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중, 정리해고 발표 일시 중단
    By 나난
        2010년 01월 20일 05:5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진중공업이 오는 26일로 예정했던 1,000여 명의 정리해고자 명단 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20일 금속노조 주최 ‘조선소 구조조정 분쇄, 한진중공업 불법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발표 중단일 뿐, 정리해고는 유효

    한진중공업 노사는 20일 오전 정리해고자 명단 발표를 일시 중단하고 대책마련을 위해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발표 중단일 뿐 정리해고는 유효한 상태다. 이에 향후 노사 협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선소 구조조정 분쇄, 한진중공업 불법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사진=이은영 기자)

    한편, 이날 금속노조는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공장에서 ‘조선소 구조조정 분쇄, 한진중공업 불법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관련 금속노조 차원의 집회는 이번이 처음으로, 1,5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이번 싸움을 지난 해 쌍용자동차 경험을 거울 삼아, 정리해고가 제조업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을 ‘단결과 연대’로 막아내자는 의지를 다졌다.

    특히 지난 91년 박창수 노조위원장의 의문의 죽음과, 2003년 한진중공업의 600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 지회장과 곽재규 조합원에 대한 아픔을 지닌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죽지 않기 위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결사투쟁한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고용보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이명박 정권의 실업대책과 고용대책이 허구에 찬 거짓이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기 "정리해고는 살인, 금속노조 울타리 될 것"

    이어 그는 “금속노조가 전체 조합원의 울타리가 되도록 하겠다”며 “영도에서 출발된 투쟁이 4~5월을 거치며 6월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금속노조 산하 많은 사업장들이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에 연대와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98년 현대차지부도 처절하게 싸웠던 기억이 있다”며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이 전무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는 곧 살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지부 4만5천 조합원이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의 투쟁을 엄호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법린 현대삼호중공업지회장은 “10년 현대자본의 정리해고에 전 조합원이 족장으로 천막을 치고 70일 동안 싸우며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허락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것은 단결하지 않으면 투쟁도 미래도 없다”며 연대와 투쟁을 강조했다.

    또 그는 “뼈 빠지게 10~30년 자본이 시키는대로 일한 죄 밖에 없다”며 “쓸모 없다고 공장 밖으로 쫓아내는 자본에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 금속노조 1,500여 명 조합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마치고 영도공장에서 남포동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사진=이은영 기자)

    한진중공업은 부산지역 내 매출 1위를 달성한 기업으로, 지난해 10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채길용 지회장은 “한진중공업은 매년 수천억의 영업이익을 획득하고, 얼마 전 2척의 수주를 받고도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해고로, 우리 뒤에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있으며 힘내서 싸우자”며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1주일에 1명, 1년에 50명의 노동자들의 조선소에서 죽고 한해 2천 4백 명의 조선노동자들이 다치고 있다”며 “한진중공업, 제왕 같은 귀족 같은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싼 2세의 골육상쟁, 수주담당인 3세의 무능력 때문에, 노동자의 피땀으로 10년 동안 4천 억 원이 넘는 흑자를 만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고 밝혔다.

    자식들 무능과 골육상쟁으로 노동자만 죽어나

       
      ▲ (사진=이은영 기자)

    한편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지난 19일 부산지방노동청을 방문하여 ‘한진중공업의 잘못된 불법 정리해고 신고서는 잘못된 것으로 즉시 반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서 부산본부는 “경영상의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회피노력 △해고대상자 선정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근로자 측에 50일 전 통보 및 성실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한진중공업은 이런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이런 정리해고는 불법이기에 당장 반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일단 대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30여 곳으로 구성된 ‘한진중공업 대규모 정리해고 반대 및 서민경제 살리기 부산시민대책위’(가칭)는 부산지역 선전전 및 천만 명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반대하며 지난 13일부터 진행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무기한 노상 단식농성은 20일 현재 8일째를 맞고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