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 보수신문 작심 비판
        2010년 01월 22일 08: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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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KBS사장 해임 무효에 이어 <PD수첩> 제작진 무죄 판결이 나오는 등 정치적 사안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이번에는 여당이 사법부 개혁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안상수 원내대표가 21일 최고위원회위의에서 단독판사는 부장판사 이상의 경력자가 맡아야 한다고 발언한데 이어 6월 임시국회에서 △10년 이상 법조인 경력을 쌓은 단독판사 임용 등 단독판사 요건 강화 △법원 자문기구인 법관인사위원회에 인사의결권 부여 또는 심의기능 강화 △고등법원장에게 일반 법관 인사권 부여 방안 △법관 인사에 원심 판결 파기율 반영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여당의 이런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정치권이 법관임용과 인사권을 쥐고 법원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사법부에 대한 위협인 셈이다.

    다음은 1월22일 전국단위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여당, 법관 임용·인사권 장악을 ‘사법부 개혁’ 포장 / 정권의 입맛대로 ‘개조’ 속셈>
    국민일보 <"EBS강의, 올 수능 70% 반영">
    동아일보 <음식점 고시원화재보험 의무화>
    서울신문 <수위낮춘 법·검…불안한 휴전모드>
    세계일보 <대법원장 차량에 계란투척…판사 신변위협까지 / 법치주의가 흔들린다>
    조선일보 <대한민국 이젠…’쇠사슬 시의회’ 등장>
    중앙일보 <우리법연구회 존립 논쟁 확산>
    한겨레 <정권 뜻대로 ‘청부수사’…검찰이 문제다>
    한국일보 <도를 넘었다 / "판결 불만" 대법원장 차에 계란투척·판사집 앞 시위 / 정치권·일부 언론까지 가세 사법부 압박 ‘위험 수위’>

    보수신문, 한나라당 공조 ‘사법부 흔들기’

    여당이 사법부 개혁(?) 추진을 밝히자 보수신문들도 사법부에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사법부 흔들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전날 사설 <문 판사, 여중생들 죽기 싫다 울먹일 때 어디 있었나>에서 어린 여학생들이 거리를 메우고 정체불명의 선동자들이 ‘청와대로 가자’를 외쳐대던 때 무얼 하고 있었냐며 따져 물었던 조선일보는 22일에는 여당의 사법부 개혁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지면에 반영했다.

    조선일보는 3면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을 인터뷰해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단독판사에게 맡기면 안 된다"는 말을 끌어냈다. 이는 여당이 주장하는 사법개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 조선일보 1월22일자 4면  
     

    또, 조선일보는 이 인터뷰에서 "MBC가 사과방송을 한 것을 보면 ‘일방의 견해만 방송한 사실이 있다’고 했더라"면서 "자백을 한 것인데 그 이상의 (유죄) 증거가 있느냐"는 이 전 헌법재판관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 인터뷰에선 MBC 사과방송이 방송사의 내부에서 이뤄진 결정이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결정으로 인한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또 같은 지면에서 일부 법관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해야 하며 사법부가 젊은 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주요사건도 제비뽑기식 배당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최근 ‘편향판결’ 시비가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행정권이 무력화 됐기 때문"이라며 "법원장의 재판배당권과 사무분담권이 유명무실해지면서 ‘튀는 판사’의 ‘튀는 판결’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소장 판사들을 겨냥했다.

    중앙일보도 1면 머리기사에서 우리법연구회에 이념적인 잣대를 들이댔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과거 군의 하나회와 같은 사조직이 법원 내에 있어 집단적 움직임을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요구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말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더 나아가 사설 <‘우리법연구회’부터 자진 해체하라>에서도 진앙은 단독판사들의 ‘독단적인’ 판결"이라며 "일련의 판결에 ‘집단적 편향’이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1월22일자 1면  
     

    전날 <PD수첩> 판결 판사에게 ‘어이 없다’는 사설을 쓴 동아일보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사법권력 견제론’이 꿈틀하고 있다며 여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동아일보는 사설(<상식 이하 판결 뒤의 "사법부 독립" 외마디>)에서도 "이 대법원장은 법조계의 의견을 모아 법관과 재판의 오류를 시정하고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취할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옳다"며 "잘못된 재판에 대한 비판이 마치 사법권 독립을 흔드는 것처럼 말할 일은 아니다"라고 정당화했다.

