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주의 시장경제 우월성 입증"
        2010년 01월 29일 0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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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국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

    "중국에 대한 세계의 공감대의 형성이 날로 명확해지고 있다. 일반적인 견해로는, 중국경제 성장률이 올해 10%를 달성하는데 하등 의심할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성장 잠재력 역시 측량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늘날 세계의 새로운 경제 실체이다. 만약 누구든지 이에 대해 이견을 단다면, 그것은 그가 현재 세계의 발전 추세를 잘 읽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위크> 1월13일자에 실린 기사의 대강이다. 중국이 이번 국제금융 위기국면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의 전망에 대한 주변의 분위기가 이미 많이 바뀌었다.

       
      ▲ 중국 서부대개발의 거점도시중 하나인 중경의 모습

    금융위기의 회오리가 한참 맹위를 떨치던 2008년 하반기에 필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세계경제 버팀목 중국 ‘썩은 동아줄’ 되나"(2008년 11월 27일, 한겨레신문)와 같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광동성과 같이 수출주도형인 동부 연안 지역들의 연이은 기업 파산 소식, 일자리를 상실한 대규모 농민공들에 대한 보도 등 비관적인 분위기가 확실히 우세했었다.

    1조 달러가 넘는 당시의 거대한 외환보유고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중국경제는 수출과 외자에 의존하여 성장해왔는데, 이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과 같은 세계소비시장이 위축되었기 때문에 중국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주요한 논조였다. 심지어는 이것을 계기로 그동안 누적 되어온 사회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해서, 중국은 향후 세계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내수 주도 성장 이뤄

    그러나 중국경제는 이 모든 분분한 ‘억측’들을 비웃기나 하듯이 지난해 춘절(구정설) 직후 소비상승률이 예년의 성장치를 웃돌았다는 보도가 나오더니, 1/4분기 6.2%, 2/4분기 7.9%, 3/4분기 9.1% 성장을 거쳐 마지막 4/4분기엔 10.7%라는 두 자리 성장율을 기록, 2009년 한해 8.7%성장이라는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주변 대부분의 국가들이 여전히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더욱 충격을 주는 수치이다. 이 경제성장률 8.7%의 수치는 그 견실한 내용 때문에 더욱 빛이 나는 것 같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12월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최종 1.9%를 기록하였는데, 이것은 경제의 V형 회복에 비해 물가는 아직 안정적인 범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년 연속 대풍이라는 지난해 농작물 작황을 감안할 때, 금년 들어서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요즘 국내에서 ‘취업/고용 없는 경제성장’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91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새로운 경제인구 유입에 따른 고용압력을 최대한 완화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경제가 모두 장밋빛 일색이지만은 않다. 일각에선 경기과열 가능성, 가파른 부동산가격 상승,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 등을 잠복한 위협 요인으로 제기한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국면에 이어, 금번에 보여준 중국경제의 위기관리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중국경제의 성장동력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한다.

    2. 중국경제 8.7% 성장의 요인

    30여년간의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주로 수출주도와 외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중국경제의 근본적인 성장동력이라는 결론을 쉽게 도출한다. 그러나 그것이 부분적인 원인은 될지언정 진정한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금번 국제금융위기를 통해 보다 분명해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8.7% 경제성장은 수출이 마이너스 16%를 기록한 가운데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국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대외적인 경쟁력을 발휘할 기회가 이전만 못했다는 것은 누구 눈에도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는 시선을 중국 국내적인 요인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먼저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중국경제 자체가 지니고 있는 발전 잠재력이다. 중국은 발전도상 중에 있는 대국으로서 인구가 많고 시장규모가 크며, 이 때문에 경제의 선회 여지가 또한 크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경제는 해외와 국내라는 두 개의 자원과 시장을 충분히 활용하여 지속적이고 빠른 발전을 이룩하였다. 국제금융 위기가 비록 중국경제의 외부 수요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기는 하였지만, 중국은 아직 경제발전의 도약이라는 특수단계에 처해있다.

    중국경제 쾌속 발전의 요인들

    따라서 공업화․도시화․시장화․국제화는 모두 중국경제의 쾌속 발전을 지탱하는 거대한 추동 역량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비록 국제금융위기의 심각한 충격을 받기는 하였지만, 중국경제의 두터운 발전 잠재력과 중국경제 쾌속 성장을 지지하는 유리한 요소들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정부의 ‘반위기 조처’다. 집권당인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위기상황을 맞아 과감한 정책결단을 내렸는데, 4조위안 규모의 신규투자 가동과 10대 산업진흥계획 등을 포함한 일련의 반위기 조처들이 그것이다.

    ‘신속성, 중량감, 정확성, 실질성’을 특징으로 하는 일련의 조처들은, 관건적인 시기에 관건적인 분야와 단계에서, 경제가 돌발적이고 단기적인 요인의 영향을 탈피하여 빠른 회복을 실현하고 정상적인 발전궤도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고, 또 국내 언론에서도 어느 정도 보도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까?

