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기' 내세운 김영훈 '정파' 넘어설까?
    "4월 총파업, '꼼꼼이' 살펴보고 결정"
        2010년 02월 01일 10:57 오전

    Print Friendly

    민주노총 ‘김영훈 호’가 닻을 올렸다. 지난 28일 치러진 민주노총 임원선거 결과 ‘박빙’ 승부로 2차 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는 달리 1차 투표에서 김영훈 위원장이 과반수(52%)를 얻음으로써 38% 득표에 그친 허영구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젊음과 패기’를 내세우며 ‘혁신 민주노총’을 강조한 김 위원장 체제의 앞길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쉽지 않은 안팎의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유난히 통합이 강조됐던 이번 선거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통합에 실패한 민주노총의 현 상태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2차 투표 52% 득표 승리 전망, 반만 맞아

    김영훈 체제가 민주노총의 통합과 소통이라는 내부 과제와 노조법 개정을 비롯한 현 정부의 노조 무력화 및 말살 정책, 5개월 앞으로 다가운 지방선거 등 외부의 도전 등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민주노총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김영훈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 (사진=노동과세계/이명익)

    우선 이번 선거의 경우도 정파투표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투표일 전부터 김 후보가 ‘52% 득표로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하지만 이런 전망은 2차 투표에 대한 것으로, 1차에서 52% 득표 당선을 예상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의원이라는 비교적 소수의 제한된 ‘유권자’들의 성향을 정파의 촉수가 예민하게 분석하고, 그들의 전망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파 영향력이 건재함을 ‘과시’한 선거가 된 셈이다. 민주노총 소속 산별연맹의 한 관계자는 “전국회의가 ‘김 후보가 52%의 찬성률로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며 “결국 선거 전 표 분석이 적중했으며, 정파별 표가 집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범국민파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이는 정파 내의 ‘흔쾌한 지지’는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합을 촉구하며 임성규 전 위원장이 사퇴하고, 산별위원장들이 새로운 통합 후보 구성을 촉구했으며, 다수 부위원장 후보도 통합 실패에 이의를 제기하며 동반 사퇴를 하는 등 선거 전에 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흐름들은 여전히 신임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합지도력 구축, 낙관 비관 엇갈려

    사무총장 당선자의 경우 해당 정파에서 제명을 당했으며, 부위원장 당선자 가운데 한 명은 자신이 소속돼 있던 산별연맹으로부터 선거 기간 중에 공식 성명서 등을 통해 강하게 비판을 받는 등 유례없는 내부 갈등이 노정됐다는 점도 통합을 이룩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동계 한 인사는 "신임 위원장의 출마와 당선은 ‘전국회의’에서 밀어붙인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이 향후 민주노총 운영을 통합적으로 잘 해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나,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당선자 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범국민파’ 소속이라는 점은 통합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처럼 이번 선거 결과가 예년의 정파투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임 위원장이 범국민파의 지지를 토대로 당선됐지만 특정 정파 소속이 아니며, 세대교체의 성격을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김영훈 체제가 통합 지도력 구성에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산별연맹의 핵심 간부는 선거 직후 "비교적 정파에서 자유롭고 젊은 사람들이 위원장에 당선됐다는 점에서 내부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당장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통합지도력에 대한 희망은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 후 민주노총의 많은 대의원들은 “조직 내부분열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이번 지도부의 첫 과제”라는데 입을 모았다. 선거 과정에서 틀어진 산별대표자들과의 관계 복원과 함께 경선을 치른 허영구 후보 측 등의 범좌파와의 소통을 통한 현장 조합원을 하나로 모아내는 통합지도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 김 신임 위원장은 당선 인사를 통해 “낡은 사업 방식과 편가르기식 분파 운동을 극복하고 당면한 과제 앞에서 통합적 지도력을 구축하고 혁신하겠다”며 “진정한 혁신은 대통합이라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4월 총파업, 꼼꼼히 살펴본 다음에"

    조직의 내부 통합 과제와 함께 외부로부터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그의 임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잔여 임기 3년과 같다. 노조법 개악, 전공노와 전교조 탄압, 공공부문 노조 구조조정 등 전방위적 정책을 동원해 노조를 무력화시키거나 말살시키려는 이명박 정권과의 투쟁도 버거운 과제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투쟁과 함께 교섭의 중요성도 강조한 만큼 정부와의 대화 채널 확보를 위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나, 정부의 대화의지가 과연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차원에서 그의 투쟁-교섭 병행 전략 또는 교섭 중시 전략이 성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신임 위원장은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겠다”며 특히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회 참여 여부와 관련해 “이를 고민하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라며 “노조는 투쟁력을 기초로 교섭해서 조합원의 이익을 쟁취하는 조직이기에 산별 연맹과 지역본부 위원장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릴 생각은 없다”며 노조법 개정 관련 4월로 예고한 민주노총 총파업과 관련해 “꼼꼼히 살펴본 다음 조합원의 뜻을 반영해 올바른 투쟁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당선 직후 언론에서는 “온건파의 당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반노동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강경 정책에 맞서 “투쟁 없는 협상이 얼마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통운-쌍용차-철도로 이어지는 이명박 정권의 노조 탄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올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 신임 위원장은 자신의 교섭 중시 방침에 대한 일부의 비판적 시각과 관련 언론 인터뷰에서 "교섭은 투쟁이 준비됐을 때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법 개정 투쟁과 함께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러내야 할 것인가도 신임 지도부의 중요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반MB 전선 구축”을 기조로 삼고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MB 전선이 우경화되거나, 원칙 없는 선거 연합이 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민주노총”이라고 말해 반이명박 전선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방선거 방침도 난제

    진보양당 통합 문제는 더 어려운 과제다. 그간 민주노총은 양당 통합을 촉구하기 위해 10만 조합원 서명운동까지 전개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특히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상황에서 향후 지자체 선거 국면에서 민주노총이 어떤 정치적 방침을 결정할 건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됐다.

    이와 관련 새 집행부는 일단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유지하겠지만, 이것이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면 토론을 통해 고민해 볼 수 입장이다. 또 양당이 갈라선 이유인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논란을 수습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면 민주노총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선거의 진보진영 승리를 위해 민주노총의 향후 어떠한 지혜를 모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훈 신임 위원장은 지난 29일 마석모란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6기 위원장 업무를 시작했다. 이취임식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당선 직후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권위를 되찾겠다”며 “당당한 조합원과 함께 실천하는 집행부로서 이명박 대통령보다 하루라도 오래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듬고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앞장서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며 통합지도력 구성에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 13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노동운동, 새로운 민주노총을 상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당선이 위기에 빠진 민주노총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노동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