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무관심 민주노총 살리겠다
박빙 선거…현장 투쟁경험 호소"
    2010년 01월 20일 09:06 오전

Print Friendly

허영구 민주노총 6기 위원장 후보(전 민주노총 부위원장)는 자신의 출마 이유를 “비리, 무능, 노동자 일반 대중으로부터 무관심까지 초래된 민주노총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을 좀 더 당당하고 힘 있게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는 임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통합지도부 구성 논란에 대해 “민주적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본다”며 “산별대표자가 그런 방식으로 통합후보를 추대하려면 최소한 자기 조직의 조합원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산별대표자 통합후보 추대하려면 조합원 동의 거쳐야

그는 이어 “통합을 얘기하면서 어떤 세력을 배제하는 것은 진정한 통합이 아니”라며 “산별대표자는 전체 통합을 얘기하면서 노동전선을 배제했다. 노동전선을 배제하고 전체 통합후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그간 민주노총이 주장해 온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비모임까지 선언과 강령에서 현실적 통합이 가능하느냐”며 “진보정당통합운동 중단을 기조로 정치 사업을 할 수밖에 없으며, 최소한 민주노동당을 기점으로 좌까지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정치 사업할 수 있도록 지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 방침과 관련해 “이미 사문화되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굳이 배타적 지지방침을 세운다면 보수정당을 제외하고, 진보적-계급적 진보정당에 대한 총체적 배타적 지지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3일 영등포 노동자 역사 ‘한내’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 허영구 민주노총 6기 위원장 후보.(사진=이은영 기자)

– 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나? 왜 자신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나? 조합원 대중들과 나아가 일반 국민들에게 간단하게 압축해서 설명한다고 가정하고 얘기해 달라.

= 다수가 ‘민주노총의 위기’라고 표현한다. 다시 말하면 비리, 무능, 노동자 일반 대중으로부터의 무관심까지 초래된 상황으로, 현장의 민주노총 조합원은 물론 전체 노동자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을 좀 더 당당하고 힘 있게 세워보자’, ‘살려보자’는 각오로 출마하게 됐다.

그러면 왜 당신이냐?(웃음) 물론 민주노총 조합원 누구나가 위원장이 될 수 있다. 제 스스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노총 중앙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서 한 풍부한 경험과 지난 24년 동안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노동운동을 해 온 경력을 바탕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충분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

임성규 전 위원장 선거 이후에도 평가 필요

– 민주노총의 역대 선거구도에 비해 이번 선거는 좀 특별한 것 같다. 통합단일후보를 강조하던 임성규 위원장이 결국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출마한 두 팀은 사전 논의를 통해 통합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굉장히 많다. 이 분(임성규 전 위원장)은 선거 끝난 이후에도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의 의미에서 볼 때, 민주적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본다. 선거는 당연히 경선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경선을 하지 않고도 단일후보나 통합후보가 될 수도 있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임 전 위원장은)“경선은 악”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선거를 희화화 시켰다. “민주노총이 위기 상황이기에 경선을 하면 안 되고 통합을 해야 한다”는 등의 여러 이유를 내걸었지만, 이 문제는 선거를 떠나 민주주의 기본 원칙과 기본 질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씁쓸했다.

저희가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찍혀버렸는데, 소위 통합후보가 사퇴하지 않았으면 "통합은 선이고 통합을 반대하는 단독 후보는 악"이라는 구도로 갈 뻔했다. 우리는 분명히 통합의 조건을 제시했다. 지난 6년간의 집행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집행을 책임졌던 세력이 다시 민주노총 집행 권력에 함께 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도저히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지난 6년간 집행을 책임졌던 세력은 물러나고 나머지 전체가 통합하는, 소위 말해 ‘범좌파 통합’을 주장했다. 범좌파 통합이 성사되지 않았기에 독자후보로 등록을 했을 뿐이다. 처음부터 ‘어떤 통합도 하지 않고 독자후보로 가겠다’고 한 적은 없다.

