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법치' 허구 명백히 드러나
    2010년 01월 21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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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원이 PD 수첩 제작진에 대해서 무죄선고를 하였다.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무죄, 미네르바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무죄,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무죄에 이은 판결로 일부에서는 법원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사법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뷰 중인 PD수첩 제작진 (사진 = 미디어오늘 / 이치열)

그러나, 진실은 항상 다른 곳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요즈음 같은 정치적 분위기에서 일부 법관들이 소신있는 판결을 한 것은 분명히 용기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냉정하게 평가하여야 할 것은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 있는 사건들의 경우에 법원에서 이례적인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결코 아니며 기소단계에서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무리한 기소라는 의견이 비등했다는 것이다.

2.

법은 글귀로 되어 있다. 그 글귀가 항상 명백하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집행방해죄라고 하면 공무의 개념이 항상 문제되는 것이고, 명예훼손이라고 하면 무엇이 사실인지가 항상 문제가 된다. 법률에 나와 있는 포괄적 글귀를 해석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판사에게 달려 있다. 배심제가 일부 도입되기는 했지만 절대 다수의 사건에서 법에 나와 있는 글귀의 해석권은 판사에게 있다.

강기갑 의원 사건도 그렇다. 과거의 권위주의 시절부터 법원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면 경찰을 폭행해도 공무집행방해가 안된다고 하였고, 이는 확고한 대법원 판례이다. 경찰이 길거리에서 노상방뇨하는 사람- 이 사람은 동네에서 여러 가지 행패를 부리는 사람으로 경찰관도 잘 알고 있다- 을 파출소로 데리고 가다가 술에 취한 이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허리춤을 잡으니 이 사람이 화가 나서 경찰관을 폭행했다.

일반 시민들이 보면 노상방뇨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다. 하지만 공무집행방해는 안 된다. 왜냐하면 경범죄 위반으로는 현행범 체포 요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은 이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말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강기갑 의원 사건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경우 공무가 아니라고 했는데, 신문 보는 것을 공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이고 이 판단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일부 인사들이 강기갑이 미운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동안의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한 판례를 비추어 보면 강기갑이 우주인이 아닌데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PD 수첩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보면 CJD와 vCJD가 다른 것인데 같은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의학적인 것은 알 수 가 없으나 영국에서 나온 광우병 백서에서도 이 둘이 정확하게 다른 질병인지 아니면 유사한 질병인지에 대한 확정적 표현이 없다.

광우병 백서에 보면 “1990년과 1995년 사이에 CJD 발병 4예가 그들의 농장에서 이미 BSE(광우병) 병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농민들이었다. 게다가 두 명의 목부의 아내가 CJD에 걸렸다. 감염된 목부들은 54세여서 64세 사이였고 전형적인 산발형 CJD 증상을 나타냈다. 그들은 vCJD와 관련된 당화형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오늘날까지도 아무도 이 병례와 BSE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지 못했다”라고 되어 있다.

광우병 백서에 이러한 표현이 나온 것은 CJD와 vCJD의 관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 관련이 없다면 이런 표현이 사실 나올 이유도 없다.

광우병은 아직도 심지어 전파 경로에 대해서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질병이다. 광우병 백서를 보면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파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즉,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질병의 위험성을 보도하는데 그것이 업무방해나 명예훼손이 된다고 한다면 아마 더 이상 언론의 자유는 질병이나 위생 분야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4.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미네르바 사건의 경우도 그렇고 정연주 사장 사건도 그렇다. 이것은 특별히 이상한 신조를 가지지 않아도 판사라고 한다면 기존의 법률해석을 가지고 충분히 무죄라는 결론을 내릴만한 사건들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결국 왜 이렇게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있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사법부가 독립되어 있고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식의 환상적인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여러 무죄판결들은 사법부가 독립되어 있고 인권의 최후에 보루이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법해석이 누적된 결과에 기인한 것이다. 개별 판사들에게 기존의 법해석과 다른 논리로 재판하라고 하는 것은 수십년 간 쌓여온 법학과 판례들을 무시하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5.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현 정부가 생각하는 법치는 자기들에게만 유리한 법치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악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글귀로 되어 있는 이상 보편적 속성을 갖는다. 자기에게도, 타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것을 억지로 자기에게만 적용시키지 않고 타인에게만 적용하려고 하면 사람들은 체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그람시는 법원이 가장 약한 국가기구라고 하였던 것이다. 술취한 취객에도 적용되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공무 개념이, 강기갑이라고 적용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구의 속성 상 현 질서를 옹호하려고 한다. 현 질서가 쓰여져 있는 것이 법률이고 자신들이 그 법률을 해석한 것이 판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무죄사건은 결코 법원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 정부와 그 지지자들이 법치의 개념을 4공 내지 5공 식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 때야 법원은 행정부의 하나의 부서에 불과한 때였고, 정보기관 직원들이 재판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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