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박근혜를 어찌하리오
        2010년 01월 28일 09: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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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스위스에 도착했다.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했다는 이 대통령 맏딸과 손녀는 스위스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 대통령의 이번 외국순방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건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NLL에 해안포를 발사한 사건이 주요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정부의 냉정한 대응을 당부하는 언론이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가 세종시 입법예고를 단행했다. 기존의 행정부 이전 계획은 백지화 됐다.

    일반인은 관보에 게재된 게 무엇인지, 정부가 입법예고한 법안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언론이 제대로 설명해줘야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28일자 신문을 접하면서 많은 독자들은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기분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언론은 해설기사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 세종시 입법예고안이 무엇인지 설명도 해주지 않는 언론, 말 못할 속사정이 있기 때문일까.

    다음은 2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NLL에 해안포 발사 "서해상 사격훈련 계속">
    국민일보 <북, 어제 주.야간 100여발 포사격…"계속 쏘겠다">
    동아일보 <북, 서해 NLL 3차례 포격 "앞으로도 계속 쏠 것" 협박>
    서울신문 <북, NLL에 주·야간 해안포 발사>
    세계일보 <북, NLL에 세차례 해안포 발사>
    조선일보 <"북 포탄, NLL 넘어오면 대화 중단">
    중앙일보 <북, NLL 정조준해 쐈다>
    한겨레 <실업난이 만든 프리터 30~40대 알바 는다>
    한국일보 <북, NLL 향해 3차례 해안포 공격>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면 절차는 어떻게 되고, 수정안의 내용은 무엇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언론이 설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언론은 해설기사를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 공방, 여당 내부 공방을 전하는 기사는 있을 뿐이다. 그나마 경향신문과 한겨레, 서울신문 정도가 정부가 입법예고했다는 법안의 의미와 과제를 1면과 종합면, 사설 등에서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1면 <정부, 세종시 수정 ‘입법전쟁’ 돌입>이라는 기사에서 “행정안전부는 이날(27일) 세종시 성격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변경하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관보를 통해 입법예고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개정안은 원안의 핵심인 행정부처 9부2처2청 이전을 백지화하고 민간에도 원형지 공급을 허용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위헌 시비가 불거진 원주민의 토지 환매권 행사를 제한토록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여론반발 줄이기 위한 꼼수"

       
      ▲ 경향신문 1월28일자 5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부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겨레는 4면 <입법절차 위배.법적권리 제한 ‘문제투성이’>라는 기사에서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세종시 사업이 바뀌면서 애초 토지 수용의 목적이었던 행정중심복합도시 기능이 사업에는 필요 없게 된 것이므로 토지 환매권이 발생한다’며 ‘이미 발생한 환매권을 사후에 입법으로 박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5면 <도시 성격 뒤집고, 특혜 남발하고, 환매권은 봉쇄>라는 기사에서 “법안의 명칭까지 바꾸면서도 대체입법을 하지 않고 ‘전부 개정’이란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여론 반발 등의 역풍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국민 기만한 ‘세종시 백지화’ 입법예고>라는 사설에서 “환매청구권은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한 뒤 목적과 다르게 사용할 경우 애초 토지소유자가 환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행정중심 세종시가 완전히 다른 도시로 바뀌고, 수용된 토지가 헐값에 재벌에게 넘겨진 마당에 정당한 국민의 권리를 소급제한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나온 것인지 놀라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급조된 수정안, 헌법 법률 뒤흔들어"

       
      ▲ 한겨레 1월28일자 사설.  
     

    한겨레도 <위헌과 형평성 논란까지 불붙인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사설에서 “급조된 세종시 수정안은 국민의 기본권은 물론 헌법과 법률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세종시 수정이 애초부터 잘못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설 내용을 참고해보자.

    “위헌 시비가 붙고 있는 대목은 원주민들이 환매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정부는 기존 법에 환매권 제한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위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은 사업을 행정도시에서 기업도시로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당연히 환매청구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그것이 적정해야 하며,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 한다’는 법 정신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오죽하면 여당 안에서조차 위헌 얘기가 나오겠는가. 특별법이라는 점을 앞세워 손쉽게 넘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원형지 개발 허용 기준도 제멋대로다. 애초 대규모 땅에만 원형지 개발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연친화적이고 입체적인 형태의 도시 개발’이란 모호한 조항이 추가됐다. 자연친화적이고 입체적이란 것의 객관적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다. 혁신도시는 ‘혁신도시 기능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경우’까지 들어갔다. 기업도시는 이런 제한도 없이 조성토지와 똑같이 공급이 가능하게 돼 있다. 원형지 공급은 저렴한 땅값과 큰 개발이익 때문에 특혜와 형평성 시비가 그치지 않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마구 풀어놓으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세종시에 설립될 특수목적고 등에 전국 단위 모집을 허용한 것도 형평성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외국어고의 경우 모두 시·도 단위로 모집되고 있으며 전국 단위 모집은 한곳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국 단위 모집을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교육과학기술부 관리들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린다고 한다. 현행 고교 진학 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공방에 주목한 언론

