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명박, 신자유주의 대동맹
    2010년 01월 23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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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돈문 교수(사진=이재영) 

지난 16일, 조돈문 교수(가톨릭대 사회학과)가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상임대표로 선출되었다. 조돈문 교수는 비판사회학회 회장, 산업노동학회 회장, 민교협 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언제나 진보적 학술운동 및 지식인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조돈문 교수는, 진보적 학술운동이 부진한 원인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오판과 정치적 관여에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두 정부가 들어서면서 진보적 사회과학자들이 정권 운영에 많이 참여했고, 진보적 사회과학계에 내부 균열이 생겼다”며, “진보적 사회과학의 날카로운 발톱이 무디어졌고, 비판적 이성을 잃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렇게 쉽게 역주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의 자유주의 정권들이 역주행을 막을 제도적 장치와 주체 형성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이를 “전통적 보수세력과 중도개혁세력의 신자유주의 대동맹”이라고 정의했다.

민주노총 발전전략위원회에서 ‘민주노조운동 이념적 지향 및 중장기 전략’ 분과위원장으로 일했던 조돈문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대해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가 사퇴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라며, “이번 선거가 반전의 계기는 커녕 위기를 심화시키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래는 21일 여의도에서 이루어진 조돈문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 *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진보 학술운동 망쳐

– 학술단체협의회를 소개해 달라.

= 학단협은 1988년 발족한, 인문사회과학 계통의 학술단체다. 학단협에는 27개의 학회가 소속돼 있는데, 나는 비판사회학회와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을 맡았었다. 주로 전공별로 구성돼 있는 학회는 각 분야를 연구하고, 학단협은 그것을 지원하거나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 단위 학회가 하기 어려운 종합적 연구를 한다.

또, 학단협은 외부 사회단체들과 연대하는 역할도 한다. 올 5월에는 5.18기념재단, 5.18연구소와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 학단협 대표를 맡게 된 계기와 포부를 이야기해 달라.

=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회적 퇴보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민주화 역행은 없을 것이라는 단선형 발전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유턴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정권이 보여주면서 위기 의식이 널리 퍼졌다.

그리고 진보적 사회과학이 학술적 연구와 사회적 담론 형성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인문과학 쪽은 이에 비해 차분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과학 쪽에서 학단협 대표직을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사회학을 하는 내가 대표를 맡게 됐다.

사회적 퇴보 현상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이 후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 두 정부가 들어서면서 진보적 사회과학자들이 정권 운영에 많이 참여했다. 공식 직책을 맡은 사람도 있었고, 직책이 없더라도 정권의 자문 네트워크에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관여했다.

아직도 이 두 정권에 미련을 두고 있는 세력이 일부 있고, 두 정권에 실망한 다수의 사회과학자들은 더 진보적인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진보적 사회과학계에 내부 균열이 생겼다. 이에 비해 인문과학은 처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더 비판적이었고 동질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사회과학이 제 목소리를 못낸 것이다. 진보적 사회과학의 날카로운 발톱이 무디어졌고, 비판적 이성을 잃은 것이다.

자유주의 정권에 대한 미련이 사회과학 위기 원인

– 진보적 사회과학 학술운동의 퇴조 이유를 주로 정치적인 배경에서 찾는 것인가? 

= 그렇다. 자유주의 정권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정권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기대, 그들이 개혁적이지 않음이 드러났음에도 버리지 못한 미련이 진보적 사회과학 위기의 원인이다.

