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안전 볼모로 '대체기관사' 양성"
    By 나난
        2010년 02월 03일 05: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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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5일,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철도차량운전면허 취득 및 실무수습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 개선․보완”을 목적으로 “철도차량운전자 양성제도를 철도조종사 위주에서 일반인도 운전면허 취득이 용이하도록 개방형 양성체제로 개선”하기 위함이다. 철도차량운전자 양성조건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손쉽게 면허(또는 자격)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철도노조 파업 당시 대체 투입된 기관사의 운전 미숙 등으로 사고와 열차 운행 지연 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양성요건을 완화해 철도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철도기관사의 양성제도를 완화하며 파업기관사 대체와 같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행정적 편의를 위해 기관사의 공급을 자유화하고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김진애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주최로 ‘대체 기관사 양성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토해양부의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른 철도차량운전자 양성제도 완화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윤영삼 부경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에 나선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양질의 기관사를 배출하고자 하는 철도차량운전면허제도의 취지에 반했을 뿐만 아니라, 법률이 예정한 범위를 초과하거나 위임받은 내용을 기관이나 사인에게 백지위임함으로써 법률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기에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3일 김진애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주최로 ‘대체기관사 양성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개정안은 철도차량운전자 양성요건과 관련해 현행 교육훈련기관에서 받아야 하는 일정한 시간의 집합식 이론교육을 자율화하고 기능교육시간을 단축하여 운전면허 취득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또 운전면허취득자가 운전면허 갱신(5년 마다)을 위해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을 종전의 이론 및 기능교육(각 20시간)에서 기능교육(20시간)만으로 축소하고, 운전면허취득자가 운전업무 수행 전에 받아야 하는 실무수습도 철도운영기관이 운영노선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했다.

    "파업기관사 대체가 목적"

    이에 권 변호사는 “개정안은 실무수습기간을 축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개정안의 목적은 양성제도에 특별한 미비점이 발생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비하여 양성기관을 통한 이론교육을 자율화하고, 기능교육시간조차 20% 축소할 수 있도록 하여 운전면허취득요건을 현저히 완화하고 있다"며 "운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무수습요건 및 기간을 철도운영자의 필요에 따라 단축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대체기관사를 용이하게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철도기관사의 양성제도를 고려함에 있어서 파업기관사 대체와 같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행정적 편의를 위해 기관사의 공급을 자유화하고 용이하게 하는데 목적을 두어서는 아니된다”며 “철도기관사의 양성제도는 철도의 안전을 고려한 양질의 기관사를 적정하게 배출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 역시 발제에서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핵심은 기관사 면허제의 도입을 통해 대체 인력 투입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으로 철도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에서 우러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안전법을 보완한다면 개정안에서 문제가 된 기관사 면허제를 폐지하거나 요건을 강화해야 함에도 오히려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등 규제완화를 남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안전을 촉진해야 할 철도안전법이 안전 저해요인이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위협요인으로까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교육훈련 자의적 축소는 위법"

    특히 “기관사 취득 요건 등 규제완화를 통해 대형 인명 사상으로 이어진 철도 안전 사고의 교훈을 전혀 고려치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자 현장에서 실제 활용되기 불가능한 면허를 남발하는 탁상 행정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철도차량운전자 양성요건 완화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권 변호사는 “기능교육과목이란 현장실습교육, 운전실무 및 모의운행 훈련, 비상시조치 등에 관한 것으로서 충분한 시간 확보를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이 실시하는 교육훈련을 기능교육으로 제한한 것은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교육훈련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축소한 것으로서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를 초과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안전법 제16조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받고자 하는 자는 철도차량의 운전에 필요한 지식․능력 습득을 위하여 국토해양부장관이 실시하는 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며 교육훈련의 기간 및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권 변호사는 “운전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하여 법률이 위임한 교육훈련의 내용에는 이론교육과 기능교육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함에도 개정안이 자의적으로 교육훈련의 범위를 기능교육으로 한정하고, 이론교육과목과 시간을 모두 배제한 것은 법률이 예정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남발된 면허로 철도안전 실험"

    권 변호사는 또 “철도의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운전실무수습에 대한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실무수습기준을 철도운영자의 재량사항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철도안전 운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철도운영자의 현실적 필요에 의해 실무수습요건을 재량으로 완화할 경우 철도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도안전에 역행하는 개정안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희 소장 역시 “철도안전에 대한 보완책이라기보다 철도안전 규정에 대한 규제완화이자 남발된 기관사 면허증을 통해 철도안전을 실험하자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미 퇴직한지 오랜 세월이 지난 기관사에게 면허를 남발하고, 5년 동안의 유효기간 중 6개월 이상 운전경력이 있을 때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조항과 여기서 더 나아가 현업종사자가 아닌 사람이 교육훈련기관에서 20시간만 이론교육과 기능교육을 이수해도 갱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운전업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수급관리에만 급급한 안전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철도안전은 총체적인 철도 운영체계의 안정성 확보와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이루어질 때 확보될 수 있다”며 “하지만 현행 철도안전법은 대구지하철 사고 이후 급조해서 만들어진 졸속 입법으로서 철도운영체계에 대한 총제적인 고려가 부족할 뿐 아니라 철도안전 확보 외에 다른 의도가 담겨있어 오히려 시민의 안전과 철도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로 작용할 우려마저 제기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비현실적이며 부적절한 규제완화로 잠재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관사면허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철도안전법 중 관련 규정 적용을 유보하며 올해 내 개정안 마련하여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객 안전 위협하는 조치"

    아울러 “5년으로 되어 있는 운전면허 유효기간 내 6개월 이상 운전시 갱신을 운전 업무 미 종사 기간별로 차등화하고 강화해야 한다”며 현 개정안의 ‘운전면허 유효기간 내 교육훈련기관 또는 철도운영자 등이 실시한 철도차량운전에 필요한 이론교육 및 기능교육을 운전면허갱신 신청일 전까지 각각 20시간 이상 받은 경우’와 관련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 정도를 받은 사람에게 면허를 받은 사람에게 면허를 발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철도안전법 시행 개정안은 법의 취지와 반대로 철도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조치가 될 수 있으며, 헌법이 보장한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정부의 월권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인사말에서 “노조의 파업을 이유로 철도안전법 시행규칙까지 개정하려 한다”며 “외부인력으로 대체기관사를 확보하여 철도파업시 투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철도안전법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여객과 공중의 안전을 위해 제정된 법”이라며 “심각한 철도의 안전 불감증을 개선하기 위해 철도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시키려 한 것임에도 시민 안전조치를 강화시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변승남 경희대 산업공학과 교수, 방윤석 국토해양부 철도안전과장, 박흥수 철도노조 공공철도정책연구위원, 왕연대 철도공사 대체기관사양성팀장,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기미즈카 토시오 JR동일본 우라와 전치구 기관사,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김욱 시사블로거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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