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눈물, 세종 행복시 유감
    2010년 01월 13일 09: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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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TV에 나와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것을 발표하는 것을 끝까지 보았습니다. 국무총리로 취임도 하기 전에 세종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며 화근을 만들더니 결국 나라를 요동치게 하는군요.

따지고 보면 원안대로 간다 해도 서울과 지방 간에 벌어진 차이를 메꾸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것마저 완전히 폐기해버리는 수정안을 내놓고 백년대계를 위해서라고 우기는 모습이 참 딱합니다. 정치적 신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이 먼저라고도 하네요. 가장 볼만한 것은 30여 년 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를 명색이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되풀이 하는 것을 듣고는 차라리 웃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심 끝에 우리가 찾아낸 해법은 작은 파이를 나누어 일시적으로 욕구를 만족시키는 미봉책이 아니라, 커다란 파이를 새로 만들어 모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창의적 발전방안입니다”

그런데, ‘국민 여러분, 그 동안 기다린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여러분들이 고생 속에서도 참아준 결과 이렇게 큰 파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누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소리 들어본 국민 있습니까? 여태까지 어떤 국민도 이런 소리 들어보지 못한 가운데 빈부격차는 오히려 더욱 커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까지 이런 속보이는 논리로 국민을 속이려 할 것입니까?

30년 전부터 써먹은 수작

세종시 가지고 그들은 30여 년 전부터 써먹던 수법으로 작난치고 있습니다. 커다란 파이를 새로 만들어 나누어주겠다고.

“세종시 같은 국가적 대사(大事)를 결정하는 기준은 어느 방안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 하느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고 총리는 말합니다.

국가적 대사를 결정하는 기준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극대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은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라 볼 수 없습니다. 세종시의 출발점은 본래 국토의 균형발전입니다. 서울의 과밀화와 지방의 소외를 해소한다는 목표를 가진 기획이었습니다.

   
  ▲ 푸른 빛이 나는 모형의 중심이 행정타운 예정지였다

사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애초의 의도대로 진행된다 해도 ‘서울의 과밀화 완화, 새로운 수도권의 형성과 팽창’이라는 효과를 가져올지는 몰라도 여타 지역의 소외를 해소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재정권, 인사권, 인허가권을 중앙정부가 독점하시피하는 중앙집권국가체제를 그대로 둔 어떤 균형발전 전략도 지역간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세종시 건설을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가적대사로 규정하면서 제출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는커녕 국론만 분열시키는 방책입니다. 서울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속셈은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을 동원해도 감추기 어렵습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과 대결을 조장하여 국력의 낭비를 초래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이라고 우기지만 지방민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충청인은 말할 것도 없고 혁신도시나 기업도시가 세종시로 인해 흐지부지될 것을 우려하며 지방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이 살아있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정부는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지방의 황폐화’라는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아래의 글에서 한 수 배우기 바랍니다.

수도권 집중문제가 한계상황을 넘어섰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78개 도시 비교결과 인구 735만 명이 넘는 도시는 ‘집적의 불경제’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어느 대도시든 735만명을 넘어서면서부터는 효율성이 뚝떨어진다는 얘기다.

해답은 나와 있다. 수도권은 비우고, 지방은 채우는 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1940년대의 프랑스와 닮아있다고 한다. 프랑스도 중세시대부터 이어온 중앙집권체제의 폐해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한계를 드러냈다고 한다. 파리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황폐화 현상은 심각했다.

“프랑스에서 파리가 아닌 곳은 사막과 같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장 프랑수와 그라비에는 1947년 프랑스의 지독한 수도권 집중현상을 이렇게 꼬집었다. 그리고 60여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도와 지방의 균형발전 모범국가로 성장했다. 현재 파리 수도권이 차지하는 인구비중은 19%로 뚝 떨어졌다. 국토발전정책을 만들어 50여년 동안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해온 결과다. – 2009. 10. 05 <경향신문> 박래용 사회부 기자

수도권 아닌 곳은 사막

백년대계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국토발전정책을 만들어 50여 년 동안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이런 계획 말입니다.

국토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48.6%(2007년 기준)가 모여 살면서 나머지 지방을 들러리 세우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문제의식과 대안 없이 세종시 하나를 두고 국가백년대계 운운하는 것은 정말 코메디입니다.

현재 서울은 한국의 중앙행정 기능의 100%, 경제 기능의 76.1%, 정보 기능의 93.6%, 국제 기능의 92.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 기업체 중 95개, 공공기관의 90%가 몰려 있고, 금융기관 대출의 64%가 이곳에서 이뤄집니다.(<한겨레> 2008년 8월 22일자, 김준일, ‘자금, 기업, 인구 수도권 쏠림현상’)

제조업체 57%, 의료기관 51%, 4년제 대학 39%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2009-10-05 <경향신문>)

서울에 있는 대학 재학생 40여 만 명 가운데 지방 출신은 절반가량인 20만 명이나 되며, 이들의 학부모들이 서울로 보내는 등록금만 연간 9천억 원에 이릅니다. (<중앙일보> 2001-4-26)

경남지역의 수도권 원정진료 환자수는 지난 2003년 11만 3195면에서 지난해 17만 2988명으로 52.8% 늘었고 진료비는 562억에서 1,446억으로 늘었습니다. (2009-10-06 <경남도민일보>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낸 국감자료)

2009 국정감사에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지방 거주자들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에 따르면,
1. 수도권 원정진료를 받은 환자 : 225만4천 명
2. 이들이 수도권에 낸 진료비 1조6836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금액만입니다. 여기에 비급여액과 교통 및 체류비 등을 합하면 3조가 넘을 것입니다. 

지방민이 수도권 병원에 바치는 돈, 3조

지방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수도권과 지방간 차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지식경제위의 중소기업청 국감에서 중기청의 수출지원 주요 예산 67%가 수도권에 몰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또 한국가스공사 국감에서 주택난방용 도시가스 공급비용은 지역 편차가 너무 커 춘천은 서울보다 2.8배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허 남식 한나라당 부산시장은 “시장이 횡단보도에 선 하나 긋는 것도 할 수 없다. 말로만 지방분권이었지 재정구조도, 자치경찰도, 교육자치도 뭐 하나 이뤄진게 없다. 중앙정부가 다 틀어쥐고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도시와 경쟁하려 해도 권한은 없고, 규제만 있어 한계를 느낀다”며 , “진정한 분권과 자치를 위해선 중앙정부의 법적 행정적 재정적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넘기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강준만, 지방은 식민지다)고 말합니다. 부산시장의 이 말 속에 서울과 지역간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향이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애초 생각대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옮긴다고 해도 중앙집권국가체제를 그대로 두고는 수도권과 나머지 지방간의 불균형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수도권이 서울 경기 일원에서 세종시 일원으로 바뀐다는 의미밖에 없습니다. 세종시 원안의 의미가 이럴진데 수정안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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