– 진보적 사회과학의 이론적 정합성, 설득력, 담론 형성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보정권이 한 번도 없었으므로, 우리 이론의 오류가 경험적으로 검증되거나 증명된 적도 없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렇게 쉽게 역주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의 자유주의 정권들이 역주행을 막을 제도적 장치와 주체 형성을 못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탓이다. 노무현 정권은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등 개혁입법은 제대로 안했고, 파병, 한미FTA, 광우병 소 수입 등 이명박 정권의 주요 정책을 시작시켰다. 자신들이 야당이었다면 단식투쟁을 하며 막았을 정책들을 스스로 추진하면서 진보개혁세력을 해체시켰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초선될 때는 그 지지가 여러 계층에게서 나와 계급적 특징이 없었다. 그런데 재선에서는 계급적 차별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것은 1기 집권 때 계급적 정책을 폈고, 그를 통해 지지세력을 만들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만약 김대중, 이명박 정권이 룰라처럼 했다면 이명박 정권이 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룰라 1기와 2기 지지 기반의 차이

브라질이나 한국이나 똑같이 신자유주의 시절을 거쳤는데, 신자유주의 정책의 집행 주체가 누구냐 하는 데서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 대동맹’이 이를 이끌었다.

   
  ▲사진=이재영

한국의 전통적 보수세력은 친시장적, 친신자유주의적이다. 그리고 정치적 민주주의 성향의 중도개혁세력은 북한이나 미국 문제에서 조금 더 개혁적이다.

두 번째 세력이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쳤다. 전통적 보수세력이 신자유주의를 펼쳤다면, 중도개혁세력이 반대했을 텐데, 중도개혁세력이 신자유주의를 주도하고 전통 보수세력이 수용하는 신자유주의 대동맹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군사정권에서 벗어나 민주화한 여러 나라에서 보편적이다. 아르헨티나의 메넴 정부, 페루의 후지모리 정부가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동시에 추진한 전형적 사례다. 

양 세력의 대동맹은 시민들에게 신자유주의가 대세고, 이런 보편적 국가노선에 저항하면 집단이기주의라는 식의 이데올로기 효과를 낳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사회적 합의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의식이 보수화하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도 자신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시장논리를 내면화하고 있다. 바로 신자유주의 대동맹의 시민 교육이다.

게다가 개혁적 시민단체와 언론들도 비판적 기능을 포기하고 자유주의 정부들에게 암묵적 동의를 해줬다.

새 얼굴로 새 바람 일으킬 것

– 학단협은 올해 어떤 일을 하려는가?

= 선출되자마자 임기가 시작됐고, 지금 운영진을 꾸리는 중이다. 젊은 학자들로 운영위원회를 꾸려 새 바람을 주려 한다. 학술단체에서 언제나 얼굴 부딪치는 단골 멤버에서 벗어나 인력풀을 넓히려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소속단체 파견자들로 운영위원회가 구성됐는데, 특정 단체의 대표성이 없거나 진보학회가 없는 분야에서도 사람을 끌어들여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려 한다.

사회적 의제화가 덜 된 양극화, 공공성 같은 것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올해 학단협의 목표다.

– 정운찬 총리,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등 학자들의 정치 사회적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폴리페서라며 반대하기도 하는데, 학자의 사회적 참여는 어떠해야 바람직할까?

= 정치 참여는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다. 자기 연구의 결과를 관철하고 영향을 주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스럽고, 지식인의 의무다. 그러나 모든 정치 참여가 동일하지는 않다.

앞의 한 사람은 지배세력을 대변하고, 한 사람은 약자를 대변한다. 지배세력은 이미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굳이 대변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도 개인적 이해득실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힘은 워낙 취약하므로 지식인이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 이것은 개인적 동기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개인적 동기와 사회적 필요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정치 참여 이전에 학문적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사회적 활동을 펼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의해 판별할 수 있다.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그 연장선상에 정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운찬은 지배자 편, 김상곤은 약자 편

– 최근 『브라질에서 진보의 길을 묻는다』라는 책을 내놓았다. 어떤 내용인가?

