커New Yorker》 등에 역사, 종교, 전쟁, 기술 같은 주제로 대중과 소통하는 칼럼을 써 온 저널리스트다.

    진화심리학, 역사, 종교, 게임 이론에도 해박해,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감정과 도덕관의 변화 과정을 살핀 《도덕적 동물The Moral Animal》(1994)과 인간이 생물학적, 도덕적, 사회적으로 진화했음을 인류 역사의 대장정을 통해 들여다본 《넌제로Nonzero》(2000)를 저술하기도 했다.

    첫 책 《3인의 과학자와 그들의 신Three Scientists and Their Gods》(1989)으로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았고, 《도덕적 동물》은 12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진화심리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했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철학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쳤다.

    자신을 ‘급진적 문화진화론자’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로버트 라이트는 다윈주의의 틀로 인간과 도덕과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철저한 과학주의자이자 박식하고 명석한 과학저술가다. 아울러 역사학·인류학·진화생물학을 멋지게 통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미국 재단New American Foundation’의 수석 연구원이며 정치, 세계문제, 철학, 과학 등의 주제를 다루는 비디오블로그 ‘블로깅헤즈닷티브이bloggingheads.tv’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역자 – 허수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대학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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