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이 된 기본소득제"
        2010년 01월 28일 08: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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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의 오미타라 마을이라는 곳에서는 마을 주민들에게 매달 100 나미비아 달러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실험이 진행됐다고 한다. 지난 가을에 MBC <W>가 그곳의 풍경을 방영했었다.

    나미비아는 소수의 백인 대농장주를 제외한 80%의 흑인이 국토 전체를 빈민가로 만들다시피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흑인 빈민 마을 중 하나를 골라 기본소득을 무조건 나눠주는 실험을 한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은 돈을 무조건 준다고 하면 질색을 한다. 그들이 하는 말이 재밌다. 그들이 이런 식의 복지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도움을 받을 빈민들 자신을 위해서라고 한다.

       
      ▲ 나미비아 – 오미타라 마을의 특별한 실험 (사진=MBC)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받으면 노동할 의욕이 사라지고 거기에 의지만 하게 돼 영원히 자립할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는 논리. 그리고 경쟁을 해야 경쟁력과 능력이 향상될 텐데, 자꾸 도움을 주면 경쟁을 안 할 것이란 얘기. 그래서 그들은 복지제도, 특히 무조건적 소득보조에 질색을 한다. 그런데 나미비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기본소득은 희망이 되었다

    <W>에선 절망에 빠져있던 한 여성 가장이 소득보조를 통해 빵장사를 시작한 이야기가 방영됐다. 그녀는 설비(오븐)을 가진 소사업가가 되었다. 또 다른 여성은 설비(재봉틀)와 기술은 있었는데 운영자금이 없었다. 소득보조금으로 옷감을 사 비로소 의류제작업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제3세계에서 흔히 보이는 굶주린 모습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의 개발연대 아이들처럼 길바닥에서 또래와 어울려 놀며, 공부할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기본소득 보조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학교 수업에서의 아이들 집중도도 현저히 높아졌다고 한다.

    기본소득을 지원하고 1년 만에 마을의 실업률이 60%에서 45%로 떨어졌다. 범죄율도 하락했다. 마을 아이들 중 절반이 영양실조에 시달렸었는데, 영양실조도 사라졌다. 아이들의 축 처졌던 피부도 일반적인 제1세계 아이들처럼 탄력 있는 피부로 변했다.

    실업률과 범죄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경제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게 됐으며, 그에 따라 더 안전한 사회가 됐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주택 건축 수요도 늘어났다. 주민들이 집을 제대로 된 것으로 지으면서 내수경기가 활성화된 것이다.

    물론 돈을 건설적으로 잘 쓴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본소득보조가 시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것만 바라보며 집안에서 뒹굴뒹굴하는 게으름뱅이들을 양산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상당수의 빈민들에게 소득보조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것이 아니라 삶의 희망을 만들어줬다.

    그것은 마을의 분위기를 더 역동적으로 바꿨다. 마을 주민들은 위원회를 결성해 소득보조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안정된 소득이 생긴 사람들은 다시 생산과 소비를 하며 경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자나 깨나 경제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좋아할 일 아닌가?

    소득재분배 대동단결이 필요하다 

    한국은 나미비아 실험과 거꾸로 가고 있다. 날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빈민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빈민들에게 돈을 주기는커녕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통해 돈을 위로만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내수경제도, 아이들 교육도, 중소상공업자도 살아날 수 없다.

    2009년 OECD 통계연보에 의하면 한국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가장 취약한 나라군에 속해 있다. 국가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득을 가져간 다음 재분배하는 것, 즉 공평히 돈을 나눠주는 일을 거의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돈을 가져가 공평히 재분배한다는 말만 들어도 한국인은 빨갱이라며 사색이 된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선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공적으로 이전된 소득, 즉 재분배정책으로 보조된 소득이 32% 이상이다. 일본은 약 20%다. 형편없는 복지제도로 악명 높은 미국마저도 9.4%에 달한다. 한국은?

    한국은 3.6%다. 이에 비해 OECD 평균은 21.4%였다. 무려 7배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적 기준에 의하면 돈을 재분배하는 OECD는 완전히 빨갱이 소굴이 된다. 이게 말이 되나? 한국인의 빨갱이 공포증도, 시장주의자들의 복지 공포증도 모두 어처구니없는 망상일 뿐이다.

    국가가 재분배 기능을 OECD 선진국 수준으로만 높여도 나미비아 오미타라 마을 사람들에게 주어졌던 희망을 한국인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그 어떤 민생경제대책, 그 어떤 범죄대책, 그 어떤 아동청소년대책보다 나은 것 아닌가? 지금 한국엔 ‘소득재분배 대동단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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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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