= ‘찾는다’가 아니고 ‘묻는다’는 제목을 붙인 것은 브라질에서 이상적 해법이 보인다는 것이 아니라 브라질을 보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룰라 정권에 대한 평가는 양면적인데, 시민들이 긍정적 평가 70%라는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데 비해 좌파들은 룰라 정책에 비판적이다. 좌파들은 룰라 정권이 사유재산제, 부르주아민주주의 등 제도적 제약에 발목 잡혀 진보적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동구권 붕괴 이후 노동계급 정당이 집권에 성공한 것은 브라질이 처음이라 많은 기대를 받았는데, 그 기대만큼 제대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복지정책과 사회정책은 상당히 폈지만, 시장질서를 변화시키는 정책은 없었다.

룰라는 왜 변혁적이지 못할까?

룰라 정부는 어떻게 출범할 수 있었을까? 왜 좌파적 변혁을 할 수 없었을까? 인민들이 좌파에게 표를 주는 것은 다른 모든 대안이 효과 없음이 입증된 뒤다. 즉 사회경제적 최악의 조건에서다. 그래서 좌파 정권은 최악의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정책 구사를 제한당하는 것이다.

룰라가 집권했을 때 국가부채가 엄청났고, 경제위기 상황이었다. 사회정책을 펼치려면 재정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브라질 정부에게는 돈이 없었다. 기업 국유화할 돈도 없었다. 외채를 갚으려 긴축재정을 쓸 수밖에 없어 정책대안이 적어졌다. 좌파 집권의 조건이 정책 수행의 유리한 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도 집권한다고 모든 것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룰라가 집권했다고 열광하고, 변혁적 정책 펴지 않는다고 냉소하고, 쉽게 잊는 냄비 같은 반응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브라질만큼 노동자 정치세력화 하기도 어려운 조건인데,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집권 이전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 브라질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브라질의 경험에서 교훈 얻고 배워야 하는데, ‘개량’이라 매도하며 학습하지도 않는 것이 안타깝다. 브라질을,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분열 더 악화

– 민주노총 발전전략위원회에 참여해 민주노조운동의 중장기전략을 다듬는 등 민주노총에 적극적으로 간여해 왔다. 통합후보 실패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난관을 맞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가 사퇴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다. 민주노총이 위기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는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선거를 통합의 계기로 삼았어야 하는데, 내부 분열을 더 악화시키고 민주노총 운동의 사회적 위상을 깎아내려 안타깝다. 위기 상황에서조차도 통합 못할 정도의 조직임을 보여줬다. 민주노총 내 정파들이 정치조직임을 보여줬다.

2004년 조합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조합원의 60% 이상이 위기라 답했다. 그런데 그 후 6년 동안 별 노력이 없었고, 위기는 갈수록 악화됐다. 이번 선거가 반전의 계기는 커녕 위기를 심화시키는 것 같다.

– 개인 연구 계획은 어떠한가?

= 스웨덴과 유럽통합 문제를 공부하던 중에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문제가 터졌고, 거기 개입해 일하느라 공부 진척이 더뎠다. 이 공부를 마저 해야 하고, 요즘 베네주엘라 모델도 연구 중이다.

최근에는 국가 단위 변혁정책보다는 작은 지역, 기업 수준의 변혁적 실천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작은 실험이 누적됨으로써 대안에 대한 시민의 동의를 누적할 수 있고, 큰 대안모델을 검증할 수 있다. 통치역량도 키울 수 있고. 룰라 정권 이전에 뽀르뚜알레그레에서 (주민참여예산제 등의)실천이 있었던 것이다.

좌파가 국유화에만 집착하는 것이 바보스러워 보인다. 국유화는 보수정권이 들어서 재민영화시키기가 너무 쉽다. 집권 이전부터, 역행하기 어려운 작은 변혁적 실천모델들을 누적시키며 변혁프로젝트를 실천해야 한다.

『한국 노동계급과 민주노조운동』이라는 책을 준비 중이고, 비정규노동센터 대표로서 비정규노동 문제 중심의 연구를 할 계획이다. 계급형성과 주체형성에 대한 연구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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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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