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기관 법인화, 입장료↑ 대관료↑
    By 나난
        2010년 01월 19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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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가 국립극장 법인화 추진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공공노조 국립극장지부가 19일 국립극장 <산아래> 극장에서 ‘국공립 예술기관 공공성 확보 및 국립극장 발전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인화 추진과 그로 인한 공공성 훼손 및 예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악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예술단체 쇠퇴, 자멸 위기 봉착

    정부의 국공립 공연장 및 전속단체의 법인화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1999년 직영기관이던 세종문화회관과 9개 전속단체를 법인화했고, 지난 2000년 국립극장 단속단체였던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오페라단 등이 재단법인으로 전환된 바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태주 동아방송예술대학 초빙교수는 “법인화 이후 초기 지원은 해가 거듭될수록 축소되고, 예술단체는 점차 쇠퇴하며 자멸하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국공립예술단체의 체질 개선은 오디션과 배우 추천, 초대 제도를 도입해 실행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에 법인화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노조 국립극장지부가 19일 ‘국공립 예술기관 공공성 확보 및 국립극장 발전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공공노조)

    특히 그는 ‘예술성 향상’을 이유로 진행되는 국립극장의 법인화는 “결국 문화예술 지원의 국가적 책임을 포기하는 일이며, 국립극단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오히려 손상시키고 예술의 향상을 저해하는 악법으로 둔갑할 수 있다”며 “법인화 문제를 공론화하고 재론해 새로운 국립극장 발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공립 공연장 및 전속단체의 설립목적은 △공연예술 육성 등을 위한 국가적 지원 △우수한 공연예술가를 선발과 예술 활동 지원 △저렴한 가격을 통한 공연장 개방과 공연예술계 간접 지원 등으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순수 공연예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증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IMF 이후 밀어닥친 경제 우선 논리에 예술 지원이 감소되거나 현상 유지가 지속되면서 국공립 극장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영화, 자율성-공공성 확보 기여 못해

    그는 또 “법인화를 통한 경쟁체제, 재정자립 등 시장논리를 극단 운영에 적용하는 정책은 세입 증대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그 부작용 때문에 국가 최고 문화예술 기관의 위상 유지는 어려워지고, 자생력 확보의 대가로 공공성과 예술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문화의 위기를 국민이 감내하는 불행을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 운영원리는 공공성 우선주의에서 경쟁, 성과, 수익을 중요시하는 시장원리로 바뀐다”며 “민영화의 전 단계인 법인화가 예술기관의 자율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과제를 성취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문화정책 연구원이 지난 해 9월 작성한 ‘경기도립예술단 법인화’ 관련 보고서를 인용해 “(경기도립예술단은 법인화 이후)공연장 대관료 및 공연 입장료가 대폭 인상돼 서울 시민의 예술 접근성이 악화되었다”며 “공연장 경내에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임대료를 챙기면서 시민의 문화생활 공간이 이윤 창출 공간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 박 연구원은 “재정 자립도는 증가된 반면 예술단의 공연제작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며 “시민의 문화 복지를 위한 예산은 축소되고 대관 공연은 급증해 2001년 자체 공연은 124회에 불과한 데 반해 대관공연은 533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공예술기관에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하면 공공예술기관이 사회적 역할을 위축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교수 역시 “예술기관의 공공성은 차츰 소멸되며, 시장원리는 반(反) 예술적 저질 오락공연을 부추기고, 상업과 예술의 회색지대에서 서성대는 국립극장은 고유의 성격을 잃게 된다”며 “국립극장 위상 추락으로 국가 문화예술의 침체와 쇠퇴는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화보다 획기적 진흥책 필요

    그는 “국립극장의 침체와 위기를 구하기 위해 법인화보다 더 시급한 것이 국공립극장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문화예술진흥법’의 제정”이라며 “진흥법 시행령에는 무대예술 창조활동 지원과 글로벌 문화에 대처하는 예술가 육성 등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국립극장을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내용이 명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민영 단국대 석좌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전속단원 정년제 시행’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유 교수는 “정부의 법인화의 의도에 다분히 징벌적인(?) 냄새가 난다”며 “연전에 전속단원들의 정년제가 느닷없이 대두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국립극장의 침체가 전적으로 단원들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특히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국립극장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방치, 그리고 제도적 부실과 능력 없는 예술감독에게 더 있는 것이지 전적으로 단원들에 있는 것은 아니”라며 “예술단체의 정년제 금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으로, 예술은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좋아질 수 있는 것인 만큼 결격 있는 단원은 오디션 제도로 걸러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국립극장이 전속단체의 법인화나 정년제 등과 같은 지엽말단적인 문제로 흔들려서는 도움이 될 수 없는 만큼 근본적으로 국립극장과 전속단체의 획기적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예술에 정년은 없다

    유 교수는 이를 위해 “예산을 기존 규모보다 배 이상 올리고, 인력 역시 대폭 늘려야 하고, 예술감독제 선임문제 개선과 예술창작 집중화 등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전속단원들의 자존심을 살려줄만한 신분 보장과 복지 향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남정태 사단법인 한국전통예술보존회 부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발제에는 이형환 중앙대 국악대학교수, 이태주 동아방송예술대학 초빙교수, 유민영 단국대 석좌교수가 나섰다. 토론자로는 김석만 한예종 교수(서울시극단 예술감독), 성기숙 한예종 교수(한국춤평론가협회장), 정회천 전북대 교수(전국립창극단장),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문화정책연구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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