       
      ▲ 한국일보 1월28일자 5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다른 신문 지면에서는 환매청구권 제한 같은 정부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심층분석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적 공방에 주목한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일보는 5면 <‘헤겔 변증법’도 무색…여 거세진 세종시 내전>이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27일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들을 입법 예고하면서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또다시 충돌했다. 친이계는 세종시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친박계는 당내 분란만 가져올 것이라며 논의를 자제해야 한다고 맞섰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도 4면 <3災(재)에 골 깊어지는 여·여>라는 기사에서 “정부의 세종시 입법예고로 한나라당 내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5면 <친이-친박 ‘세종시 입법전쟁 본격화>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양 계파 소속 의원들은 극도로 날카로워진 심기를 그대로 노출했다 ”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4면 <친이 "집권당의 책무" 친박 "국론분열 심화">라는 기사에서 “세종시 수정에 앞장선 친이명박계와 이에 맞선 친박근혜계 모두 이날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공방전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2면 <세종시 신안 입법예고…거칠어진 정치권>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의 어정쩡한 보도태도, 박근혜 의식하나?

    언론이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안 관련 해설 기사를 내놓지 않은 것은 정부 법안이 졸속 편법 허점투성이 법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언론의 속내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 역시 언론이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적당히 눈감는 모습이 편하지 않겠나. 물론 국민은 불편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훈훈한 관계’를 형성하던 언론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어정쩡한 보도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8일자 지면에 장문의 세종시 관련 사설을 실었다. 다른 사설 없이 세종시 관련 하나로 사설 지면을 채웠다. 조선일보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일보 사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 조선일보 1월28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은 ‘세종시라는 과거’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함포사격,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일자리 문제, 중국 일본과의 경쟁, 고령화 사회 등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과 과제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조선일보는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기라도 한 양 매달려 있는 세종시 문제는 8년 전 ‘노무현 대통령 후보라는 정치인’이 선거용으로 출제했던 과거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선일보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조선일보는 “원칙과 원리가 아니라 때로 현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게 정치의 한계이고 숙명이다. 한나라당의 당론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고,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야당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그 자리에서 충청도민이 그렇게 절실히 원한다면, 충청도민이 원하는 것을 충청도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대한민국은 ‘세종시라는 과거’로부터 탈출해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박근혜 변명’ 칼럼 뒤집어보기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접자고 말하려는 것일까. ‘충청도민이 원하는 것을 충청도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수밖에’라는 의미가 중요하다.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일까,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는 충청권 여론을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일까. 조선일보 이번 사설은 마무리가 명쾌하지 않다.

    조선일보도 ‘차기 유력한 대선후보 박근혜’라는 존재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종시 정부이전 반대라는 논조를 거둘 수도 없고, 조선일보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흥미로운 칼럼도 내보냈다. 최보식 선임기자는 30면 <‘반대파’ 박근혜를 위한 변명>이라는 칼럼에서 “이 말 했다고 고개 돌리면 저 말 하는 우리 정치판에서 박근혜라는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을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1월28일자 30면.  
     

    박근혜 전 대표는 ‘행복한’ 정치인이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대놓고 칭찬하는 정치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조금 더 들여다보자. 최보식 기자는 “당내 계파 간 갈등과 분란, 콩가루 집안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박 전 대표를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냉철하게 따져보면, 한나라당은 그로 인해 얻은 것이 훨씬 많다. 우선 세상의 관심을 한나라당으로 돌려놓았다”고 평가했다. 칭찬처럼 보이지만 ‘콩가루 집안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표현을 보면 꼭 칭찬만은 아닌 것 같다.

    최보식 기자는 ‘은근한 협박’도 칼럼에 담았다. 그는 “박 전 대표는 눈앞에서는 이겼지만 결국 이긴 게 아닐지 모른다. 그의 다음 목표가 ‘대권’에 있다면 말이다”라면서 “수정안의 부결 상황을 직접 맞게 되면, 수도권과 보수층의 ‘숨은 여론’이 대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가 박근혜 전 대표와 각을 세우려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시 칭찬이다. 최보식 기자는 “박 전 대표의 원칙과 신의는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은 간혹 질 때 더 아름답다”면서 “그를 아낀다면 그가 품위 있게 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당초 그를 끌어안지 못했던 ‘협량(狹量)’의 대통령이 앞장서면 더욱 그림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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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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