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적 '러브하우스' 사업 시동걸렸다"
    By mywank
        2010년 01월 29일 03: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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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1시에 찾아간, 관악구 중앙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는 집수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는 창문과 벽 쪽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낡은 벽지를 뜯어낸 자리에 단열재와 새 벽지를 붙이고, 찬바람을 막기에 힘겨워보였던 창문은 튼튼한 이중창으로 교체되고 있었다.

    저소득층 가정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해, 단열 및 창호 교체작업이 이뤄진 ‘따뜻한 집 만들기 프로젝트(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개선 사업)’ 현장이다. 두 딸과 함께 이곳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사 아무개 씨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방안에서 두터운 외투를 입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반지하 주택의 ‘한기(寒氣)’가 쌩하니 주변을 훑는다. 

       
      ▲’따뜻한 집 만들기’가 벌어진 관악구 중앙동의 한 반지하 주택의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사 씨는 “겨울에는 ‘외풍’이 들어와, 너무 춥다. 방에 있어도 별로 따뜻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로써 정부로부터 매달 20만원을 지원받는 게 수입의 전부인 그가 사비를 들여 이중창을 설치하고, 단열재를 보강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집수리 공사에 나선 이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외풍 때문에 추워…난방비 걱정” 

    난방비 부담도 사 씨의 걱정거리였다. 그는 “한 달 지출에서, 난방비로 나가는 금액이 상당히 많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난방비가 적게 드는 가스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집안에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저온의 추위’보다 견디기 힘든 ‘가난의 추위’가 두려워 그는 밤새 보일러를 꺼놓고 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사 씨의 경우처럼, 저소득층 가구들은 주거공간의 에너지효율이 낮은 편이어서 에너지 사용량에 비해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난방비 문제 역시 고스란히 가계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였으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눈길을 좀처럼 돌리지 않는 현 정부 아니던가. 

    단열 및 창호 교체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방안에 있는 집기를 들어내고, 단열재와 새 벽지를 벽면에 크기에 맞게 일일이 자르고 붙여야 했다. 또 공사로 인해 더러워진 장판 역시 새것으로 다시 깔아야 했다. 취재하기가 미안할 만큼 방안은 분주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고단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표정은 ‘훈남들’이었다. 

       
      ▲단열 및 창호 교체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집수리 공사에 나선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의 집수리는 진보신당 녹색위원회와 관악당원협의회, 에너지정치센터, 관악일터나눔지역자활센터, 한국에너지복지센터의 주관으로 이뤄진 이날 ‘따뜻한 집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날 집수리에 나선 조승수 의원은 방 한편에서는 분홍색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묵묵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예의 거무스레한 낯빛과 이웃 아저씨 같은 느낌과 아주 딱 떨어지는 ‘조화’를 이룬 작업 현장에서 그는 방문과 천장 사이에 공간을 가늠해 벽지를 재단하는 솜씨도 제법 능숙하게 보여줬다.  

    조승수 의원, 집수리 공사 동참

    조 의원은 이를 지켜보던 이들에게 “이런 모습이 잘 어울리느냐”며 농담을 건네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기순 한국에너지복지센터 간사는 새로 이중창을 설치하는 곳에서 외풍이 들어오는지 여부를 확인했고, 이봉화 진보신당 관악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새로 장판을 깔기 위해 드러난 바닥을 청소했다. 모두 맡은 바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중창 및 단열재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방안에는 제법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던 사 씨도 대견하고 신기한 표정으로 넓지 않은 집안 곳곳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저소득층 가정의 에너지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지역단체들의 ‘에너지 연대’가 ‘열’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관악구 신림동 관악일터지역자활센터(자활센터)에서는 조승수 의원과 ‘따뜻한 집 민들기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지역단체 활동가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강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 곽충근 자활센터 실장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복지정책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었다.

       
      ▲28일 오후 간담회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정부는 2007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가구에 대해 100만원 한도 내에서 단열, 창호공사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292억원의 예산으로 5만7천 가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구당 지원되는 금액이 평균 51만원에 불과해 ‘생색내기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통 1가구의 공사를 위해서는 200~25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 개념정의 없어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개념 정의가 없다”, “예산 부족 및 제도 미비로 재원이 임의적으로 조달되고 있다”, “지자체의 임의적 지원 대상 선정으로 사각지역이 발생되고 있다”, “부처와 지자체의 연계 미비로 전달체계가 비합리적이다”, “사전․사후 저소득층 에너지 소비 진단을 생략하고 있다”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따뜻한 집 만들기 프로젝트’ 참여 단체들은 다음달 7일까지 서울 관악․구로․노원․은평, 울산 북구에서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를 벌인 뒤, 같은 달 8일 오전 10시 국회도서관에서 ‘저소득층 에너지기본권 확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조승수 의원은 오는 3월 중에 에너지기본권 확립을 위한 입법 발의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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