    3. 단순한 케인즈주의와 구별되는 중국정부의 위기대책

    필자가 보기에 가장 중요하고 또 관건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세 번째 요인이다. 만약 이 요인이 없었다면 앞서 거론했던 내적인 발전 잠재력의 발휘도, 중국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조처들도 이렇듯 단기간 내에 즉각적인 성과로 표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중국경제의 구조조정은 후진타오 집권 1기가 끝나가던 2006년경에 이미 시작되었던 것인데,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시점인 2008년 하반기 무렵에는 이미 3년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만 중국 내에서 최대의 관심사인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실들이, 중국사회의 부정적인 면만을 집중 보도하는 국내언론의 관행 때문에 우리에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며, 이제 국제금융위기를 맞이하여 그 진가를 발휘하기에 이른 것일 뿐이다. ‘과학적 발전관’으로 많이 알려진 이러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내용은 이번 금융위기의 대처 방향과도 우연히 매우 일치한다.

    즉, 먼저 수요구조의 조정과 관련한 것인데, 그동안 지나치게 높았던 해외수요(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비중을 적절히 확대하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이번 위기국면에서 내수를 확대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과 더불어, 국내 소비판매가 전년 대비 16.9% 실질성장을 이룩함으로써 수출수요의 감소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게 하였다.

    다음으로 ‘세계의 공장’이란 칭호가 말해주듯, 그간 2차 산업의 발전에 편중된 산업구조에 대한 조정인데, 지난해 경제회복 과정에서 산업구조 역시 비교적 대폭적인 조정이 있었다. 전년도에 1차, 2차, 3차 산업은 각각 4.2%, 9.5%, 8.9% 성장하였다.

    경제성장 견인한 중국식 구조조정

    우리가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것은 3차 산업의 비교적 빠른 발전을 통해, 통상 매년 두 자리 이상 성장을 기록하던 2차 산업과의 성장속도격차를 줄임으로써, 2차 산업의 성장속도 하강에 따른 불리한 영향을 일정정도 보완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그간 동부 연안지역에 편중된 경제개발로 인한 중서부지역과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국적인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현재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각 지역별 경제성장률을 보면 동부, 중부, 서부지역의 성장률은 각각 9.7%, 12.1%, 15.5%로 나타났는데, 서부지역의 경제성장이 중부지역보다 빠르고, 중부지역의 발전이 동부지역보다 빠름을 알 수 있다.

    또 아래 표에서 보듯 중서부지역에 위치한 성(광서, 내몽고자치구)과 대도시(중경)가 동부 연안지역의 성(절강, 광동)과 대도시(상해, 천진, 북경)보다 2009년의 실현성장률과 2010년의 목표치에 있어 대체로 모두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소득분배구조상의 구조조정인데, 그간 주민소득 성장률이 경제성장률에 장기간 못 미치고,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시정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였다. 지난해 도시주민 가처분소득과 농촌주민 개인당 소득은 전년 대비 각각 8.8%, 8.2% 성장하였는데, 전년도의 마이너스 물가를 감안할 경우 사실상 각각 9.8%, 8.5%의 실질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이렇듯 주민소득의 성장이 GDP 성장보다 빠른 것은 근래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구조상의 변화들은 중국경제가 지난해 국제금융위기의 충격을 이겨내고, 안정적이고 비교적 빠른 발전을 유지하는데 있어 큰 기여를 하였다.

    이상의 지금까지 서술한 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경제가 국제금융위기 국면을 극복해 가는 근본적인 힘이 제도적인 요인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중국이 현재 지향하고 있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제도적 우월성에 다름 아니다.

    ‘공유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경제개발 초기 불균등발전이론에 입각한 ‘선부론’적 전략에서, 현재의 새로운 균형발전 전략인 ‘과학적인 발전관’으로의 변화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발전의 객관적 요구에 발맞추어 기존의 발전전략을 적절한 시점에서 수정하는데 있어서나, 기득권층의 반발과 사회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비교적 용이하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효과적인 사회제도적 바탕임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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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 김정호

       
      ▲ 필자

    1963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과거 사노맹의 중간간부로 활동하다가, 1992년 일제검거 때 구속되어 3년 만기출소하였다. 이후 중국의 현실을 직접 목격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자, 2001년부터 중국유학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북경과 상해 등지에서 생활해 오고 있다.

    1981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입학
    1986년 구로공단 대한광학 서노련 임투관련 구속
    1987년 노해동 활동
    1992년 사노맹 관련 구속, 3년 만기출소 
    2006년 중국인민대학 재정금융학원 금융학 학사학위 취득
    2008년 9월 상해재경(财经)대학 재정학 석사학위 취득
    현재 북경대 박사과정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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