    경향, 사법부 개혁 외친 여당 속셈은 사실은 ‘개조’?

    그러나 조중동의 주장대로 정치권의 사법부 개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따져볼 일이다. 특히 여당의 사법부 흔들기는 최근 정연주 KBS 사장 해임 무효 판결과 <PD수첩> 제작진 무죄판결 등 언론장악 논란을 빚었던 정치적 사안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한나라당의 사법부 개혁 추진에 대해 ‘사법부 개조’라고 못 박았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정권의 입맛대로 ‘개조’ 속셈>에서 "한나라당이 ‘사법부 개조’를 밀어 붙이고 있다"며 "<PD수첩> 제작진 무죄 등 최근 잇따른 법원의 무죄판결을 문제 삼의며 ‘사법개혁’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법관 임용 관여, 인사권 장악 등을 통해 법원을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월22일자 1면  
     

    경향신문은 또 단독판사 자격을 법조경력 10년 이상된 부장판사로 하자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방안은 ‘초선 의원은 어느 상임위원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식으로 지나친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중앙대 법학과 이상돈 교수도 "젊은 판사가 너무 일찍 재판에 배석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검사, 변호사 10년 하면 반드시 판사일을 잘 할 것이라는 가정은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려대 법학과 박경신 교수도 "재판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여당과 국회가 개입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또 사설을 통해 보수신문들의 지나친 사법부 흔들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작금 소위 보수신문들의 보도행태에 대하여>에서 "<PD수첩> 1심 무죄판결 이후 이른바 보수신문들의 비이성적 보도 행태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1월22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재작년 <PD 수첩> 광우병편이 방송된 후 계속된 자신들의 비난 일변도 보도에 대해 일말의 자제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보수세력의 총공세를 선도하는 모양새"라며 "일방적 정부 편들기 보도나 검찰 수사에 무리가 없었는지 법리적으로 따져보려는 냉정함은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우리가 조중동을 보수신문이라 부르는 데 유보적인 주요 이유는 일관성 없는 이중잣대의 논조다. 이들은 탈이념을 강조하다가 필요할 때는 이념편향을 걸고 넘어진다"며 "이런 이중잣대의 기준은 오로지 자기 이익으로 파악되는 바 진정한 보수, 제대로 된 우파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 사법부 압박 위험수위 넘었다"

    한겨레는 검찰의 억지 주장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억지만 부리는 정치검찰, 이대로 둬야 하나>에서 ‘민사재판 결과를 형사재판이 뒤집었으니 잘못된 판결이다’는 식의 논리부터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반론과 정정보도,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보다 형사처벌을 정하는 형사재판에서는 민사보다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적용하는 만큼 민사와 형사 소송은 접근방식부터가 다르다는 얘기다. 한겨레는 검찰이 이런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은 정치적 선동의 구호는 될지언정 법률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 1월22일자 1면  
     

    한국일보는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의 사법부 압박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도를 넘었다>에서 이용훈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법원 앞에서 피켓을 불태우는 등의 행동을 지적하면서 "<PD수첩> 사건 등 정치적 논란이 됐던 사건들에 대한 법원의 잇단 무죄 판결에 반발하는 보수진영의 비판과 항의가 도를 넘어 공격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여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연일 이념적 잣대로 사법부를 흔들면서 이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며 "3심제라는 사법적 절차로 풀어야 할 판결에 대한 불만이 장외 이념대결로 확산될 경우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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