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대통합 실천할 것"
    By 나난
        2010년 01월 29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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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호’가 닻을 올렸다. 민주노총이 28일 6기 임원 선출을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젊음과 패기”를 기치로 “혁신 민주노총”을 강조한 김 위원장이 노조법 개정, 공공부문 구조조정, 지자체 선거, 통합지도력 구성, 내부 갈등 등 내외부적으로 산적한 과제들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복수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새 지도부의 우선 과제로 “조직 내부분열 수습”을 꼽았다. 선거 과정에서 틀어진 산별대표자들과의 관계 복원과 함께 경선을 치른 허영구 후보 측 등의 범좌파와의 소통을 통한 현장 조합원을 하나로 모아내는 통합지도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번 임원 선거에서는 산별 대표자들이 통합지도부 구성을 논의하며 임성규 전 위원장을 추대하며 이미 입후보한 후보들과의 갈등이 빚기도 했다. 또 김 당선자가 범국민파의 지지를 받은 것 같이 허영구 후보가 범좌파의 지지를 받고 출마하며 정파갈등도 벌어졌다.

    물론 범국민파의 일부가 김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기로 공식 선언하는 가하면, 일부의 범좌파가 허 후보에 대해 공식 지지 방침을 밝히지 않아 ‘완전한’ 범국민파 대 범좌파의 경쟁구도였다고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를 둘러싼 각 정파별 갈등은 초래됐으며, 특히 통합지도부 구성을 놓고 그 갈등은 더 고조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1명의 당선자를 제외한 5명의 당선자들이 모두 범국민파 소속이라는 점에서 일부 대의원들은 “통합지도력을 모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통합지도력 구성은 김 당선자 역시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는 당선 직후 인사말을 통해 “저를 지지하지 않은 동지들의 뜻을 받드는 사업 먼저 진행하겠다”며 “낡은 사업 방식과 편가르기식 분파 운동을 극복하고 당면한 과제 앞에서 통합적 지도력을 구축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혁신은 대통합이라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산별연맹의 핵심 간부는 "나의 소속 정파를 떠나, 비교적 정파에서 자유롭고 젊은 사람들이 위원장에 당선됐다는 것에서 내부 갈등을 어느 정도 회소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노총 위원장의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통합지도력이 당장 만들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어느 때보다 희망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의 임기는 이명박 대통령의 잔여 임기 3년과 같다. 노조법 개악, 전공조․전교조 탄압 등 ‘대화 없는’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정책에 오롯이 대응해야 하는 그로서는 ‘타협’과 ‘투쟁’ 역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민주노총 위원장일 만큼 ‘젊음’을 강점으로 지닌 김 당선자는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외부적 시각에 신선함과 새로움을 줄 수 있지만, 이는 역으로 경험부족으로 내비쳐 상대적 불안정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화살이 민주노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에 ‘끌려가는 운동’이 아닌 ‘끌고 가는 운동’에 대한 주문이 높다.

    한 대의원은 “허영구 후보가 투쟁을 강조했다면 김영훈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측면이 크다”며 “무조건적인 투쟁도 문제가 있지만, 대화와 타협만으로는 이명박 정권에 맞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대의원은 “김 후보의 경우 산별연맹이나 중앙의 경험은 없지만 철도공사라는 큰 사업장을 이끌며 교섭과 파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며 “이러한 경험을 볼 때 김 후보의 투쟁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 역시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특히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참여 문제에 대해 “노조는 투쟁력을 기초로 교섭해서 조합원의 이익을 쟁취하는 조직”이라며 “그 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해 왔던 사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산별 연맹과 지역본부 위원장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회 참석을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릴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며 노조법 개정 관련 4월로 예고한 민주노총 총파업과 관련해 “꼼꼼히 살펴본 다음 조합원의 뜻을 반영해 올바른 투쟁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당당한 조합원과 함께 실천하는 집행부로서 이명박 대통령보다 하루라도 오래하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과정에서 양 후보의 공약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배타적 지지방침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하되 진보 양당의 통합에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진보 양당 통합과 배타적 지지방침을 놓고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이견이 갈리고 있다.

    김 당선자는 “현장 조합원들이 분당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합당이 되건 선거연합이 되건 다시 만날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반MB전선’ 구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권위를 되찾겠다”며 새로운 민주노총을 그리고 있다. 또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듬고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앞장서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며 통합지도력 구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노동운동, 새로운 민주노총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그의 당선이 위기에 빠진 민주노총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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