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엄동설한 강제철거’ 계속된다
    용강동 이어 왕십리 세입자도 거리로
    By mywank
        2010년 01월 19일 0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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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뉴타운·재개발 지역에서 ‘동절기 철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 지역에서는 200여명의 철거반원들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상가를 강제 철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연탄가게를 운영하던 70대 노부부, 영세 공장에서 잠을 자던 장애인 등 이곳 세입자들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쫓겨났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 11월 26일 동절기 철거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그동안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우선 발표가 있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성동구 금호동 재개발 지역에서 동절기 철거공사가 강행되었다. 당시 서울시는 “명도소송에 의한 철거는 막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이번엔 왕십리… 동절기 철거는 계속

    이후 같은 해 12월 왕십리 뉴타운 지역에서도 강제철거가 이뤄졌으며, 이에 서울시는 “민간 사업자에 대해서는 이 원칙이 적용되기 힘들다”는 핑계를 늘어놓았다. 지난해 12월에도 마포 용강아파트와 종로 옥인아파트에서 철거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용산참사가 일어난 용산4구역 철거 계약서에 2009년 2월까지 철거를 마무리하도록 한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19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진보신당 서울시당, 빈민해방철거민연합, 주거권운동네트워크 주최로 동절기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용산참사로 인해 한국에서 뉴타운·재개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유엔사회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어떠한 개발 사업이나 도시 재개발사업도 그 사업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사전 통지하지 않거나, 임시 주거를 제공하지 아니한 채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권고를 한국 정부에 내리기도 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에 빈민해방철거민연합, 진보신당 서울시당, 주거권운동네트워크는 19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립 서비스’에 불과한 시의 동절기 철거금지 조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철거민들의 장례식이 치러진 지 불과 1주일 만에 벌어진 ‘왕십리 상가 철거사태’에 대해, 참석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로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동절기 강제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왕십리 세입자, 오세훈 시장에 배신감

    박종수 왕십리2지구 상공세입자 대책위원장은 동절기 철거 금지를 약속했던 오세훈 시장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 시장은 겨울에 철거를 안 한다고 약속했지만, 영하 14도의 날씨에 상가가 철거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며 “생존권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끝까지 투쟁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심호섭 빈민해방철거민연합 의장은 “겨울철에는 동물들에게도 한파를 이기기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해 먹이를 주고 있는데, 서울시는 ‘동절기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깡패들을 동원해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쫓았다”고 비판했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시는 마포 용강아파트 세입자들에 이어, 이번에는 왕십리에서 세입자들을 쫓아내려고 한다”며 “서민들의 삶은 파괴하고 콘크리트로 서울시를 뒤덮으려는 오세훈 시장은 당장 동절기 강제철거를 중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선거에서 서민들을 대변하지 않는 오 시장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동우 용산 범대위 빈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은 “동절기 강제철거 뿐만 아니라, 모든 강제철거가 중단돼야 한다. 강제철거는 사람의 권리를 박탈하고 ‘목숨’을 빼앗은 것”이라며 “용산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강제철거가 계속 이뤄지지 때문이다. 뉴타운·재개발 지역에서 벌어지는 살인적인 만행을 막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절기뿐만 아니라, 모든 철저 중단돼야"

    참석자들은 ‘용산참사 1년, 새로운 용산을 만들고자 하는가’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용산참사에서 희생된 철거민들의 장례를 치룬지 불과 1주일만에 다시 서울에 사는 서민이 겨울철 새벽에 쫓겨나는 일을 당하고야 말았다”며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가 용산참사로부터 단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어 “한푼어치의 개발이익을 바라는 건설자본과 이를 뒷짐지고 방조하는 서울시와 구청은 제2의 용산, 제3의 용산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더 이상 겨울철에 거리로 쫓아내지 말라. 서울시는 즉각 동절기 철거를 막기 위한 법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옥인아파트 세입자, ‘용마터널 주민권리찾기 모임’ 측에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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