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정파경쟁, 결정은 비정파가?
    By 나난
        2010년 01월 27일 07: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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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6기 임원선거가 28일 실시된다. 주요 산별위원장들이 중심이 된 통합지도부 구성 움직임과 이에 따른 내부 갈등, 유력한 후보였던 임성규 후보의 사퇴와 부위원장들의 동반 사퇴 등 유례없는 ‘사건’들이 많았던 이번 선거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노동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사건 많았던 선거

    민주노총의 핵심 간부들과 주요 정파들은 임원선출 대의원대회의 성공적 마무리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같은 결정을 조직적으로 내린 곳도 있으나, ‘무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시선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 김영훈 후보(사진 왼쪽)과 허영구 후보(사진=이은영 기자)

    기호 1번 김영훈-강승철 후보조와 기호2번 허영구-이정행 후보조의 2파전으로 이러지는 이번 선거 판세와 관련 많은 관측통들이 “전혀 예측이 안 된다”며 박빙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1번 후보가 대의원 수 확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전국회의’와 ‘혁신연대’ 등 김영훈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쪽의 대의원들의 수가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보를 낸 정파인 ‘현장실천연대’가 김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강승철 후보를 ‘조직의 결정을 위반’했다며 회원에서 제명하는 등 내홍을 겪은 바 있어, 지지 대의원 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번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것은 ‘기대 섞인 전망’이라는 얘기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수적으로 소수였던 정파들의 지지를 받고 나온 허영구 후보 쪽도 임성규 위원장 사퇴에 따라 지지 대상을 ‘잃어버린’ 대의원들이 이념적 친화성이 가깝다고 보고, 이들이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진’의 공개 지지가 허 후보 진영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대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금속 중심의 현장노동자회의가 공식회의를 통해 회원들의 자유 투표를 결정하는 등 상황은 허 후보 쪽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치열한 정파 경쟁, 결정은 무정파층?

    흥미로운 것은 이른바 넓은 의미의 ‘국민파’ 내부에서 김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 후보에게 표가 갈 가능성이 대단히 낮은 것처럼, 임성규 후보를 지지했던 표 가운데 허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표가 상대 후보로 쏠릴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 관측통들은 이번 선거 결과는 조직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정파와, 자기 정파 출신 후보의 지지를 철회한 정파 소속 대의원들 그리고 무정파 대의원 등 이른바 ‘부동층’의 표심이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정파에 소속돼 있지 않는 ‘순수’ 무정파 대의원 수가 많지 않은 민주노총의 대의원 구성 현실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지지를 철회한 정파들의 방침에 따라, 이번 선거에 한해서 적지 않은 대의원들은 ‘비정파적’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조직적인 선거 보이콧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2~3개의 산별연맹에서 선거 보이콧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대의원대회가 다가옴에 따라 대회에 참석해 소신껏 표를 행사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조직별로 내부 갈등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노총이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회 정족수는 재적 대의원 1,037명 가운데 사고자를 제외한 과반이상”이라며 “27일 현재 80% 이상의 대의원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고 발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산별 관계자들이 신경을 쓰는 대목은 기권이나 무효표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경우. 이들은 특히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득점자를 대상으로 치러지는 2차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나 무효표가 쏟아져 나오거나, 대의원들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의원 80% 이상 참가할 것"

    민주노총의 다른 관계자는 “후보 간 표차가 크지 않은 데다, 통합지도부 구성을 추진해 온 일부 산별연맹에서 선거 무산 움직임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2차 투표에서 50%를 넘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임원 선출이 무산될 경우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시행하게 되며, 재선거에는 기존에 출마한 후보들 역시 재출마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민주노총이 겪어야 할 상처와 갈등은 ‘최악의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불신은 물론 여론의 강도 높은 비난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선거 무산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의 핵심 관계자는 “이미 통합지도부 구성을 놓고 내홍을 겪은 상황에서 선거가 무산될 경우 내부 갈등을 수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며 “선거 무산으로 입게 될 혼란은 현재의 민주노총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발전을 염려하고 민주노조운동이 제대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선거를 마지막까지 잘 치러내고 그 결과를 놓고 통합된 힘을 발휘해야 한다”며 대의원들의 참여와 ‘정상적 투표’를 호소했다.

    이와 관련 ‘현장노동자회’는 지난 23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대의원대회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어느 후보가 결승에 오르든 상관없이 대의원대회가 끝까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겠다”고 결의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사무총장 역시 “대의원대회 무산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그것이 나의 역할이며, 대의원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이후가 문제

    민주노총은 이번 선거가 어떻게 치러지든 내부의 통합, 개정된 노동법에 따른 외부 환경의 어려움 등 안팎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강력한 도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인사들은 선거가 ‘무사히’ 치러져서 새 지도부가 구성되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내부 통합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집행부 구성의 통합성을 높일 필요성이 높아짐에도 조건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산별연맹의 한 관계자는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건 통합 집행력 구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민주노총이 이번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2010년의 도전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출발’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2시 KBS 88체육관에서 제 47차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위원장과 사무총장 그리고 부위원장 7명(여성명부 2인, 일반명부 4인 출마)을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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