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차적 민주주의+사회적 자유주의"
        2010년 02월 06일 04: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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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대한민국 사회를 설명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천대받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치’의 영역일 것이다. "그 놈이 그 놈"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무관심은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만들어 온 가장 결정적인 변수였다.

    정치는 왜?

    그렇게 천대받아온 ‘정치’. 그 정치가 천대 받는 이유가 무엇이며, 어디서 부터 그 원인을 찾아가야 할까? 그리고 ‘천대 받아온’ 정치를 보완해야 할 진보정치의 위치는 어디가 되어야 할 것인가? 왜 노무현에게 쏠렸던 표는, 이명박에게로 돌아갔을까?

    박동천 전북대학교 교수가 ‘정치학 특강’을 통해 이 문제를 규명하고 나섰다.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박동천, 모티브북, 25,000원)은 정치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이를 통해 표출된 한국사회의 급격한 보수화를 설명한다. 박 교수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네 가지 프레임"으로, ‘마녀사냥’, ‘권력숭배’, ‘선견지명’, ‘집단생존’을 걸고 그 중 핵심으로 ‘마녀사냥’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헌정 사상, 가장 ‘진보적’이었다고 평가받는 노무현 정부 이후, 왜 진보진영은 지리멸렬했을까? 한 때 지지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미디어법,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반대세력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그리고 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언제나 박근혜가 1위를 달리고 있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한국사회에 팽배한 정치의식의 보수성, 문화적 보수성"을 꼽는다. 그리고 "이 보수성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한국 진보정치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화적 보수성 중에서 진보에 가장 큰 장애물은 사유형식의 피상성과 폐쇄성"이라고 덧붙인다.

    특히 저자는 이러한 피상성과 폐쇄성이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 특히 보수성이 팽배한 것에 대해 "진보를 자칭하는 세력에서까지 사유 형식의 피상성과 폐쇄성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치 체질 개선을 바라는 열망은 높지만 물꼬가 트이지 못하는 답답증의 원인도 ‘사유의 방식’이며, 그러다보니 불만만 난무하고 출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를 제시한다. 특히 보편적으로 ‘모순적 표현’이라 칭해질 법 한 ‘사회적 자유주의’에 대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여러 갈래 중에는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넓다"며, 이것이 바로 "정치·사법의 자유주의"와 "소외계층의 복지"를 결합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인식은 최근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반MB논쟁’에도 덧붙여진다. 박 교수는 "중요한 건 ‘공론의 변화’"라며 "지금의 진보진영에선 그런 유연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지방선거에 대한 자세를 드러낸 발언이다.한국에서 역사적으로 진보정치 의식은 민족주의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발전해왔다.

    저자는 "민족주의의 과잉을 진보진영이 스스로 경계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지 않으면 30년 내지 50년 이상 보수파의 장기집권을 지켜봐야 할 위험이 높다"며 "진보정치 세력의 장기의제 중 최우선순위에 사법제도개혁을 놓고, 목전의 정책으로는 서민들이 삶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깨어있는 시민을 향한’ 저자의 외침은 정치학, 특히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한가지 방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 * *

    저자소개 – 박동천

    미국 어바나-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대학교(UIUC)에서 철학과의 피터 윈치(Peter Winch) 교수와 정치학과의 벨덴 필즈(A. Belden Fields) 교수의 지도 아래 정치학박사를 취득했다. 학위논문은 플라톤의 『국가』를 비트겐슈타인의 시각으로 독해한 <Socrates’ Simile of the Cave>이다.

    1994년에 귀국한 이후 여러 대학에서 정치사상과 정치이론을 강의했고, 2001년부터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자로서는 역사, 철학, 정치, 그리고 윤리와 종교를 포괄하는 넓은 영역에 관심이 있는데, 특히 흄에서 비트겐슈타인, 콜링우드, 윈치로 이어지는 인식론과 영국식 자유주의 사상 및 제도의 발전과정을 천착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책세상), 『이상국가론』(연세대출판부, 공저), 『서양근대정치사상사』(책세상, 공저) 등이 있고, 스키너(Q. Skinner)의 『근대정치사상의 토대, I』(한길사),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아카넷)을 번역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소크라테스의 의무」, 「시몬느 베이유의 삶과 철학」, 「사회적 규칙과 사회연대」, 「올리버 크롬웰과 자유주의」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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