특정 정파의 산별 대표자들이 움직인 것

선거에서 통합이 되려면 이념이나 노선, 투쟁이나 방향이 같아야 한다. 물론 100% 같을 수는 없겠지만 통합 가능한 범주가 있다. 우리는 ‘운동노선과 투쟁 방향의 범위에서 통합하겠다’며 범주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런데 나중에 16개 산별대표자도 아닌 8개 산별대표자가 슬그머니 모였다. 과반수도 안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수의 대의원을 확보한 금속노조나 공공연맹은 함께 하지도 않았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지난 8일에는 4개 산별이 모여 임 전 위원장을 통합후보로 출마를 촉구하고 등록했다. 통합을 빌미로 한 특정 정파의 산별대표들이다.

‘통합도 언론을 통해 하나의 상품화가 되는구나’를 느꼈다. 통합의 명분으로 정파를 공격했는데, 그것 역시 하나의 정파다. 그렇다면 정파가 무엇이 문제인가. 잘못된 행위를 하는 게 문제이지 정파 자체가 문제라고 한다면, 사상과 이념을 다 없애라는 것과 똑같다.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또 산별대표자가 그런 방식으로 통합후보를 추대하려면 최소한 자기 조직의 조합원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합원 과반수가 동의했다거나 각급 회의기구를 통해 ‘통합후보를 밀기로 했다’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운동에 있어서 통합을 얘기하면서 어떤 세력을 배제한 것은 통합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6년간 집행한 세력을) 명백히 배제한 통합을 제시했지만, 산별대표자는 전체 통합을 얘기하면서 노동전선을 배제했다. 그렇게 배제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노동전선을 배제한 통합’이라고 말했어야 했다. 노동전선을 배제하고 전체 통합후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됐다.

통합적 리더십은 민주적 운영이 핵심

-후보는 통합단일 후보가 아니더라도, 민주노총의 통합력이 높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당선될 경우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나?

= 민주적 운영이 굉장히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최종적으로 다수결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 기본정신은 다수자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열 명 중 아홉 명이 나머지 한 명을 죽이기로 결정하고 법을 만들었다. ‘다수결로 결정된 사항이니 너 죽어라’고 하면 안 되는 거다.

민주적으로 통합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차이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 그것이 통합적 리더십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민주적 절차인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매우 시끄러울 수 있다.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거다. 

물론 토론만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직 내부의 정치가 필요하다. 여기서 정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전선을 만들 때 처음으로 정파활동을 시작했다. 20년 동안 특정 정파에 소속돼 있지 않았다. 독자적으로 ‘혼자 정파’였다. ‘허영구라는 정파.’ 크게 보면 ‘민주노총이라고 하는 정파’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이었다.

산별대표자들도 모두 내부의 정치에서 스스럼없이 활동했던 분들이다. 때문에 현재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정치력으로 차이를 무시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대화와 토론을 통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편,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는 투쟁과 자본과 정권에 맞서는 결단은 통합적 리더십이나 민주적 절차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과감하게 희생하는 결단을 통해 통합적 리더십을 강화하고 보강해 나가겠다.

   
  ▲ (사진=이은영 기자)

노동법 전면재개정-반MB 투쟁 전면화

-이명박 정권의 노동운동 무력화는 ‘실천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노동운동의 대응은 말로만 총파업으로 대표되는 것처럼 전혀 위력적이지 못했다. 2010년 민주노조 운동의 주요 과제는 어떤 것이 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3가지 이내로 압축해서 설명해 달라.

= 일단 금년도 과제는 당면하고 있는 노동법 전면 재개정이다. 전임자 근로시간 추가 확보나,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시간 확보, 전임자 수를 추가 확보한다는 식의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법 전면재개정, 상반기 총파업 조직이 1차적 당면과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MB정권 들어 진행되고 있는 반MB 투쟁을 전면화할 것이다. 세 번째는 공기업 선진화를 비롯해서 IMF 이후 민주당 정권 하에서 지속돼 온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이명박 정부가 더 노골화하고 있기에 이에 대응하는 이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언론에서 ‘뻥 파업’이라고 하는데, 느닷없이 기자회견이나 연설에서 ‘파업하겠다’, 그러다 안 되면 ‘내년에 하겠다’는 식의 파업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파업은 되지도 않는다. 현실적으로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의 경우 민주노총 파업이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실제 투쟁이 가능한 조직을 제대로 조직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총파업을 조직하고, 조직된 총파업을 제대로 지지하고 엄호,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지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노총 과반수가 파업 찬반투표에 동의해야 총파업을 한다거나, 그런 형식논리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대기업노조, 희생된 측면 있어

-민주노총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해관계를 주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조직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맞는 평가인가?

