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막장 사기 드라마 <공부의 신>
        2010년 01월 14일 09: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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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포스터

    <공부의 신>이 시청률 26%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이 드라마의 성공이유를 분석하는 글들이 쏟아진다. 모두 나름 의미는 있다. 하지만 <공부의 신>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파고 들어가면, 결국 단 하나의 근본적이 원인과 만나게 된다.

    간단하다. <공부의 신>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한국사회가 썩어버렸고, 한국인이 정신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입시공부를 하라고 하고, 교사와 학교의 목표가 입시에 있으며, 수학이 암기과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정상적인 사회의 정상인이라면 구역질이 나겠지만, 썩은 사회의 병든 사람들은 그 말들을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은 사교육 강사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엽기적인 나라다.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도 한국에서 사교육 강사들이 락스타와 같은 인기를 누린다고 신기한 시선으로 보도한 바가 있었다. 이렇게 입시에 미친 나라에서 <공부의 신>과 같은 입시드라마가 인기를 얻지 못했으면 그게 오히려 특별한 분석대상이 됐을 것이다.

    사교육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대신, 공교육은 증오의 대상이다. 특히 교사에 대한 증오는 대단하다. 학교에 대한 불신도 크다. 교사와 학교가 성적을 올려주지 못해, 학생이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게 됐다는 불만 때문이다. 그리하여 일류대에 들여보내주는 학교와 학원의 인기가 치솟는 대신 공교육 일반과 교사는 저주를 받는다.

    <공부의 신>은 이런 국민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대변하며 학교와 교사를 공격한다. 정치로 따지면 포퓰리즘이다. 대중의 욕망을 대변하므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욕망은 비뚤어진 욕망이므로 그런 것을 표현하는 것은 결국 막장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막장인 이유

    막장도 아주 질이 나쁜 막장이다. 막장드라마는 대중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동시에 말도 안 되는 스토리로 표현하는데, 보통은 황금지상주의, 선정성, 폭력 등을 황당한 이야기에 담아낸다. 그러면 인기를 얻으며 욕을 먹는다.

    그런데 이런 막장드라마들은 사람들의 성정을 거칠게 하고, 우리 드라마의 격을 떨어뜨리고,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정도의 악영향은 있지만 국가의 근본을 흔들지는 않는다. <공부의 신>이 최악의 막장인 것은 국가의 근간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다. 사람이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의 덕성과 시민으로서의 책무성, 그리고 인재로서의 창의적인 능력을 교육이 길러야 한다. 그런데 입시교육은 이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공부의 신>은 학교와 교사와 학생이 모두 입시교육에 매진해야 한다고 호통 친다. 이것이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김수로의 독설의 내용이다.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라는 망언에 다름 아니다.

       
      ▲ 드라마의 한 장면

    어차피 한국이 학벌사회이고, 한국의 학교가 입시에 종속된 신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국의 학생이 입시지옥의 노예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입시집착증이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 입시산업이 날로 번창하여, 거기에 피 빨리는 부모들에 의해 민생파탄까지 초래되는 지경이다.

    이미 입시가 지옥처럼 과열된 상태인데 이 드라마는 그런 국민들에게 더욱 입시에 매진하라고 호통 치고 있다. 이미 시험 문제풀이 위주 교육과, 단순 암기, 성적 지상주의에 모두가 매몰되어 있는데 그것에 더욱 매달리라고 윽박지른다. <공부의 신>이 새삼스럽게 떠들어대지 않아도 이미 한국인은 입시에 광분하고 있는 상태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자살한다. 그걸 더욱 부추겨?

    아무리 사람들이 벌거벗은 육체를 욕망한다고 해도 드라마가 선정적인 노출로 시청률 장사를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사람들이 황금을 욕망한다고 해도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황금을 숭배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사람들이 입시경쟁에 미쳐 돌아간다고 해도 드라마가 그것을 더욱 부추기면 안 된다. 그런 건 막장일 뿐이다.

    더욱 최악인 이유

    이 드라마의 질이 더욱 나쁜 이유는 일종의 ‘사기’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로의 독설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 그런데 그 희망이 사기에 불과한 거짓말인 것이다.

    <공부의 신>은 학교에서 교사가 헌신적으로 잘 가르치고, 학생이 좋은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일류대에 들어가, 이 사회의 룰을 만드는 사람, 즉 지배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사이비 교주의 사탕발림 같다. 헛된 희망으로 사람들의 얼을 빼놓는.

    생각해보자. 전국의 학교와 모든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고, 모든 학생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치자. 그럼 모두 일류대에 들어갈 수 있나? 당연히 안 된다.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공교육 서비스가 아무리 달라져도 소수독식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해봤자 그 소수가 되는 사람이, 남들이 받지 못하는 보다 특별한 맞춤 교육을 받은 학생인 것도 변하지 않는다. 김수로는 마치 서민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입시집착증 학벌주의가 강화될수록 그 소수의 과실이 커져 서민은 피해를 당할 뿐이다.

    이 드라마에서 제공되는 공부법에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그것이 전 국민에게 똑같이 제공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보편 사교육인 EBS 강좌로 사교육을 잡겠다던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는 어느 개인의 일류대 입학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모두가 공부할 가지수를 더 늘이고 모두의 경쟁 분위기를 더 과열시켜 입시지옥을 심화시킬 뿐이다. 단지 그 정보를 들을 때 잠깐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 다다.

       
      ▲ 드라마의 한 장면

    교사가 잘 가르치고, 학생이 잘 하면 일류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다른 차원에서도 거짓말이다.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모의 재산과 문화자본이다. 부모 재산순이 대체로 아이들 성적순이 되며, 이것이 일류대 진학으로 이어진다. 현실은 이렇다.

    <공부의 신>은 이런 현실을 은폐하고, 모든 것을 학생 탓으로 바꾼다. 그것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일류대에 못 가는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을 능멸하는 짓이다. 지방, 강북 서민의 집에서 태어나 일류대에서 배제된 것은 학생본인의 탓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공부의 신>은 국민의 시선을 사회구조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바꾸며, 현실에선 전혀 작동할 수 없는 달콤한 솜사탕만을 안겨줄 뿐이다.

    <공부의 신>에 따르면 누구나 좋은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일류대에 갈 수 있는 데도, 그걸 못한 대부분의 국민이 ‘찌질하게’ 사는 건 자업자득이 된다. 그러면 결국 한국사회의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다시 그 차별은 대물림될 것이다. 학벌사회에서 차별당하는 걸 하소연할 데도 없게 된다. 자업자득이니까. <공부의 신>이 교육을 말살하고 국가의 미래를 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결국 서민의 아이들이 차별받는 사회까지 조장하는 것이다. 교육이 비즈니스라는 대사도 나라를 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글 분량 때문에 생략했을 뿐이지 다른 망언들도 넘쳐난다.

    마지막으로, ‘당신 말이 맞다 해도 현실적으로 일류대에 가야 하는 건 맞지 않느냐? 그렇다면 학교가 학생에게 입시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김수로의 말도 맞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렇다. 현실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런데 한국인 중에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한국의 교육당국이 이걸 모르나? 입시공부에 너무 몰두하는 게 문제인 나라다. 그러므로 전 국민에게 방영되는 드라마가 새삼스럽게 이것을 호통까지 쳐가며 국민에게 주지시켜 줄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것은 한국인의 입시집착증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입시지옥과 학벌지상주의를 완화해야 할 때 거기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그러므로 <공부의 신>은 백해무익한 최악의 막장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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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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