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꿇고 울며 말린 심정 알지만"
    By 나난
        2010년 01월 29일 04: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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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의 전체 직원의 30% 구조조정 방침에 맞선 단식농성이 29일로 17일째를 맞으면서, 부산본부도 농성에 동참하는 등 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진중공업 지부도 회사와 대화가 막힌 이후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키로 했다. 특히 건강 이상에 쇠약해진 그에게 1,000여 명의 조합원은 28일 “단식 중단”을 간곡하게 호소했으나, 그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진숙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글.

    김 지도위원은 29일 ‘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조합원 동지 여러분’이라는 글을 통해 “콩두유를 사들고 오셔서 제발 한 모금만 마시라던 마음, 무릎을 꿇고 단식을 풀라고 울던 마음, 그 깊은 마음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라면서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그들은 여전히 30% 구조조정을 말하고 희망퇴직, 단협개악을 말하고 있다”며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린 필연적으로 하청으로 떠돌 것”이라며 싸움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구조조정을 막아내지 못해 하청으로 떠돌 면) 이미 하청인 노동자들은 어디로 갈까요”라며 노숙자로 길에서 죽어간 동생의 이야기를 적으며 하청 노동자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는 또 “단식 16일만에 처음으로 여러분들과 마주서면서 마치 상사병을 앓던 사람이 연인을 만난 듯 다시 일어섰다”며 “16일 동안 정문과 신관 사이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렇게 여러분들 곁에 있겠다”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그 동안 회사는 구조조정 방침과 관련해 정리해고자 명단 발표를 일시 미루고 대책 마련을 위해 협의를 계속해 왔지만, 지난 27일 이후 양쪽의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지회는 다음 주부터 투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와 부산 지역 산별연맹도 28일부터 김 지도위원이 노상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앞 작은 텐트 옆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부산본부는 “한진중공업 문제를 지역 의제로 더욱 확대하고 투쟁과 실천을 조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

     ‘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조합원 동지 여러분’(전문)

    스물 한 살, 그때 저는 아저씨들이 보고 싶어 회사에 왔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출근했고 지각, 결근 한 번 안 했고 특건 한 번 안 빠졌습니다. 쥐가 빠진 물에 살얼음 낀 도시락을 말아먹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철판에 두 다리가 깔려 입원을 했다가도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도 주전자에 죽을 끓여다 주셨던 아저씨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콩두유를 사들고 오셔서 제발 한 모금만 마시라던 마음. 따뜻한 문자를 보내주시는 마음. 기나긴 편지를 써주신 마음. 무릎을 꿇고 단식을 풀라고 울던 마음. 저를 염려하시고 걱정하시는 그 깊은 마음들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들은 여전히 30% 구조조정을 말하고 희망퇴직, 단협개악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들은 울산, 다대포, 율도의 폐쇄와 급기야는 영도의 폐쇄 내지는 축소, 플랜트 사업 등으로의 업종 전환으로 이어지겠지요.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린 필연적으로 하청으로 떠돌 것이고 이미 하청인 노동자들은 어디로 갈까요.
    제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노숙자로 길에서 죽었습니다.

    수백 번 저를 넘어지게 하고 수천 번 저를 일으켜 세웠던 동지 여러분. 저의 뜻이 왜곡되는 모멸감을 이기기 힘들어 단식 6일 째 마음의 위기를 겪었고 14일 되는 날 몸의 위기를 넘었습니다. 단식 16일만에 처음으로 여러분들과 마주서면서 마치 상사병을 앓던 사람이 연인을 만난 듯 다시 일어섰습니다.

    사주신 콩두유는 승리하면 먹겠습니다.
    16일 동안 정문과 신관 사이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여러분들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단식 17일째
    해고자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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