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전교조 수사 문제 투성이"
    By 나난
        2010년 02월 04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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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거나 당비를 냈다”며 국가공무원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압박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수사 절차의 위법성”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및 경찰의 공무원노조․전교조에 대한 수사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경찰의 수사방식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함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무원은 “공무원이자 일반 시민으로서 이중적 신분을 인정받기에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업무와 관련해 정당 정치적으로 공평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면) 소속 권영국 변호사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찰의 전공노와 전교조에 대한 수사에 대해 “별건수사”, “기획수사”라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의원은 이번 수사가 “정치기획수사의 종합판”이라며 수사의 법률상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치기획수사의 종합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목으로 ‘헌법상의 정치적 자유’를 규제한 현행 공무원법 등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복수의 발제자와 토론자는 “해당 직위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공무원 역시 정치적 의사표현에 자유를 가진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 4일 국회에서는 ‘공무원,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및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은영 기자)

    권영국 변호사는 발제에 나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전교조를 겨냥한 경찰의 수사는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수사’에 해당한다”며 “민주노동당 인터넷투표시스템에 대한 강제수사절차 검증과정은 인터넷투표사이트 가입자인 피의자와 운영자인 민주노동당, 서버 관리업체에 미리 영장을 제시하거나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일시-장소에 대한 통지도 없었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전교조 전공노 조합원들의 정당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인터넷투표사이트를 조사했다. 해당 사이트는 민주노동당에서 당직자 선출시 이용하는 것으로 당원만 접속할 수 있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접속하면 당원가입여부와 개인의 투표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사이트 조사를 위해 법원에서 압수수색 검증 영장도 받은 만큼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노동당은 경찰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해킹 의혹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권 변호사는 “검증절차도 없이 피의자의 아이디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해당 사이트에 들어갔다면 이는 범죄행위로, 형사소송법상 예정하는 검증방식이 될 수 없다”며 “이를 통해 수집한 증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했기에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법 수사 증거 능력 없다"

    토론자로 나선 이정희 의원 역시 “최근 일련의 정치수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수사는) 정치적 억압의 수단으로 삼기 위해 죄를 찾는 표적수사이자, 충분한 증거 없이 ‘꼬투리’로 시작해 기소할 만한 건의 증거를 긁는 별건수사”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수사는 수사관이 국가공무원법,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조사를 위해 (계좌추적과 당원가입여부 확인시도를) 이용한 것이 정황상 뚜렷하고, (본 수사였던) 시국선언 관련 증거로 사용된 바도 없는 위법수집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투표 서버 검증수사에 대해서는 “정당 내 투표에도 보통, 평등, 직접, 비밀투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특히 비밀투표는 정당 외부의 침해로부터도 지켜내야 한다”며 이번 수사는 “당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한 강제수사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법에 의한 영장집행을 가장한 정당에 대한 공격행위”라고 비판했다.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도 이날 토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정희 의원은 “헌법 8조 1항은 정당설립 및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정당 활동은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민주적 국가구조로부터 정당화되어져야 한다”며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요청돼도 표현의 자유 보장에 있어 공무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 행정 공무원도 국민이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에 기속되고, 현대의 기능적 권력통제모델의 측면에서도 공무원에게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도 토론에 나서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는 것이 옳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직무수행의 중립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 때의 정치적 중립은 정실인사를 방지하고, 공무원을 정권의 유지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함”이라며 “정당을 제외한 기타 정치단체의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며 공무원의 정당 가입에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공무원의 정치자금법상의 후원금 납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종수 교수는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이라 하더라도 정치자금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기탁금의 기탁은 허용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도 후원금 기부 허용돼"

    그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제8조 제1항은 정당법 제22조의 규정에 의해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자는 후원회의 회원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같은 법 제10조 제1항은 후원인의 범주에 회원과 비회원을 포괄하고 있기에 공무원, 교원이라도 비회원으로서 후원금의 기부가 허용”된다.

    이에 그는 “설사 정치자금법, 공무원법 또는 공무원복무규정을 개정하여 후원인의 범주에서 공무원, 교원을 제외하거나 법상 금지되는 정치운동에 후원금기부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이는 일반시민인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과잉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전교조와 전공노 역시 “직무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라면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수사 과정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그간 친(親)한나라당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혐의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정부와 경찰을 질책했다.

    김행수 전교조 정책위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유치원연합회 명의로 한나라당 입당서가 첨부된 가입 권유 공문이 유치원 교사들에게 발송된 사건에서부터 이전에는 주로 한나라당과 친(親)한나라당 성향의 교원단체나 교장 등의 정치활동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경찰 수사나 교육부 징계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활동 혐의에 대한 수사와 여론재판은 마녀사냥”에 가깝다며 “교원의 정치적 자유 제한을 ‘직무인 교육과 관련해 공적 영역에서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것으로 족’하며, 사적인 영역에서 지위를 이용하지 않는 한 교원의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성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도 “공직사회는 2006년부터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시행되며, 자질과 성과의 객관적 평가 시스템이 미비되면서 맹목적 충성과 줄서기가 노골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과거 한나라당 지지나 후원금 모금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고, 공무원 노조나 전교조만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는 ‘기본권으로 보장하되 법률로써 일정한 제한을 가하더라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직무를 이용한 중립의무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를 가하더라도, 그 외 범위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포괄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당 강기정 의원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으며, 송상교 민변 사무차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경찰수사의 문제점’과 관련된 토론은 권영국 변호사 발제와 이정희 의원의 토론으로, ‘공무원,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는 이종수 교수 발제와 강기정 의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종합토론자로는 김수행 전교조 정책위원, 홍성호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연구소장,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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