= 대의원이나 집행 구조로 보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맞다. 하지만 민주노총 투쟁이나 요구를 보면 사실과 다르다. 사실 민주노총이 현대차나 기아차 임금단체협상 투쟁할 때 별로 지원하지 않는다. 사업장 조직이 알아서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해관계만을 위한 민주노총 투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민주노총의 전체 노동자 요구와 투쟁에 항상 앞장섰다. 어떻게 보면 희생이 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 이유는 여론에 의해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단협 투쟁이 항상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왜곡되고 포장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주요 공약)을 얘기해 달라.

=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 노동자가 60%에 달한다. 그 중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률은 3%에 미치지 못한다. 민주노총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체다보니, 운동의 명분과 실질적 실천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동이 계급적 연대를 얘기한다고 해도, 당장 자기 문제가 아니기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문제에 전면으로 나서 투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이 민주노총이 그 동안 전체 노동 대중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 핵심 내용이다.

비정규직 사업 관련 구체적 운영을 보면, 전체 조직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으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민주노총 내부의 비정규직 당사자 투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의 단위와 연대하고 내부에서는 미조직비정규특위 정도를 갖추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운동을 확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비정규직 기금이나 활동가 조직, 교육 등의 노력이 진행됐지만 인력이나 재정, 사업의 무게 중심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당선된다면 비정규대표자회의를 만들어 중앙집행위원회 집행단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인력과 재정을 무조건 투입하기보다는 운동의 방식을 조직 내부에서 외부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확산시키는 사업방향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산별노조 전환, 노동계급적 연대 뒷받침돼야

-최근 노동법 개정으로 산별노조의 구조적 안착이 또 다른 도전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민주노총 차원의 명실상부한 산별 전환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은 무엇인가?

= 산별노조라는 용어는 잘못된 표현이다. 산업노조라고 불러야 한다. Industrious union(산업노조)을 산업별 노조로 번역한 것 같은데, 여기서 말하는 Industrious union은 산업노조로, 산업자본주의 또는 산업 자본에 대응하는 노동조합 조직이란 개념으로 봐야 한다. 산업노조는 단순히 공공, 금속 정도로 분류될 수 있지만 산업별노조는 규모와 직업별 규모에 따라 중산별, 소산별이라고 하는 데, 잘못된 표현이다.

편의상 산별노조라고 표현하면, 산별노조는 계급적 연대가 기초가 돼야 한다. 산별노조에 대한 논의가 무수히 진행됐다. 하지만 실제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보건의료노조가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조직단위 내에 그치고 있다. 전체 노동자로 폭을 넓혀가는 투쟁, 산별노조로서의 계급적 연대로서의 한계가 뚜렷하다.

‘무늬만 산별노조’라는 비판도 있다. 때문에 ‘산업자본에 대응하는 노조조직’으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계급적 연대가 돼야 한다. 유럽처럼 초기부터 산별노조로 시작한 것이 아닌 우리는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다 보니 기업별 노조가 기업별지부와 기업별분회로만 전환됐을 뿐, 기업별 노조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큰 지부가 의무금을 내지 않겠다고 하거나 이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중앙 본조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공운수연맹은 산별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큰 사업장의 동의가 쉽지 않다. 큰 사업장은 현재도 의무금을 본조로 많이 올리고 있는데, 산별노조로 가면 더 많은 의무금이 본조로 가야된다.

