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별-미조직 비정규 조직화가 대안"
    By 나난
        2010년 01월 13일 04: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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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민주노조 운동이 도전의 2010년을 맞았다. 경찰력 등 노골적인 물리력부터, 단체협약 해지라는 신종 제도적 탄압과 노동법 개정의 법적 제재 등 온갖 종류의 노조 무력화 정책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힘차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 진영은 여기에 맞서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해내지 못하고 있다. 대중들은 신뢰를 거두어들이고 있으며, 활동가들은 상대방을 향해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고, 리더십은 공백 상태다.

    위기의 민주노조 운동, 무엇을 해야 하나

    산별노조운동도 대기업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진보정당의 ‘분열’로 오히려 조직 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 민주노조 운동은 안팎의 거센 도전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할까.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13일 ‘2010년 노동정세와 노동운동방향-V字 상승 가능한가?’이라는 주제로 신년기획 토론회를 연 것은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종이호랑이가 된 금속노조”에서부터 “바닥을 친 민주노총”, “정파가 아닌 종파, 인맥관계, 친소관계에 따른 패거리 정치” 등 원색적 표현을 동원하며 노조운동의 현상태를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참석자들은 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안고 있는 문제는 구조적인 것으로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V자 형태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위기적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상당 기간 거쳐야-그것도 성공적으로-운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U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데에 등 보다 완만한 형태의 회복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이 13일 ‘2010년 노동정세와 노동운동방향, 노동운동, V字 상승 가능한가?’를 주제로 신년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은 희망으로 우뚝 서 있다기보다는 이놈저놈이 건드리는 ‘동네북’이 되어 있는 상태”라며, 그 이유로 “투쟁은 해왔지만, 대안을 제시하며 조합원을 이끌고, 시민대중을 선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산별노조운동의 성공이 관건

    그는 “이명박 정부는 경제논리 우선, 성장우위, 법의 원칙확립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노동탄압과 노조말살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은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선진층에는 힘없는 노조, 중간층에게는 과격노조, 후진층에게는 좌경노조로 비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역시 “2010년에도 MB정부는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부문의 노사관계선진화, 즉 단체협약 개악의 양보교섭을 민간부문으로 확산해 노조무력화 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에 따라 상급노조단체 파견전임 인력의 활용이 중단되고, 기업별 노조의 전임자 조정협상 집중에 따라 산별노조의 집행체계 및 현장장악력이 악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산별노조가 정착되고 제대로 된 가동되는 것이, 위기에 처한 민주노조의 운동성과 대중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는데 동의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민주노조운동 위기 원인을 “횡적연대(비정규직 연대)와 종적연대(산별연대)의 실패”에서 찾았다.

    김 소장은 특히 산별운동과 관련해 “대의명분마저 신경 쓰지 않을 내팽겨칠 정도로 급격하게 확산된 경제주의, 자사 중심주의의 영향을 받아 산별운동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며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산별노조운동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절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현실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그림그리기를 해오며 문제가 불거졌다”고 진단했다. 또 “금속노조의 산별추진 단계는 미완성의 정체 상태”라며 기업별지부 해소 유예 결정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산별 이행을 실행에 옮길 자신도, 의지도 없는 상태에서의 대책 없는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중요성 한목소리 강조

    공 원장 역시 “산별노조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속노조는 15만 산별노조라 하지만 기업지부의 힘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소위 대공장에서 반산별주의가 횡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 산별노조운동은 확대강화되어야 한다”며 “자본의 독점과 경쟁방식은 산업과 국가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기본적 요구인 임금과 고용도 국가정책과 직결돼 노사 간 투쟁과 교섭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산별노조운동이 서구산별운동의 고전적 개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한국 특성에 맞는 산별운동을 제안했다. 

    이종래 한국노동연구소 부소장도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임금 및 노동조건의 격차문제는 노동시장 기제가 전면적으로 작동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산별노조운동의 전략부재로 더욱 심화됐다”며 “노동자층의 분열과 분절적 현상을 완화하려면 산별노조로의 조직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금속연맹 00기업노조가 금속노조 00기업지부로 바뀐 것만 해도 발전을 이뤘다”면서도 “기업별 노조의 수 십 년 관행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무리수를 두며 산별운동을 전개하면 오히려 반산별주의 확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별노조냐 산업별노조냐를 놓고 무엇이 조직의 확대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이어 산별노조운동의 확립을 위해서는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희 소장은 민주노조운동이 회복되고 산별운동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비정규, 이주노동자, 청년실업자, 영세자영업자, 중고령 생활불안정층의 대변자로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상을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과제”라며 “현재의 조직 자원을 얼마나 보존한 채 노동운동의 전망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종래 부소장은 “산별노조의 발전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화 사업이 방치되고 있다”며 “금속노조의 경우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 전략으로 1사1조직 원칙을 주장하고 있지만 규약 개정을 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정파, 과도한 비판 vs 패거리 정치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 위기-혁신을 논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정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정파운동의 한계가 (민주노조운동에)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총을 망친 원인으로 정파 대립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종래 부소장은  “금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정파문제로 귀결하는 인식이 사실상 존재한다”며 “하지만 이런 해석은 매우 게으른 해석이며 문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도록 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파문제 해결이 “정파 간 소통 증진이나 제도적 창구 마련으로 될 수 없다”며 “공적 조직의 회의체계와 의사결정 구조 강화를 통한 해결책 마련이 필수”라고 말했다.

    반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소장은 “한발자국만 떨어져서 봐도 개나 소나 마찬가지”라며 “정파가 아닌 종파, 인맥관계-친소관계에 따른 패거리 정치”라며 정파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정파 활동이 유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스스로의 무능, 무지를 은폐, 엄폐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이종래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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