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SM, 상계동서 개점 포기
“지역상인-풀뿌리단체 연대 승리”
By mywank
    2010년 01월 13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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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잇따라 ‘SSM(기업형 슈퍼)’ 직영점 개점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역 중소상인들과 지역 풀뿌리단체들이 연대해 이끌어낸 성과라 그 의미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향후 ‘SSM 입점 저지’ 투쟁에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생활경제담당과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울지역에서 대기업 유통업체가 SSM 개점을 스스로 철회한 사례는 상계동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강서구 내발산동(슈퍼협동조합 차원서 대응)의 GS슈퍼와 강동구 암사동의 롯데슈퍼 등 총 4건이 있다. 강동지역의 경우도 진보신당 강동당원협의회, 민주노동당 강동구위원회, 강동시민연대 등 지역 풀뿌리단체들이 상인들과 비대위를 구성하고 투쟁해왔다.

상인-지역단체 연대해, SSM 저지

   
  ▲지난해 8월 상계동 상인들이 상계2동 롯데슈퍼 입점 예정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상계 2동에서 ‘롯데슈퍼’ 개점을 준비하던 (주)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와 상계7동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점을 추진하던 (주)삼성테스코 측은 서울시의 자율조정 과정에서 각각 지난달 10일, 지난 6일 ‘개점 포기’의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두 지역 상인들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서울시에 사업조정 신청을 낸바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사업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법률적 하자가 없을 경우 해당 SSM에 대해 ‘사업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뒤, 3개월 동안 사업조정 신청인(지역상인)과 피신청인(대기업 유통업체) 간의 자율조정을 중재하게 된다. 여기에서도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심의회에서 강제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SSM 개점 철회소식에 누구보다 환영하는 이는 지역 상인들이다. ‘상계2동 롯데슈퍼입점반대 비대위’ 대표를 맡았던 이상한 ‘기성 홈마트’ 사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저 뿐만이 아니라 주변 상인들이 이제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장사만 하면 될 것 같다”며 “여기까지 오는 데는 지역 (풀뿌리)단체들의 연대가 있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움 요청하자, 정말 열심히 도와줬다"

‘상계7동 홈플러스입점반대 비대위’ 대표를 맡았던 이승연 ‘베스트 올’ 사장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에서 홈플러스(삼성테스코) 측이 슈퍼 개점을 철회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어제(12일) 발송해서 아직 이 사실을 아는 상인들은 많지 않지만, 정말 환영할만한 소식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 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하자, 그동안 보수도 없이 정말 열심히 도와줬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상계동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는 ‘철시투쟁’에 나섰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곳 상인들의 말처럼, SSM 개점 철회에 마들연구소, 진보신당 노원당원협의회, 민주노동당 노원구위원회, 마들주민회, 의료생협 등 지역 풀뿌리단체들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 이들은 상인들과 함께 ‘SSM 입점반대 비대위’를 구성하며 연대에 나섰고, 사업조정신청의 접수를 비롯해 항의집회와 가게 문을 닫는 ‘철시투쟁’ 등을 상인들과 함께 벌여왔다.

마들연구소 이사장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재벌그룹의 기업형 동네슈퍼 진출 시도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상인들의 고통과 절망이 비등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늦은 감이 있다”며 “앞으로 재벌·대기업은 중소 자영업자의 생활영역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종 슈퍼’ 탄생, 안심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직영점 형태의 SSM 개점을 저지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업조정을 피하기 위해 (주)삼성테스코는 지난달 전국 최초로 인천 갈산동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가맹점 개점을 시도했으며, (주)롯데쇼핑은 저가형 생활 잡화와 기존 슈퍼에서 판매하는 식료품을 함께 취급하는 ‘마켓 999’를 선보이는 등 ‘변종 슈퍼’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열 중소상인살리기서울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마켓999’나 프랜차이즈 형태의 SSM 역시 기존의 SSM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며 “이런 ‘변종 슈퍼’가 사업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다시 편법을 동원해 동네 상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사업조정으로 SSM을 막았던 게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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