하지만 자신들이 투쟁했을 때 그 결과로 발생하는 해고자나 벌금, 손해배상청구 등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상급단체는 올라온 돈으로 인력, 재정, 운영 활용에도 부족해 지원할 수가 없다. 돈은 많이 내는데 반해 사업장에서 문제가 터졌을 경우 아무 지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산별전환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진정한 산별노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동 계급적 연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때문에 산별노조로 전환을 했더라도 잘 운영되지 않았고, 또 산별로 전환되지 않은 쪽은 계속 원론에 맴돌았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부분을 들어내 놓고 논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 산별노조 전환에 대한 정책은 무엇인가?

= 산별정신에 입각한 산별을 추진해야 한다. 그간에 너무 많은 논의가 있어서 새롭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산별 통합원칙으로 가야한다는 데 동의한다. 민주노조운동의 두 축인 산별노조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모두 계급적 문제이고 사회 변혁적 과제이기에 이러한 전제나 전망 없는 절차는 공약이라 하더라도 지난 10년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에 공약에 넣지는 않았다.

진보정당, 신뢰할 수 없어

   
  ▲ (사진=이은영 기자)

– 97년 국민승리 21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 과정은 성공했나, 실패했나, 평가를 부탁한다.

= 형식적으로 볼 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진 두 개의 당이 있고, 국회 진출은 물론 대권후보도 냈다. 형식적 진전은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 정치는 실패했다고 본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노동자 대표를 한 명이라도 더 국회에 보내자"고 요구하지 않는다.

단병호 전 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하던 첫 날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을 했지만, 현재 누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국회의원에게 희망을 갖고 있나? 그 사람들 배지 하나 다는 거,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다.

또 집권 정당으로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민주노총 조합원의 다수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현실이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지역적으로 볼모로 잡혀 있는 현실이고, 지금처럼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일수록 한나라당 지지가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이후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진보정치, 계급정치를 내걸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과연 노동자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가? 또한 그러한 실천에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노동당 열심당원으로 활동하다가 탈당한, 그리고 진정한 노동자 정치를 꿈꾸는 내 눈에도 신뢰가 발견되지 않는데 일반 노동자들에게 과연 보일까? 의문이다. 

묻지마 통합 요구는 ‘폭력적’

-민주노동당의 분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왜 갈라졌나?’, ‘뭐가 다른데?’ 당시에 ‘중북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갈라진 명분이었을 뿐이다. 한쪽에서는 패권을 유지하려다 보니, 또 다른 한쪽에서는 패권이 꼴 보기 싫어 나가려고 하니 명분이 필요했다고 본다.

결국 노동자 정치가 실패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분당이 노동 현장에서 여러 혼란을 가져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진보정당 다 통합하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이는 ‘폭력적 통합’이다. 정치사상의 문제를 민주노조진영이 일방적으로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종교도, 정치도, 노동조합도 다 통합해야 하는가? 결국 배지 한 두 개 달고 자리 한 두 개를 위해, 대통령 선거 세 번 씩이나 나오면서 당이 갈라지는 것에 대해 과연 대중은 어떻게 볼까. 노동자 정치의 실패가 분당으로 나타났다. 무리하게 ‘기존에 있는 계급정당까지 통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양당 당사자가 통합 논의를 하는 게 합당하다. 민주노총 내부로 통합문제를 끌고 들어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10년 동안 민주노동당에 헌신해 온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해서 더 질곡을 가져 다 주는 것이다. 통합은 양당이 알아서 해야 한다.

– 민주노총 10만 조합원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 전면 재검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뭐가 다른 게 있나?", "통합 하지 왜 갈라졌어?"라고 할 수 있다. 다 동의한다. 하지만 현장의 여론을 서명운동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진보정치 통합 중단 기조로 정치 사업

– 민주노총의 경우 현장에서도 두 당 또는 모든 진보정당의 통합 요구가 높은 것으로 보이고, 통합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 지금 주장되는 것은 양당 통합도 아닌 진보정당통합이다. 사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준비모임까지 볼 때 선언과 강령에서 현실적 통합이 가능한가? 소비에트 노동자 정치권력을 얘기하는 쪽에서부터 지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유럽의 사민주의정책보다 약화된 조직이다.

