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들, 나도 좀 껴주세염”
        2010년 01월 13일 05: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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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7시 30분부터 여의도 서울 시티클럽에서 열린 ‘야5당+시민사회단체 원로 간담회’는 기자에게 여러 모로 생각을 하게 만든 자리였다.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자기들끼리만 밥 먹으면서 얘기해야 연대가 가능한가”라는 의문보다 더 컸던 의구심은 바로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의 구성이었다.

    이른 아침의 의구심

    이날 시민사회단체 원로 측으로 참석한 이들 중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오종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전 이사장은 그렇다 치자.(사실 이 구성도 통일운동 쪽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이상했다) 그런데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대표와 이해찬 시민주권 대표는 왜 여기에 앉아있던가?

       
      ▲ 야5당 대표들과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이 공개 모두발언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나는 민주통합시민행동과 시민주권이 조례제정운동을 벌였다거나 특정한 약자나 소수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대변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민주통합시민행동, 시민주권 모두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이고, 이것은 엄밀한 의미로 시민단체가 아닌 정치모임이라 봐야 한다. 그것도 특정 정파 중심의.

    그런데 이 두 단체의 대표가 마치 공정한 중재자처럼 ‘시민단체 원로’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앉은 것이다. 이들이 시민사회단체란 이름으로 이 자리에 낄 수 있다면, 그럼 나도 ‘이명박 정부를 재수없어 하는 영등포 시민모임’이란 정치조직을 하나 만든 뒤 “시민운동의 어떠한 성과 없지만 우리는 시민단체”라고 주장하며 말석이라도 하나 내달라 조르면 내줄 것인가?

    시민단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이런 억지나, 그 자리에 ‘시민단체’ 원로로 ‘임석’해 있는 억지나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지나친 억지일까?

    누가 민주당을 압박할 것인가?

    구성도 그렇다. 소위 5+6이라 불린 이날 간담회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창복 전 의원, 이병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여기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까지 국민의 정부시절 당직-관직을 역임한 인사들이다. 참석자 중 총 5명이 사실상 한 갈래에서 나온 셈으로, 이렇게 보면 ‘5가 나머지를 압박하는 모임’이란 표현이 맞을 듯싶다. 

    특정정파를 이끌고,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 각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5개나 되는 정당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한다”는 ‘세일러문식 연설’로 후보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공정성을 지닐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날 원로들은 “큰 정당은 양보를, 작은 정당은 배려를”이라고 주장했지만 양보할 생각 없는 큰 정당을 압박하지 못하면 선거연대는 난망하다.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핵심지역에 민주당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보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되는 모습이 더욱 감동적일텐데, 민주당이 제시한 것은 “우리가 당선되면, 지방정부 운영할 때 너희들 얘기는 들어줄게”정도다.

    그런데 이날 참석한 원로들 중, 민주당에 그러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인사가 누가 있는가? 마치 이명박을 반대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연대하지 않으면, 상조회사로 보내버릴 것 같은 ‘반MB 압박’ 속에, 이날 유일하게 ‘딴소리’를 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다소 외로워 보인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야만 한다는 것도 쉽게 동의가 되지 않지만,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가정해도 이런 구성으로는 곤란하다. 차라리 80만 대중조직인 민주노총과 오랜 세월동안 시민운동을 해 온 참여연대가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그나마 더 공정하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원로’들과 같은 목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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