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종북-패권 아닌 종파적 조급증 때문
    2010년 01월 26일 06: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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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창당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민주노동당 10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는 민주노동당의 다른 한 축이었던 평등파 인사들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 중 가장 큰 ‘사건’이었던 분당 과정에 대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의견이 비교적 활발하게 오고간 자리였다. 

특히 분당과정에서 핵심 이슈로 부각되었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해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공식적으로는 ‘양비론’에 가깝게 말을 아꼈던 것과는 달리,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분당의 결정적 원인이 아니었다”며 당을 떠난 사람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서로의 차이를 알면서도 어려웠던 당을 이끌었던, 과거 창당의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10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최 소장은 종북주의 논란과 관련 “북핵실험의 경우 중앙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의 당론이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등파 중앙위원들이 모두 퇴장하는 등 당이 논란에 휩쌓이자 의결기구가 없는 확대간부회의에서 (평등파의 의견이 반영되어)당론이 다시 조정되었다”며 “자주계열은 당헌기관인 중앙위 결정을 번복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어도 참고 묵인했다”고 말했다.

북핵실험 당시 중앙위원회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북미 사이의 긴장과 대결이 북의 핵실험으로 이어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수정안이 가결되었지만, 확대간부회의에서 ‘핵실험에 북미 모두 책임이 있고, 2차 핵실험 등 추가조치에 반대하며, 민주노동당이 평양을 방문하되 핵실험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최 소장은 “일심회와 관련해서도 재판 결과 이적-반국가단체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으며, 최00의 당 정보문건을 북에 전달했다는 것도 증거없음으로 드러났다”며 “일심회 사건 자체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대단한 사건이 아니었고 민주노동당에 미친 영향도 미미했지만, 특정 정파가 이를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제기해 집단 탈당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 소장은 “종북주의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남쪽사회에서 종북이라는 말은 간첩에 가까운 개념을 포괄하는 것으로, 사실상 검찰에 국가보안법으로 수사하라는 고발장을 검찰에 보낸 격”이라며 “야만적, 비논리적, 적대적 표현으로 본인의 판단을 주장하는 것을 종북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동지는 물론 양식있는 사람이라면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분당의 원인이자 ‘패권주의’의 사례로 평등파가 거론했던 2007년 대선과 관련, 최 소장은 “냉정하게 대선결과를 분석해 보면 71만표가 대단한 참패라고 보고 당이 곧 망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다분히 정서적이고 현상적인 측면이 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실패의 원인을 “다자구도, 다수 서민들의 허위의식 속의 ‘좌파정권’ 심판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물론 민주노동당이 그동안의 오류와 잘못을 범해 인민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실망을 준 결과로 얻은 참패이지만 심판의 의미는 아니”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후보 문제는 더욱 더 아니며, 2004년 이후 민주노동당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의 능력의 한계에서 오는 패배”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선 당시 평등파 상당수가 이번 대선을 해태하거나 보이콧 하는 등 적전 분열이 심각했다”며 그 근거로 전진이, 12월 8일 ‘진보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선거운동 전략부재와, 평등파의 반대로 반한나라당 전선을 위한 연대전선 형성에 실패했으며, 근거 없는 무사안일과 오만함이 선거운동 진영 내에 팽배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자주계열이 잘못된 노선을 패권적으로 밀어 붙였던 것이 탈당의 중대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유일하게 노선 대립에서 조정이 안되었던 것은 심상정 비대위가 제시한 일심회 관련자 제명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심상정 비대위는 원안 그대로 승복을 요구하면서도 조정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비대위를 비판했다.  

장원섭 전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집단 탈당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당이 2004년과 같은 성공신화를 이룩하지 못하자 동요와 조급증에 빠진 소수가 당원들을 무차별적으로 선동한 데서 생긴 일”이라며 “분파의 이익만을 노리면서 조직을 분열, 파괴하는 것이 종파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종북주의 선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며 “다수파 패권주의 문제는 자체로 평가해볼 만하지만, 집단 탈당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이며, 이로부터 집단 탈당 문제를 대하는데서 면죄부를 주거나 양비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영태 인하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민주노동당은 갈라지기 전까지도 좀처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분당은 그 결과물”이라며 “정파가 문제라기 보다는 어느 한 정파가 한쪽에서 모두 가져가게 만드는 (승자독식)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특히 1인 다수 투표제는 문제가 많은 제도이나, 이 제도를 도입한 쪽은 ‘계속 패배하던 정파’”라며 “사람이나 정파의 탓을 할 게 아니라 정파구도가 어떻게 대립구도로 치달았는지 찾아야 하며, 최 소장의 발제에서 주체적 요인 중 의지와 태도만을 강조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 중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의 국가 패러다임 부재, 대중과의 소통 부족”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으며, 권미혁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변명만 하지 말고 환부를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며 “외부 시선으로 민주노동당을 제대로 보고, 세상 변화에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방어적’이고 ‘죽은 언어’로 말하는 문제, ‘정치’를 진작시키지도, ‘운동’을 조직하지도 못했던 중앙당의 무능”을 위기로 꼽으면서 “통합론도 그 기반을 조성 못하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며 “진보의 가치를 대중의 신념으로 만들지 못하면 통합한다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진보정당 통합에 이은 중도 견인, 범진보후보로 대선 승리라는 로드맵은 진보정치에 대한 지나친 낙관에서 비롯된 일일 수 있다”며 “진보개혁세력의 정당통합의 길은 아직 요원한 문제이고, 지방선거에서 후보, 정책 및 기호를 반MB 대중의 힘으로 통일한 뒤 연립정부 수립과 운영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토론자로 정영태 인하대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장원섭 전 광주시당 위원장, 김종배 시사평론가, 조성대 한신대 교수,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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