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수한 담론, 더러운 현실?
    By mywank
        2010년 02월 06일 10: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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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노자의 무위와 자연은 서양의 패권적 형이상학과 비교하면 훨씬 순수하고 덜 해로우며, 따라서 노자는 비판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런 형이상학적 성역과 특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는 말자.

    노자의 무위와 자연은, 서양의 ‘폭력적’ 혹은 ‘패권적’ 사유에 단순 대비되면서 지나치게 순진무구한 형이상학으로 치닫고 있고, 그 경향은 후자와 방식은 다르지만 후자 못지않게 공허하고 맹목적이다.” – 본문 중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더러운 철학』(개마고원, 15000원)에서 고상한 철학 담론이 현실 도처에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찾아낸다. 그가 골라낸 철학은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들뢰즈와 가타리의 ‘리좀(rhizome)’ 및 ‘노마디즘(nomadism)’, 네그리의 ‘다중(multitude)’ 등이다.

    무위자연, 리좀, 노마디즘, 다중

    우선 노자의 ‘무위자연’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그 순수함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그는 노자의 자연을 ‘생태 근본주의적 자연’이라고 부르며,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이런 근본주의적 시각과 산업사회에 대한 대안을 혼동하는 오류가 나타난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근본주의적 태도로 현실의 더러움을 부정하다가 ‘위선’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서양의 사유체계가 ‘나무중심 문화’라고 비판하고, 이를 벗어나고자 ‘리좀’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땅 밑 줄기’로 정의된 리좀은 기존의 주제에서 무성하게 뻗어나가는 다양한 생각들을 대표한다. 이에 저자는 리좀이 표방하는 그 다양성이 자칫 나무 문화의 비판적 성격만 부각한 채, 자신도 ‘이분법적 서술’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들뢰즈와 가타리의 다른 주제인 ‘노마디즘(유목주의)’을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는 노마디즘을 이야기하면서 국가와 독립된, 그것을 초월하는 움직임에만 주목하는 것이 적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약자로서의 유목민도 그저 ‘착한 노마드’로만 존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유목민이야말로 폭력성을 내장한 ‘전쟁기계’의 발명자라고 할 수 있다.

    "더러움에 빠지기 쉬운 철학"

    저자는 ‘대중(mass)’이 아니라 특이성을 보존하면서 소통을 통해 공통성을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주체를 설명한 네그리의 ‘다중’이 한국인의 독특한 면을 해설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즉 한편으로 미국이나 세계화를 동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과 어긋나는 민주적인 열망을 강하게 지닌 한국인들의 복잡한 면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철학의 새로운 길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며 “전통적으로 철학은 높고 깊은 곳에서 심오함을 찾았다. 그런 철학은 오늘날 오히려 ‘더러움’에 빠지기 쉽다”며 “그렇다면 엉뚱하고 비딱하고 우스운 행동들을 통해서 ‘심오함’을 찾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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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김진석 :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 계간 『황해문화』 편집위원.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철학을 하고자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지만, 대학은 매력이 없었다. 제대와 함께 미련 없이 학교를 자퇴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철학교수의 탈을 쓰고 살고 있다. 계간 『사회비평』 편집주간, 『인물과 사상』 편집위원을 하면서, 우파와도 부딪치고 좌파와도 부딪쳤다. 자신의 철학적 개념을 세상에 내놓고 있지만, 갈수록 말과 글의 허장성세를 견디기가 힘이 듦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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