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신의 관념을 가질 수 있나?"
    By 나난
        2010년 01월 23일 04: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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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5,900원에 만나는 고전, 책세상문고 고전 시리즈로 데카르트 형이상학에 대한 비평적ㆍ비판적 해설서인『데카르트 철학의 원리』(스피노자, 책세상)가 나왔다. 데카르트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형성한 스피노자가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다.

    스피노자는 17세기, 신과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제시함으로써 이후 철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 중세인이자 최초의 근대인’으로 불리는 스피노자는 내재적 원인으로서의 신 개념을 제시하고, 신의 관념을 형성해내는 인간 지성의 확실성 및 지성의 자기 탐구로서의 철학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을 가했으며, 이는 국내에 초역되는 이 책에서 잘 드러나 있다. 스피노자 사상의 발아 지점을 보여주는 저작으로, 이 책을 통해 인간 인식의 확실성, 신 존재 증명, 자유와 필연 등 두 철학자의 공통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상이한 해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스피노자는 이 책에서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에서 발생하는 신의 실존 문제를 관념의 문제로 전환해 ‘우리 안에서’ 신의 관념을 ‘형성해낸다’고 주장함으로써 초월적 타자가 아니라 지성이 형성하는 가장 완전한 관념으로서의 신을 제시한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초월적 신 존재 개념이 안고 있는 세계 개입의 문제, 정신과 육체의 구분 문제, 자유 의지의 문제를 풀기 위해 내적 원인으로 존재하는 실체 개념을 제시한다. 그는 신을 실체로 간주하면서도 신의 인격성을 인정하지 않고 신이 철저하게 자연 법칙을 통해 세계에 개입한다고 말한다.

    스피노자는 이 책에서 "데카르트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했지만 외부의 신, 즉 자신에서 연역할 수 없는 신의 관념과 만남으로써 오히려 나 자신의 실존에 대한 확신마저 흔들리게 된다"고 비평하며, 신의 ‘실존’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관념’의 문제로 전환한다.

    즉 문제의 중심을 데카르트의 ‘우리가 신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서 ‘우리가 신의 관념을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로 옮긴 것으로, 스피노자는 관념과 관념의 대상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참된 관념의 형상이 지성의 본성 자체에 의존해 있다고 주장해 관념에 대한 모든 외부적 원인을 배제한다.

    이 책의 1부는 데카르트의 형이상학에 대한 비평적 또는 비판적 해설을 담고 있으며, 전반부 서론은 앞부분에서 데카르트가 방법적 회의를 통해 코기토 명제를 발견하는 과정을, 뒷부분은 스피노자 자신이 데카르트의 신 존재 증명과 순환 논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 함께 수록된 ‘형이상학 반성’은 네덜란드의 데카르트주의를 주도하던 제도권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는 글로, 스피노자의 초기 형이상학 연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스피노자는 이 논문을 통해 ‘속성’과 ‘양태’라는 핵심 개념을 통한 존재자와 신의 속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저자 –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스콜라 철학과 데카르트 철학과의 만남은 스피노자에게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히브리어와 유대?아랍 신학을 공부했으나 신이 육체가 없다는 점, 천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 영혼이 불멸한다는 점 등을 뒷받침할 근거가 성서에는 없다고 주장해 유대 교회에서 파문당했다.

    이후 스피노자는 은둔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철학을 가르쳤고, 한편으로 친구들과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은밀히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켜나갔다. 당대의 새로운 철학이었던 데카르트의 사상을 기하학적 방식으로 해설한《데카르트 철학의 원리》(1663)는 스피노자가 생전에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유일한 책이며《신학-정치론》(1670)은 익명으로 출간했으나 저자가 밝혀지면서 금서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지성개선론》,《에티카》,《정치론》 등은 그의 사후《유고집》(1677)을 통해 출간되었고《신과 인간과 그의 행복에 관한 소고》는 1852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역자 – 양진호

    대학에서 철학과 사학을 공부했고 칸트의 선험철학과 존재론의 관계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문예아카데미’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적인 시민교육을 시도했다. 그 후 광주로 건너가 철학 공부를 이어가면서 ‘라틴어번역공방’을 결성해 활동했고, 독일 미시오 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아헨, 베를린에서 연구했다.

    귀국 후에는 번역 공방 활동과 함께 유럽 근대 철학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스피노자의《데카르트 철학원리》(1663) 연구 (1) :〈서론〉에서 ‘신 증명’과 ‘순환논증’의 문제〉,〈방법적 회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 데카르트의 판단-의지 이론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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