지금 국유화를 누가 주장하나? 공기업 선진화 투쟁할 때 국유화 주장하지 못했다. 용산 참사 당시 토지나 주택의 국공립화 주장하지 않았다. 겨우 해봤자 순차적 개발 정도를 얘기하는 정도다. 이렇듯 진보정당의 선언과 강령이 실제적으로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집 나간 진보신당 돌아오라"고 하기 어려우니 "진보정당 다 통합하자"고 하는 거다. 잘못된 거다. 엄청난 차이를 전혀 무시한 행위다.

진보정당통합 중단을 기조로 정치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되려 민주당, 자유선진당, 한나라당을 지지하거나 정당에 무관심한 조합원들에게 최소한 민주노동당을 기점으로 좌까지 전체 당이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정치 사업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할 생각이다.

그리고 선거 때가 되면 당끼리 알아서 통합을 하건 선거연합을 하건 지역단위에서 지역 민주노총 조직과 지역의 다양한 진보계급 정당이 논의할 문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 정치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민주노총 후보를 낼 수도 있을 것이고, 후보 지지에 대한 입장을 민주노동당에서부터 좌까지 다양하게 모인 곳에서 요청할 수도 있다. 진보정당 통합 문제는 조직 내부에서 굉장히 부딪힐 것이다.

배타적 지지 방침 사문화

–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 배타적 지지방침은 이미 사문화되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굳이 배타적 지지방침을 세운다면 보수정당을 제외하고, 진보적-계급적 진보정당에 대한 총체적 배타적 지지는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당이 갈라져 따로 활동하고 있는데, 민주노동당만 배타적 지지하는 방침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진보신당이 잘 할 수 있는 곳에서는 진보신당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민주노동당이 잘 할 수 있는 곳은 민주노동당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양 쪽 다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다수결로 민주노동당이 더 많다고 해서, 배타적 지지를 민주노동당으로만 한다면, ‘반MB전선’이나 ‘민주대연합’ 논란이 나왔을 때,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더 많아지면 민주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바꿀 것이냐?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하는데 어려움은 있겠지만 싸워나가야 한다.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면 정치 관련 사업은 잘 안될 것이다.

– 올해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 사이의 후보 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예측하기 쉽지 않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통일적인 지방선거 방침을 세울 수 있다면 어떤 내용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 선본이 세운 기본원칙은 "변혁적-진보적 노동자 후보를 발굴, 출마시키고 이를 대중투쟁과 병행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반MB-민주대연합’이다. 이는 결국 보수정당에 잠식당하는 결과를 낼 것이다. 결국 ‘비판적 지지’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문제는 정파가 아니라 사람

– ‘진보적 서울시장’ 만들기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 서울시장 후보로 진보신당은 노회찬 대표가 출마했고, 민주노동당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반MB’나 진보대연합 등의 논쟁이 진행 될 텐데, 우리는 노동자 후보를 따로 낼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서 나온 후보들로 지지를 모을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 ‘정파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진단에서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정파의 대표로 나온 후보로서 순기능과 역기능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 민주노총의 위기가 정파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그 동안 정파 덕으로 곳곳에서 권력을 다 누렸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파가 문제’라고 하는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정파가 문제라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사상과 이념을 다 없애는 것이 좋은가? 내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할 때, 아들과 딸은 탈당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집안에 평화를 깨고 정치적 입장으로 갈라서야 하는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할 것인가? 우리는 존중했다. 정치적 견해는 서로 인정해야 한다.

   
  ▲ (사진=이은영 기자)

일본에도 많은 정당이 있다. 그런데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다고 따로 나온 사람들이 무당파라는 당을 만들었다. 그 무당파가 의회도 진출하고 선전하기도 했다. 그럼 그 무당파는 정파가 아닌가? 사람은 개인부터 다수까지 다 정파가 있다. 그 범주가 한 명이냐, 두 명이냐, 여러 명이냐의 차이다.

