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아이팟을 만들지 못하는가?
    2010년 02월 04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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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시장의 양상을 변화시킨 아이팟(iPod)과 세계적으로 8,000만 대가 판매되어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꾼 아이폰(iPhone)에 이어, 휴대용 태블릿 PC인 아이패드(iPad)의 출시가 연일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새벽 3시에 개최된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발표회 당시에는 이를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과도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 스티브 잡스가 최근 애플사에서 출시된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시연해보이고 있다

우리는 아이패드를 비롯한 혁신 제품들의 등장을 바라보며, 왜 한국에서는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이러한 IT 신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떠올려 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IT 산업의 정체가 ‘정보통신부’를 해체한 현 정부의 IT 경시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시기에 전국적인 광통신망 설치 투자를 감행했고, 이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100조 원 규모의 매출을 자랑하는 IT 기업을 키워낼 수 있었다.

입 따로 행동 따로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정보통신부는 해체되었고, 기존의 IT 육성 전략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같은 실책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닌텐도 같은 세계적인 게임을 만드는 기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후, 같은 자리에서 현 정부는 엄청난 국가 예산을 4대강 개발과 같은 ‘토목과 건설’에 쏟아 붓기로 결의하는 모순된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우리의 투자는 취약하다. 2008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한 기업에서만 연간 6.9조 원이 넘는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했지만, 그 대부분이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대세가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이동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반면, 미국의 기업과 정부는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수익의 70%가 돌아가는 어플리케이션 마켓을 형성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성하고, 엡스토어에 소비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프로그램 14만 개를 올려놓는 등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가 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되었다는 지식경제부의 경제 브리핑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단기적 환율상승과 중국의 재정정책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오히려 경기 회복으로 불황형 흑자가 끝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다수의 경제연구소들은 세계 경제의 위기 상황과 한국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결합되어 발생한 장기적 불황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호들갑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전자, 자동차, 화학, 조선, 철강 등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50%를 넘는다(LG 경제 연구원, 2010).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에너지,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10대 주요기업의 2008년도 수출비중은 72.9%나 된다(금융감독원, 2009). 이렇게 높은 수출의존도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력산업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포스코의 경우 일관제철방식의 첨단 공법을 도입하고 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강 생산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내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이상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 1위부터 5위까지의 기업이 모두 한국 기업인 조선 산업도 선두 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불안하기만 한 미래 경제

300만 대를 리콜하면서 그 동안 쌓아 왔던 신뢰를 상실하고 기업 자체가 흔들리는 도요다 자동차를 보면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단기간은 그 혜택을 보겠지만, 중국과 인도에 상당부분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휴대폰과 모니터 등의 품목에서 우리는 아직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아이패드’ 출시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IT산업에 대한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더 이상 안심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오락가락 하는 모양새다.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의 입이 따로 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오바마의 금융개혁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와 동시에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을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 혼란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해 연간 8.2조 원의 소비 위축을 초래하고 있으며, 2009년 6월 말 기준으로 697.7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는 금리상승에 따라 매년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 부채의 비중이 2008년 기준으로 139.9% 수준으로 미국의 133.9% 보다 높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가계 부도와 금융기관 연쇄 도산 등의 한국 발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조차 제기되고 있다. 계속되는 환율상승과 원화강세, 유가상승 등으로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장기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이러한 경제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인 부자감세와 토목공사에 대한 과도한 재정 투입으로 국가부채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 때문에 우리 경제는 새로이 다가오는 위험을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을 소진해 버렸다는 것이다.

사람 중심 투자와 복지 확대

정보통신부의 해체에 따른 소프트웨어 중심 정보통신 산업의 전략 부재와 4대강 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 등의 문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많은 잠재적 걸림돌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4대강 개발 때문에 IT 산업 같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치를 방해받는, 심각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획기적인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산업적 토양의 조성 없이는 한국의 미래도 없다고 할 것이다.

사람 중심의 투자를 통한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통한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 정책만이 다가올 경제적 위험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패가 될 것이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제비를 보면서도 다가올 상황을 예측하는 지혜가 없다면 빙하기에 사라져간 공룡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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