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태의 본질, 무리한 기소-상식적 판결
    여권, 민주적 허용 넘어선 반헌법 행위
        2010년 01월 21일 08: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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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의원 무죄판결을 계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사법부를 둘러싼 논란이 MBC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사건 무죄판결로 점차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해야 한다거나 대법원장이 판사들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식의 협박들이 행해지고 있다.

    본질 호도하는 언론들

    대부분의 언론은 현재의 논란을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사태의 본질이나 검찰과 달리 헌법상 독립된 지위를 가지는 법원의 지위는 외면한 채 마치 법원과 검찰 사이에 법의 해석문제를 놓고 대등한 법리논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사태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시각에 불과하다.

    우리 헌법은 제101조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여 사법부 독립을 ,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여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체제 하에서 현재의 논란의 핵심은 한나라당의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대법원장에 대한 부당한 요구가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을 해치는 반헌법적 행위인지 아니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허용될 수 있는 정당한 비판과 토론의 자유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한나라당 주장의 핵심은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내심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를 자르고 싶다는 욕구와 무죄판결의 수정이나 재발방지를 위해 자기를 옹호해주는 판사만으로 재판기관을 구성하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욕구에 협조하라고 인사권자라고 인식하는 대법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법원장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이유

    프랑스 혁명 전의 프랑스 사회는 검찰과 법원이 분리되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수사를 해서 소추하는 기관과 재판을 담당하는 기관이 조직적으로 분리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태에서 사법절차를 이용한 탄압이 극에 달하였다. 프랑스 혁명 당시 맨 처음 민중의 습격을 받아 불탄 곳이 바스티유 감옥이었던 것은 당시 왕권의 시녀 역할만 해온 사법조직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프랑스 혁명은 검찰과 같은 소추기관과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을 분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권력을 장악한 집단이 자신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마음대로 재판기관을 조종하여 민중을 탄압하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를 자르고 판사에게 명령을 내리고 싶어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사법부 독립의 역사를 프랑스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구태로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과거 우리 사법의 역사를 살펴보면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절까지 법원은 전혀 독립적이지 못했다. 한홍구 교수에 의하면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3월 대법원장에 취임하여 1981년 4월 전두환 정권에 의해 대법원장직을 사직한 이영섭 대법원장은 직접 쓴 퇴임사에서 정치적으로 독립된 ‘司法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대신에 대통령 밑의 일개 행정부처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司法部’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의 재임기간을 “오욕과 회한의 세월”로 요약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사법부의 역사는 민주화되기 이전만 하더라도 형식적인 조직만 독립되어 있었을 뿐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군사정권의 시녀 역할을 해왔고, 이러한 역사는 대부분의 판사들에게 오욕과 수치로 남아있을 뿐이다. 87년 항쟁으로 열린 민주화와 더불어 비로소 진정한 사법부의 내적 독립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사법부의 독립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 진전과 그 궤를 같이 해왔다.

    무리한 기소, 상식적 판결

    한나라당은 진정 이러한 민주주의와 사법부 독립의 역사를 다시 돌리고 싶은 것인가. 스스로 군사독재정권의 승계자임을 자처하면서 이상한 깡패조직을 동원해서, 용공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판사를 용공으로 몰아 판사들을 겁주고 통제하려 했던 과거 이승만 정권까지 승계하고자 하는가. 만약 한나라당이 이를 부인한다면 민주주의 질서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법관 자격을 내던진 신영철 대법관은 옹호하면서 검찰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무리하게 기소를 한 사건들에 대해 상식적인 차원에서 무죄로 판결한 판사들을 물러나라고 욕한다면 그 얼마나 우스운 행태인가. 입으로 내 뱉는다고 모두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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