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하, 흐르는 물에 손대지 마시라"
        2010년 02월 01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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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에는 날개 달린 물고기가 살고 있나?

    금강에서 물고기가 떼로 죽었다고 한다. 팔뚝만한 잉어부터 치어까지 수천마리가 떼로 죽어 있는 뉴스 화면을 가득 메운다. 또 어느 공장에서 폐수라도 방류했기 때문일까? 아니란다.

    공주시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중복된다며 골재채취를 중단하고 물막이 작업만 해놓고 물꼬를 터주지 않아 사방이 막힌 물고기들은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된데다 얼음까지 얼면서 수위가 10cm 까지 낮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금강인근에 살고 계신 주민들은 공장 폐수 때문도 아니니 물고기 주우러 가시면 되겠다.

       
      ▲ 집단 폐사한 물고기들 (사진=대전·충남 녹색연합)

    더욱 황당한 것은 공주시청 관계자의 변명이다.
    "물에 잠겨 있으니까 고기들이 (물막이)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했지, 거기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죠. 저희들 생각으로는…"

    금강에는 날개달린 고기만 살고 있나? 이 정도 되면 개그콘서트 시청률보다 9시 뉴스 시청률이 훨씬 높아야 한다. 공주시와 건설사는 수로를 만들어 물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로를 이용해야 할 물고기는 이미 다 죽어버렸다. 4대강 사업이 낳은 비극적 해프닝이다.

    낙동강 보 건설 현장에서 오니토 대량 발견

    이명박의 고속도로 역주행 불도저 사업의 핵심인 4대강 사업이 어째 그의 생각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 같지 않다. 금강에서의 물고기 떼죽음이 그저 ‘황당’한 일이라면 낙동강에서 벌어진 일은 ‘환장’할 일이다.

    낙동강의 달성보 건설현장에서 오니토가 대량 발견되었다. 오니(汚泥)는 진창같은 검은 침전물로 슬러지라고도 하는 찌꺼기를 말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강바닥의 오니가 섞인 토양은 과거 강이 오염되었을 시기 형성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달성보 건설 과정에서 임시로 물을 막은 가물막이 둑 안에서 보의 구조물 가설을 위한 굴착공사 도중 오니층이 발견되어 일단 준설공사는 중단된 상태이다. 달성보 현장 바닥의 오니층은 두께 3m 정도에 공사 현장의 3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성보 구간은 과거 오염이 매우 심각했던 금호강 하류 인근이다. 금호강의 오염으로 인해 달성보의 오니층은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일 확률이 높다. 문제는 달성보에서 그치지 않는다. 함안보 공사현장은 물론 양산1지구에서도 발견되었다. 낙동강 하류로 갈수록 많이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현장에서 또 얼마나 많은 오니층이 발견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천 300만 명의 식수원, 낙동강이 위험하다

    낙동강은 다른 국가 하천에 비해 길고 인근에 산단지역에 많아 과거 오염사고가 잦았던 강이다. 페놀사태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기에 형성된 오니층에는 중금속 등 심각한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준설된 토양의 대부분은 인근 농경지 리모델링에 사용한다고 한다. 바닥에 잠자던 오염 토양을 끄집어 내어 논과 밭에 붓는 꼴이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한다는 일이 고작 멀쩡한 강을 살린다고 오염된 흙 퍼내서 뿌리는 일이라니. 정말이지 조세거부운동 해야한다.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보 공사 현장. 22일 오니토(검은색 퇴적물)가 대량 발견되었다. (사진=마창진환경연합)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대구에서부터 부산에 이르는 낙동간 구간에는 두꺼운 오니층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중금속에 오염되었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모래층 아래에 고이 잠자던 오염된 토양을 벅벅 긁어내면 남는 건 오염이다.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경상도의 인구는 1천300만 명에 달한다. 공사를 진행하는 수자원 공사는 ‘자체’ 조사 결과 중금속 오염은 없다고 말하지만 그 많은 오니토의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설사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은폐 가능성 높아

    더욱이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시공사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오니토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은폐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4대강 정비사업 계획에 보면 보건설이나 준설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할 경우 시공사(건설업체)가 책임을 지고 복구하도록 되어있다. 은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오니토로 인한 수질 오염은 엄청난 복구 비용이 들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은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시당초 준설지점의 퇴적층에 대한 지질조사요구를 묵살하고 환경영향평가 – 그나마도 졸속인 – 당시 강바닥 표피층만 실시하더니 이제와 파내보니 오염된 흙이 나왔다. 각하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도로 묻어!’ 라도 외치시렵니까?

    칼날이 되어 돌아올 부메랑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역주행 불도저는 원전 수출과 함께 50%의 지지율로 과속하는 중이다. 몇 년 안에 4대강 공사는 마무리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자연의 복수가 시작될지 우리아이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힐지 모른다. 아니 지금 당장 낙동강 식수 오염 문제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은 또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암초에 부딪힐지, 그래서 또 얼마나 많은 혈세가 투입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수많은 예들이 우리의 가까운 과거에 존재했다.

    27일 세계 경제포럼(WEF)에서는 각국의 환경성과 지수(EPI)를 발표했다. 163개국 가운데 한국은 94위이다. 08년에 비해 43계단이나 하락했다. 93위는 니카라구아, 92위는 카자흐스탄이다. 참고로 95위는 아프리카의 가봉이다. 분야별로는 수질․수량 분야에서 점수가 낮았다. 식수공급 문제도 12계단이나 떨어졌다. 앞으로 더 얼마나 떨어질지 현실은 얼마나 참혹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호는 ‘청계’다

    이명박 대통령의 호는 ‘청계(淸溪)’다. 서울시장 재임시절 가로로 흐르는 분수대를 만들면서 바꾼 호가 청계라고 한다. 맑을 청에 시내 계, 뜻풀이로 하면 맑은 시내라는 뜻이다. 사주에 불(火)의 기운이 많으신지는 모르겠으나 쓸데없이 건설회사 사장 시절만 추억하면서 자꾸 흐르는 물에 손을 대신다.

    부탁하건데 물에 손 대지 마시라. 그전에 청계라는 호부터 바꾸시길 간절히 바란다. 사전에 면밀한 조사도 없이 무식하게 삽질로 판 낙동강 바닥에 잠들어 있던 오염된 토양을 끄집어 내놓고 낙동강 똥물 만들어 놓고 나면 맑은 시내라는 호가 무색해질 터이니 미리부터 바꾸시어 망신을 피하시길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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