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혜'는 받고, '나쁜 일자리' 양산
    By 나난
        2010년 02월 03일 02: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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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각종 지원과 높은 순이익을 실현한 재벌 계열사들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등 ‘나쁜 고용’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폐차보조금’이라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바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을 생산직 정규직의 14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박유기)은 2일, 2009년 말 기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재벌회사’들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종업원 현황과 비정규직 규모를 분석한 결과, 순이익 10억 당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채용 종업원은 18.87명, 기아자동차 22.49명에 그쳤으며, 현대모비스의 경우에는 3.8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재벌회사들의 낮은 고용수준과 현장 수요의 간극을 비정규직으로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악의 채용률을 보인 현대모비스의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 비율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비정규직 비율에 비해 2~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의 통계에 따르면 종업원 대비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기아차가 7.89%, 현대차가 13.76%인데 비해 현대모비스는 43.69%(6,143명 중 2,684명)에 이른다.

    사무직 등을 제외한 순수 생산직 노동자 대비 사내하청 비율의 경우, 현대모비스는 139.93%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현대차(25.25%), 기아차(11.32%)도 생산직에서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지만, 현대모비스는 아예 정규직 없는 공장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나서 공공부문에 대한 비정규직 비율을 늘릴 때부터 예견되어 온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한시적 고용대책인 ‘청년인턴’, ‘희망근로사업’ 등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늘려왔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일자리는 2년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임금은 7% 하락하는 등 비정규직 처우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4일 발표한 ‘근로형태별 고용상황 조사 결과’에도 지난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는 10,72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6,000명(0.6%)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5,754,000명으로 309,000명(5.7%) 증가했다. 통계청은 이를 “희망근로, 청년인턴 등 정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임시 일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의 시책과 노동유연화 정책이 겹쳐 비정규직의 규모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3권의 봉쇄’ 등 노동권 후퇴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고용형태를 보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12개 공장 중 노조가 있는 공장은 3개 뿐이다. 하청업체 고용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타 9개 공장에서는 노동조합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이번 순이익 대비 고용현황 및 비정규직 현황에 대한 분석자료는 기업의 해외공장 현황, 기업혁신, 노동강도, 내부거래 등 순이익을 내는 다양한 조건을 반영하지 않고, 정규직 및 비정규직 채용 현황을 분석한 자료이며, 현대․기아차 그룹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특혜적 지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국장은 “재계 순위 2위인 현대기아차 그룹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모비스가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일자리가 아닌 비정규직 중심의 ‘나쁜 고용’을 일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통계는)대단히 충격적”이라며 “이번 분석으로 현대모비스는 기아차 모닝공장과 함께 ‘정규직 0명 공장’이라는 악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차 그룹은 ‘폐차보조금’이라는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거대한 순이익을 남긴 회사이기에 더더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올해 5천명과 인턴 1천명을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 사내에서 근무중인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후 사내하청 현황을 파악해 ‘정규직 0명 공장’ 지도를 제작, 배포할 예정이며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또한 2009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현황, 비정규직 없는 공장 현황 등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며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 노조에 가입시키는 1사1조직 운동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일자리 정부’의 본질을 드러낸다. 실제 지난 2007년 59.8%까지 올라갔던 고용률은 2008~2009년을 거치며 급속히 떨어져 58.6%까지 내려갔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용률을 0.1%씩 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고용창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재벌기업은 특혜에 비해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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