문제는 정파 자체가 아닌, 정파가 올바른 이념과 노선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학습하고 헌신하고, 실천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여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과오가 있었는지, 이에 대해 반성하는지, 새로운 계획이 있는지를 놓고 평가하고 비판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정파가 문제’라고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파가 갈라져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특정 권력을 집행하는 정파가 제대로 활동 안했기 때문에 다수패권이 나온 것이기도 하고, 자본주의 정세 속에서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서도 나오는 것이다.

위에서 정치하고 놀면서 정파 탓

위기가 올 때는 운동이 후퇴할 수도 있다. 문제는 후퇴할 때 어떤 전망과 전략, 전술로 후퇴하느냐다. 도망간다고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밀리면서도 반격을 위해 어떤 태도나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전망이 있는지가 문제다.

지금은 수세기다. 노동법 총파업 이후 13년간 후퇴기를 겪고 있는데 그 동안은 위기가 아니었나? 그런데 왜 지금 와서 그러는 것인가? (정파로 인한 위기라는 진단은)각 정파들이 두루뭉술 타협적으로 체제에 안주하고 투쟁을 포기하고, 계급적 변혁성을 포기한 상태에서 나온 얘기다.

오히려 이럴 때 일수록 자기 정파가 꿈꿔온 것을 올바르게 견지하며 투쟁을 조직하고 현장에 들어갈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정치하고 놀면서 정파 탓을 한다. 적당히 정리해서 한 그릇에 담아내려고 하는데, 최근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어려움도 극복하지 못하니 ‘반MB전선’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정권이다. 민주주의 절차는 발전했지만, 한미FTA나 파견 문제, 비정규직법 개악, 그 이상 더 노동자들에게 패악의 정치가 어디 있나? 그렇게 당하고도 ‘반MB전선’을 운운하고 희희낙락하며 몰려다니면서, 스스로 이길 수 있는 정파운동까지 다 부정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묵과할 수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다른 정파는 노동전선이 엄청난 활동가들이 구속되면서 투쟁한 것에 대해 평가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선 자기 정파에 대해 돌아보는 게 좋겠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들은 단순히 ‘정파가 문제’라는 식으로 되고 있다. 통합지도부 논의도 그렇게 나온 것 아니냐?

지방선거 방침 세우기 쉽지 않아

– 이길 수 있나? 필승 전략은 무엇인가?

= 이번 선거는 박빙의 선거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후보의 현장 투쟁경험, 노동운동의 전망을,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의원대회에서 최대한 설명하면서, 누가 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적임자인지 호소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 대의원들의 지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

– 지지하는 정파 가운데에는 합법적,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즉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과 다른 것 같은데, 위원장으로 당선되면 이들 정파의 입장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지방선거 방침도 염두에 두면서 답변해 달라.

= 그 동안 민주노총 정치 사업은 민주노동당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민주노동당 선거에 도움되고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우리가 집행을 한다면 민주노동당부터 소위 통합의 대상이 되는 진보개혁적인 정당 전체에 대한 지원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선거 방침을 세우기 굉장히 어렵다. 단일 후보를 지지할 수가 없는 것 아니냐? 치열한 내부 논쟁이 있을 것이다. 다만 당선이 되면 우리의 이 같은 의견들이 동의를 얻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즉 이번 선거의 당락이 이런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공약이 두 후보 간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당선은 변화를 의미한다.

포스터에 통일사업 빠진 건 실수

– 마지막으로 한 말씀.

= 우리 포스터 공약에 통일 사업이 들어가지 않았다. 실수이기도 하지만 당면 투쟁과제에 대해 논의하다보니 제출시한에 제대로 제출을 못해 빠졌다. 이 기회에 말하자면 우리는 통일운동과 관련해 세 가지 방침을 정했다. ‘군비증강 반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대북제제 완화, 남한정부의 PSI참여 반대’고, 세 번째는 ‘핵무기 반대’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가 협상용-자위용이기 때문에 비판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있는데 이는 남한 핵무장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에 대한 비핵화 주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는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의에서 활동도 해봤고, 이갑용 집행부 때는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마치 좌파나 현장파가 통일운동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데, 이는 아니다. 노동자 민중의 계급적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의 측면에서 그 강조점이 다른 것 뿐이다. 이에 대한 협의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