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대가 망가지고 있다"
        2010년 02월 03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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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와 올해, 중앙대학교(총장 박범훈)가 부쩍 언론매체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박수 받을 내용보다는 비판적인 교수, 학생, 단체에 대한 학교 측의 ‘부당한 탄압’이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 고려대학교가 ‘MB 고대’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종종 지면에 이름을 올리더니, 이제는 중앙대가 이를 추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중앙대가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학교 측이 학내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탄압하거나 일방적인 학교 행정을 펼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앙대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학내 신문뿐만 아니라, 주요 언론사의 뉴스로 다뤄질 정도로 ‘쇼킹’했다.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대학

    우선 지난달 13일 중앙대는 교지인 <중앙문화>와 <녹지>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두 매체는 그동안 학교지원금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학교 측의 지원이 끊기면 사실상 폐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중앙문화>는 지난해 11월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는 등 그동안 박범훈 총장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을 비판해왔다.

       
      ▲ 사진=중앙대학교 홈페이지

    학교 측도 ‘비판적 논조’ 문제를 시인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22일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재정운영방식 변화는 <중앙문화>의 편집논조 때문이다. 교지의 발행인은 총장인데 <중앙문화>의 내용은 대학본부에 대해 비판적이다”며 “<녹지>는 문제된 부분은 없었지만 같은 교지편집위이기에 <중앙문화>와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두 매체의 예산을 ‘교지대 자율납부’를 통해 충당하기로 결정했으며, 예산 문제를 제외한 지휘감독 등은 기존대로 대학본부의 언론매체부에서 맡기로 했다. 결국 재정지원 ‘의무’는 면하고, 통제·감독의 권리만 행사하겠다는 셈이다. 이에 학생들은 2일 오후 중앙대 흑석캠퍼스에서 ‘대학언론 장례식’ 행사를 열고, 학교 측의 행태를 규탄하기도 했다.

    총장 비판한 교지는 "돈 안줘"

    이에 앞서 지난해 여름, 진중권 독문과 겸임교수는 중앙대의 ‘임용불가’ 방침으로 교단을 떠나야 했다. 당시 학교 측은 “겸직기관 없음”, “기타 겸임교수 인정기준 불일치”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독문과 동료교수들과 학생들은 “2003년 진 교수가 최초 임용된 이후, 3차례의 재계약 과정에서 대학본부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진중권 교수는 같은 해 2월 박범훈 중앙대 총장의 ‘여성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공부하는 학생을 조선시대 관기 취급하듯 하는 게 스승으로서 할 짓이냐"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독설을 쏟아내면서 학교 측과 ‘불편한 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진중권 전 중앙대 독문과 겸임교수(오른쪽)가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과 뒤풀이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비판적 교수에 대한 ‘보이지 않는 탄압’도 이뤄졌다. 지난해 중앙대 독일연구소가 ‘HK(인문한국)사업’의 1·2차 심사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최종심사에서는 돌연 탈락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독일연구소는 김누리 독문과 교수(민교협 중앙대 분회장) 등 지난해 ‘중앙대 시국선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중앙대 교수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항의행동이 벌어졌지만, 당시 중앙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뒷짐만 지고 있었다. 결국 학교 측의 이런 태도는 사태를 의도적으로 방관하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학자들의 연구 사업을 탈락시킨 정부 탄압에 사실상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벌 출신 이사장의 막강한 ‘입김’ 

    이 밖에도 중앙대는 최근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부)를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부)로 통폐합하고, 경영 계열을 국내 최대의 경영학부로 만드는 ‘구조 조정안’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으며, ‘새터’라는 이름으로 총학생회에서 주관해 온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올해부터 학교가 주관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일방적인 학교행정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중앙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두산그룹의 학교 인수 △박범훈 총장의 ‘MB 정부’ 눈치 보기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했으며,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해 학교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HK 사업’에 탈락한 중앙대 독일연구소장인 김누리 교수 (사진=손기영 기자)

    ‘대기업 식 경영논리’가 침투하면서, 학내 구성원이나 자치단체를 회사 직원이나 회사 부서쯤으로 여기는 문제점도 생겨나고 있다.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생인 최동민 씨는 “학교에서 교수를 월급쟁이로, 대학신문이나 교지는 사보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다”며 “박용성 이사장은 중앙대를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학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박 이사장은 자신의 학교의 ‘왕 회장’인냥, 모든 사안을 자기 마음대로 밀어 붙이고 있다. 민주적인 대학의 소통방식을 모른다”며 “그 사람의 눈에 나는 행동을 하는 교수, 학생들은 기업에처럼 잘리거나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초 교수연봉제가 도입되는 등 중앙대에는 ‘기업 논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교수는 월급쟁이, 대학신문은 사보?

    또 대기업의 ‘상명하복 식 문화’로 인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내는 학생, 교수들을 ‘불온한 존재’로 취급하는 경향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앙대 교수는 “이사회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산에서 파견 온 한 직원은 어떤 학생에게 ‘체제 전복적인 X’이라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재벌은 보수정권과 친화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대상을 ‘좌파’로 취급하는 것 같다”며 “대학의 ‘수평적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업 문화’로 대학을 운영하면서 발생되는 문제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중앙대 학생들이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HK 사업’ 탈락사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와 함께 박범훈 총장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 총장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 문화예술정책위원장과 이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인 ‘친MB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이 학교를 운영하면서, 마찰과 불협화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 법학과 학생인 이은호 씨는 “총장이 한나라당, 정부 인사들과 교류가 많은 것 같다. 예전에 총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에 일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도 있다”며 “한나라당 쪽에 ‘줄’을 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학교를 올바로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대 독문과 대학원생인 최동민 씨는 “이사장이 자신의 마음대로 학교 운영을 하려고 하면 총장은 불합리한 점이 있는 경우 이를 막아야 하는데, 박범훈 총장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학을 기업으로 만들려는 이사장이나,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총장이나 모두 똑같은 사람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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